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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의 퇴진으로 공석이었던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에 김경문 전 NC 감독이 선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동안 신임 감독 선임을 위해 논의를 거듭했던 KBO 기술 위원회는 여러 후보군 중 김경문 전 감독을 1순위로 선택했고 김경문 감독 역시 국가대표 감독 제의를 고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의 선임은 가장 유력한 카드였다. 그동안의 국제 대회 실적과 리그에서 감독 경험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며 혼란에 빠진 대표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였기 때문이었다. 김경문 감독 역시 NC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상당 기간 휴식기를 가지며 재충전의 시간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지도자로서 의욕을 가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의 최고 이력은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기억이다. 당시 대표팀은 쉽지 않은 승부을 예상했고 동메달 정도가 현실적 목표로 여겼다. 하지만 대표팀은 예선부터 전승 행진을 이어갔고 일본과의 4강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연출하며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만들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프로야구의 인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고 리그 활성화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만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는 상당했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두산과 NC의 감독을 거치며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NC에서는 제9 구단으로 리그에 참여한 신생팀을 단기간에 상위권 팀으로 올려놓는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면서 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NC에서도 한국시리즈 진출까지는 이뤄냈지만, 우승 감독의 영광의 그의 것이 아니었다.

2018 시즌 김경문 감독은 NC의 극심한 부진과 최하위로 쳐진 성적 등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아픈 기억이었다. NC에서의 업적마저 퇴색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야구와는 다소 거리를 두었다. 

2018 시즌 후 새로운 감독이 필요한 팀에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장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륜과 경험보다는 젊고 새로운 인물을 찾는 분위기 속에서 김경문 감독은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했다. 프런트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변화 속에서 60대의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은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었다. NC와의 결별 과정도 프런트와의 갈등이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다. 

이제는 현역에서 멀어진 김경문 감독이 될 수 있었지만, 국가대표 야구팀의 위기는 그를 다시 찾게 했다. 전임 선동열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경기 내용에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 이전 WBC에서도 예선 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비판이 생겨났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특정 선수에 특혜를 주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동열 감독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더는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그의 퇴진은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됐다.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KBO는 급히 기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선수 선발과 대표팀 운영에 투명성과 객관성을 더하는 조치를 했지만, 의문부호를 지우지는 못했다. 

KBO로서는 누구가 인정할 수 있는 전임 대표팀 감독의 급했다. 그 답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선동열 감독 퇴진 이후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리그와 달리 단기전 승부인 국제 경기에서 경험과 관록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고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고 외부로부터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 김경문 감독이었다. 

그의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더 큰 문제는 김경문 감독의 결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선동열 감독의 불명예 퇴진의 과정을 지켜본 그로서는 그를 대신해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는 것에 큰 부담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독이든 성배라는 말이 나오는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직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고 상당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자리다. 영광은 잠깐이고 비난은 긴 국가대표 감독 자리가 김경문 감독의 커리어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도전을 선택했다. 김경문 감독은 당장 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 통과라는 큰 과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림픽 예선부터 그 상대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예선 라운드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올림픽 예선라운드 실패에 대비해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아시아 선수권에도 대비해야 한다. 리그 감독 때보다 지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에게는 고뇌의 시간이 계속될 수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여론도 그에게 큰 부담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문제들을 잘 알고 있지만, 감독직에 도전했다. 그가 걸어갈 길은 분명 순탄치 않다. 코치진 구성과 선수 선발에서부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신화를 창조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누구보다 강한 뚝심의 소유자다. 경험과 연륜은 큰 자산이다. 당장은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김경문 감독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문 감독은 그의 이름에 빗대어 달 감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임 선동열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리그 주니치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나고야의 태양이라를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선동열 전 감독의 선수 시절 활약을 화려함 그 자체였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 시절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포수로서 조용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태양과 달이라는 별명은 선동열 전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별명이다. 

현재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태양이 지고 달이 뜬 모습이다. 달은 그 빛이 태양보다 밝거나 강렬하지 않지만, 어둠을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국가대표 야구팀은 어둠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다시 떠오른 달이 이 대표팀이 어둠 속에서 벗어난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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