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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영광스럽지 못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BO 리그가 외국인 선수 제도와 FA 제도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직 시즌이 한창인 상황이지만, KBO는 점점 악화되는 팬들의 여론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일종의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안게임 직후 프로야구는 극심한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 기간 휴식기를 가진 탓에 열기가 식은 탓도 있고 치열한 것 같았던 순위 경쟁이 쉽게 정리될 조짐을 보이면서 흥미 요소도 떨어졌다. 아시안 게임 선수 선발 과정의 문제점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따른 실망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실망감은 7, 8월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았던 야구 팬들의 야구장을 향한 발걸음마저 끊기게 했다. 야구 경기를 관전하기 좋은 가을이지만, 대부분 야구장의 관중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KBO 총재가 나서 팬심을 돌리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돌아선 팬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포스트시즌 흥행마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KBO는 야구에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시즌 중임에도 논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분명 그 의도가 있음을 의심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와 FA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요구를 오랜 전부터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는 문제점을 제기만 했을 뿐 해결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그것이 현실화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논의에 당사자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렸고 엇갈린 이해관계는 논의 유보라는 절충안으로 귀결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불합리한 제도의 문제는 매 시즌 자꾸만 드러났다. 더는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식어버린 팬심이 역설적으로 위기의식을 높였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끌어냈다. 

먼저 KBO는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중요한 골자는 외국인 선수 계약 금액 상한제를 두는 것이다. 처음으로 KBO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금액을 10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하여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하 구단들의 무분별한 경쟁을 줄이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 편법 계약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이제 쉽게 FA 계약금이 100억 원을 넘나드는 KBO 리그 현실에서 역차별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의 수요가 늘어가는 현실에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금액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실제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100만 달러를 넘기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비용 제한을 두는 것인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통해 리그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와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금액 상한제보다는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와 출전 제약 해제, 아시아 쿼터제 도입을 통한 문호 개방과 외국인 선수 수급 통로의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에 대해 외국인 선수 수 증가는 국내 선수들의 입지를 줄이는 일이 되고 오히려 리그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기는 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엔트리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선수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특정 선수들의 몸값이 과도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야구 팬들이 수준 높은 리그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우리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속에 수준 저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투수들의 수준 향상보다 월등히 빠른 타자들의 발전 속도는 리그 투. 타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대량 득점과 홈런포가 양산되는 경기에 야구팬들은 환호하기보다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당장 투수들 수준을 높일 수 없다면 외국인 선수가 그것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최소한 현재의 경기 출전 선수 제한을 유지해도 엔트리 보유 한도만이라도 늘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영입을 할 문을 열어주고 외국인 선수 교체의 비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호응을 얻고 있다. KBO는 선수 영입 비용에 중심을 두었지만, 실제 구단들의 실천 의지가 없다면 여러 편법이 난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KBO로서는 이런 목소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KBO는 FA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동한 도입 의견이 많았던 FA 등급제를 통한 보상 선수 규정을 타력 적용, 계약 시간의 유연화, 계약금 제도의 개선 등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FA 등급제는 천 편일 줄 적인 보상 선수 제도 적용을 별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나이와 보상 선수 문제에 발목 잡혀 FA 권리행사가 선수 생명의 위기로 이어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구단은 거액을 들이지 않고도 베테랑 선수를 영입할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천정부지의 FA 계약금 거품을 잡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여기에 지나치게 높은 FA 계약 시 계약금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4년 계약이라는 FA 계약기간에 대한 변화 가능성도 높다. 이는 선수들과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프로야구 위기 국면은 선수, 구단 모두를 협상의 테이블로 이끌 가능성일 높이고 있다. 

현재 그 힘을 조금 잃었지만, 프로야구는 여전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스포츠다. 이번 아시안게임 파문은 양적 팽창에만 집중해 잊고 있었던 제도 개선과 경기력 향상 등 수면 아래로 내려놓기만 했었던 문제들은 더는 방치하면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즉, 위기가 제도 개선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셈이다. 물론, 논의 과정이 결코 순탄할 수 없고 대안 도출에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또 잃는다면 프로야구는 더 많은 팬들을 잃을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금은 떠밀려 시작된 느낌도 있지만, 이번 제도 개선 시도가 과연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잠깐의 관심 끌기에 머물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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