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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에 대한 코치의 폭행 사건은 그 이면에 더 큰 범죄가 숨겨져 있었다.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심석희는 그에 대한 폭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재범 코치가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았고 이에 대하 추가 고소를 한 사실을 알렸다.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획득했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이런 고통 속에서 긴 세월을 견뎌냈다는 점은 연민을 넘어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생황이다. 피고소인 조재범 코치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가 자신의 이력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일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충격은 범죄의 장소가 사적 공간이 아닌 국가대표 훈련장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국가가 운영 관리하는 시설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선수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사실을 대해 관계자들이 은폐로 일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심석희 파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쇼트트랙은 동계 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력 종목이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 깊은 파벌 간의 다툼, 학연에 따른 불공정성, 억압적인 상.하주종 관계에서 불거진 각종 부조리, 각 종목 협회에서 없으면 허전한 각종 비리가 함께 했다. 

그동안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관계자를 처벌하고 개선을 수차례 다짐했지만, 처벌은 솜 방망이 그쳤다. 비리의 당사자는 시간이 지나면 은근슬쩍 요직에 복귀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비리 역시 그 나물의 그 밥인 협회나 연맹의 인원 구성상 도돌이표같이 반복될 뿐이다. 이 문제는 쇼트트랙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등 동계 스포츠 전반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동계스포츠만의 일이 아니다. 협회와 연맹의 무능과 비리, 무책임함과 파벌싸움에서 파생된 각종 문제는 야구, 축구 등 인기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잠시 관심을 끌었다가 이내 그 관심이 사그라들면 또 불거지기를 반복하는 패턴도 다르지 않다. 

결국, 대한민국 스포츠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엘리트 스포츠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선수 육성의 주된 루트는 학교가 담당하고 있다. 한정된 선수 자원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물론, 성과도 상당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국제 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했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고 나라 이미지는 재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성과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었다. 동.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의 유. 무형 효과고 상당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국위선양의 논리로 스포츠를 인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올랐고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그 역량을 크게 높였다. 스포츠가 아니라 해도 나라를 알리고 이미지는 높일 수단이 많아졌다. 

선수들의 가치관도 이전과 다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선수들의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성공을 위해 이를 참교 견뎌냈다. 각종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성공의 과정으로 여기며 견뎌냈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과거의 가치관 속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행복과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스포츠계의 각종 비리와 부조리가 세상에 알려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중들의 스포츠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제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그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순위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선수의 노력과 준비과정 남다른 스토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과로 각종 문제를 덮으려 하는 시도는 여론의 강한 질타나 무관심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결과에 집착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 됐다. 그동안 말뿐이었던 사회체육의 확대는 필수적 과제가 됐다.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던 시대가 아니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그 속에서 재능 있는 선수를 발견하고 육성해야 한다. 학원 스포츠에 의존하는 체제는 변해야 한다. 

학원 스포츠는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유지하는 근간이었지만, 한정된 선수 자원이라는 태생적 문제는 학연에 얽매이는 선후배, 코치과 선수 간의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했고 이는 영맹과 협회로 이어졌다. 또한,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한 파벌 간의 다툼 또한 큰 병폐였다. 이런 수직적 관계는 강압적인 지도 방식을 용인하게 만들었고 각종 폭력과 부당행위에 선수들을 노출시켰다. 

이러한 관계는 그대로 대물림되어 해당 선수가 지도자가 되어도 그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폭력이나 부당 행위에 대한 처벌 역시 학연과 파벌, 온정주의에 매몰되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가해자가 버젓이 지도자 생활을 지속하고 협회나 연맹의 한자리를 차지는 일이 여전하다. 또한, 파벌주의는 공정함이 생명인 국가대표 선발에서도 그 원칙을 흔드는 일이 다반사다. 

심석희 사태는 우리 스포츠 전반의 문제가 그대로 투영된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태를 파벌 간 다툼에서 불거진 일도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심석희의 의도를 훼손하는 일이다. 현재 심석희는 개인의 명예와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고통을 드러냈다는 점은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고통이 얼마나 컸고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상 규명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단죄다. 또한, 사실을 은폐, 축소한 시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조사와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성과주의에만 집착하는 스포츠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미 내부의 자정 능력을 상실했고 부정 비리의 온상이 협회, 연맹에 대한 외부로부터 개혁이 필수적이다. 당장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덜 획득할 수도있겠지만, 중요한 건 부끄러운 금, 은, 동메달이 아닌 가치 있는 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심석희의 용기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수준이라면 이런 사태는 재발될 것이 분명하다. 심석희가 용기를 낸 것도 특정인에 대한 단죄만을 원하는 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심석희 사태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더 큰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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