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13안타와 8개의 볼넷을 얻어낸 LG, 10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낸 롯데, 리그 최고 선발 투수 중 한 명인 윌슨이 선발 투수로 나선 LG, 들쑥날쑥한 투구 내용으로 선발 투수로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한 장시환이 선발투수로 나선 롯데, LG의 승리로 끝날 것 같은 경기의 결과는 내용과 달랐다.
롯데는 5월 15일 LG와의 주중 3연전 2번째 경기에서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으로 밀리던 경기를 반전시키며 8 : 4로 승리했다. 롯데는 3연승의 상승세와 함께 지난 주말 3연전에 이어 2연속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3 : 4로 리드를 당하던 8회 초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1이닝 무실점 투구와 함께 팀의 역전으로 승리 투수의 행운을 안았다. 그에게는 시즌 2번째 승리였다.
LG는 에이스 윌슨이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의 집중력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그동안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던 필승 불펜진이 8회 말 롯데의 공세에 무너지며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LG는 중심 타자 김현수가 장타 실종의 우려를 씻어내는 2점 홈런을 포함해 2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주도하고 채은성, 이천웅이 2안타를 기록하는 등 내용상으로 활발한 공격을 했고 많은 볼넷을 덤으로 얻어내며 대량 득점의 기회를 수차례 잡았지만, 그 기회에서 집중력 부재를 드러냈다. LG는 우세한 경기를 접전의 경기로 만들며 롯데의 추격 의지를 끊지 못했고 경기 후반 역전패의 원인을 제공했다.
LG 타선의 집중력 부재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롯데의 승리 의지가 돋보였다. 롯데는 3이닝 5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2실점(1자책) 한 선발 투수 장시환을 경기 초반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하는 과감한 마운드 운영을 했다. 장시환이 제구 불안을 노출하긴 했지만, 7개의 삼진을 잡아낼 만큼 구위가 살아있었고 실점의 내용도 실책이 원인이 되었던 만큼 좀 더 이닝을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77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한계 투구 수에 근접한 장시환에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롯데는 4회 말 박근홍을 시작으로 7명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LG 선발 투수가 1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윌슨이었고 4회 초 추가 2실점 하면서 더욱더 힘들어진 경기 흐름이었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볼넷이 늘어나며 위기를 자초하는 등 불펜 투수들의 투구 내용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4실점 이후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롯데 불펜진의 추격의 가능성을 유지했다.
이런 마운드 운영은 팀 타선이 LG 선발 윌슨에게 득점을 해내면서 가능했다. 롯데는 2회 말 이대호, 채태인의 2루타를 묶어 1득점 했고 4회 말 1득점, 7회 말 1득점을 하면서 접전의 흐름을 만들었다. 윌슨의 투구 내용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롯데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안타수와 득점 기회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는 승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벤치에서 하도록 만들었다. 롯데 불펜진은 리그 최다 볼넷 허용 팀 다운 투구를 하긴 했지만, 실점 위기를 거듭 벗어나며 역전의 불씨를 계속 지켜냈다.
롯데의 역전 드라마는 8회 말 현실화 됐다. LG는 투구 수 100개에 근접한 선발 투수 윌슨을 내리고 필승 불펜 정우영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정우영의 평소와 달랐다. 정우영은 1사 후 롯데 신본기에 몸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자신의 투구 리듬을 잃었다. 후속 타자 허일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정우영은 이대호와의 승부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추가했지만, 우익수 채은성의 호수비가 있어 가능했다. 몸 쪽 승부가 몸 맞는 공으로 이어지면서 위축된 투구 모습이었다.
결국, LG는 좌타자 손아섭 타석에서 좌완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려 8회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진해수의 초구를 동점 적시타로 만들어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승부는 완전한 롯데의 흐름이었다. 롯데는 또다시 바뀐 투수 신정락을 상대로 전준우의 2타점 적시 안타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신인 신용수의 1군 데뷔 첫 타석 깜짝 2점 홈런까지 더해지며 8회 말에만 5득점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팀 방어율 1위의 리그 최강의 LG 마운드, 역시 최강의 LG 불펜진이 보인 작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만든 결과물이었다.
3 : 4의 경기를 8 : 4로 바꿔낸 롯데는 최근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구승민을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전날 톰슨의 완투 완봉승으로 비축했던 불펜진을 총 가동하는 승부수가 적중하며 상대 에이스가 나선 경기에서 소중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이면에 롯데 마운드의 볼넷은 여전한 문제로 남은 경기였다. LG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아니었다면, 초반에 경기가 결정 날 수도 있었다. 역전승은 팀 분위기를 상승모드로 전환시킬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마운드 소모가 극심했고 마운드의 불안요인 상존한다는 점은 롯데에게는 여전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최근 젊은 선수들의 전력에 가세하고 베테랑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팀 조직력이 점점 다져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5월 15일 LG전 역전승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경기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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