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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26번째 이야기는 봄 소풍을 위한 김밥 준비로 시작했다. 지금은 그 풍경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의 장년층들에게 학창시절 소풍은 설렘 가득한 날이었다. 그 소풍을 위해 어머니가 준비해주었던 김밥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 진행자는 어린 시절 소풍 때 먹었던 김밥을 재현했고 그 김밥을 담은 작은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섰다. 

여정의 시작은 과거 소풍하면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장소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었다. 1973년 개설된 어린이 대공원은 그동안 그 주인이 수차례 바뀌고 시대의 흐름 속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 어린이 대공원에는 소풍 나온 어린 학생들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봄날을 즐기고 있었다. 진행자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적한 숲길을 걸으며 먼 기억 속에 남은 어린 시절 소풍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금은 시민들의 공원이 된 어린이 대공원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흔적도 남아있었다. 놀이공원만으로 알고 있었던 어린이대공원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을 나와 일상의 모습들과 함께 했다. 화양동 주민센터 한 편을 지키고 있는 7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우리 역사의 흐름을 간직한 채 깊고 넓은 그늘을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한 소방서에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 소방관을 만났다. 정년 퇴임한 아버지와의 영상 통화에서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따뜻함과 함께 언제든 출동을 대비해야 하는 긴장속의 소방관들의 일상은 우리 일상과 다른 모습이었다. 

광진구 대학교 인근의 젊은이들의 거리에서는 미국 정통 샌드위치를 만들어파는 햄버거 가게 주인의 남다른 가게 운영 철학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단골손님들이 선호하는 샌드위치를 메뉴로 하여 그들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 가게는 많은 단골손님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작은 명소가 됐다. 

주택가에 자리한 떡 케이크 가게에서는 과거 카지노 딜러로 일하면서 익힌 섬세함을 특별한 케이크 제작과 접목한 사장님의 일상을 담았다. 그는 용돈이나 축하 케이크를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돈을 떡 케이크에 넣어 만드는 방식은 이 가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다. 

광장동의 작은 식당에서는 수십 년간 산과 들을 다니며 들꽃을 비롯한 식물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사장님의 집념과 신념이 함께 하는 산나물 요리가 일상을 즐겁게 해주었다. 식당은 작았지만, 그 안에서는 봄의 향기와 건강함이 가득한 상차림이 있었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는 사장님의 신념이 스며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특별함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 안의 특별함을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제대로 살필 수 없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그 특별함을 찾아냈고 우리 동네에 이런 명소가 있었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다. 능동, 광장동 편은 그런 특별함이 더한 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 광진구의 또 다른 명소 아차산의 또 다른 면이 가는 길을 멈추게 했다. 아차산은 중요 요충지로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결의 장소였다.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 설화의 장소이기도 했다. 평강공주의 조력 속에서 고구려 최고 장군이 된 온달은 아차산에서 전투 중 적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 하지만 그의 시신이 있는 관은 이송을 위해 움직일 수 없었고 평강공주가 오고 나서야 움직여졌다고 한다.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긴 아차산은 이제 생태공원과 체험학습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한강에서 거의 유일한 보행자 중심의 다리 광진교의 해 질 녘 풍경으로 여정은 마무리됐다. 능동과 광장동에서의 여정은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함께 우리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장면들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이웃들은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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