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야구] 아쉬움의 한국시리즈, 그러나 충분히 훌륭했던 키움

2019 프로야구는 두산이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정상을 모두 차지하며 마무리됐다. 두산은 팀 전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포수 양의지의 FA 이적 공백에도 최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았고 무서운 뒷심으로 정규리그에서 기적과도 같은 역전 우승에 성공했고 한국시리즈에는 키움을 압도하며 4승 무패의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이런 두산의 우승 영광에 가려졌지만, 키움 역시의 올 시즌도 분명 성공적이었다. 키움은 구단주의 문제로 팀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했고 올 시즌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났다.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장정석 감독 체제가 안정화됐고 프런트와 조화를 이루는 데이터 야구가 정착됐다.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육성 시스템을 통해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온 선수들의 기존 주전들과의 경쟁 체제를 이루면서 팀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마운드는 불펜진이 획기적으로 강화됐고 단단한 5인 로테이션 체제를 만들며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창의적인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포수진 강화에도 성공했다. 이런 유기적인 선수단 운영은 강한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고 키움은 시즌 내내 안정적인 레이스를 이어갔다. 결국, 키움은 1위와 큰 차이가 없는 정규리그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키움은 선발진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을 벌떼 마운드로 대신하며 마운드는 안정시켰고 고비마다 해결사가 등장하는 힘 있는 공격력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관문을 넘어섰다. 특히,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투. 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키움은 이 상승세를 한국시리즈로 이어가고자 했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며 더 강한 의지로 나선 두산의 관록을 넘지 못했다. 키움은 젊고 힘이 있었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두산은 그 작은 차이를 승리로 ㅁ나들어냈지만, 키움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승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4번 연속 겪으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4경기로 끝내야 했다. 결과는 두산의 4승 무패였지만, 두산의 승리 중 2번은 9회 말 끝내기 승리였고 4차전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이었다. 키움은 경기 내용에서는 두산에 크게 밀리지 않았지만, 마무리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에서 결과는 키움에게 아쉬웠지만, 올 시즌을 통해 키움은 상위권 팀으로 확실히 자리했다. 더 긍정적인 건 지금의 전력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키움의 주력 선수들의 젊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내야의 중심 김하성, 외야의 중심 이정후는 아직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국가대표에서도 역할이 비중이 상당하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이 됐다. 이들에게 올 시즌 경험은 더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키움의 야수진은 내야진의 김혜성, 외야의 김규민, 포수 주효상까지 젊은 주전 선수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마운드 역시 풀타임 선발 투수인 최원태, 이승호가 아직 젊고 불펜진에도 다수의 젊은 투수들이 올 시즌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키움은 야수진에 박병호, 서건창, 마운드에 오주원, 김상수에 조상우까지 기량과 경험을 더한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키움은 올 시즌 전력을 대부분 유지한 채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이는 키움의 다음 시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과제는 있다. 키움의 외국인 선수 구성을 올 시즌 이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올 시즌 키움은 올 시즌 마운드의 브리검과 요키시, 타선의 샌즈까지 모두 제 역할을 해주었다. 키움은 이들과 내년 시즌에도 재계약을 우선 고려하겠지만, 한정된 재정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심 타선에서 박병호와 함께 활약했던 샌즈에 대한 일본 리그의 관심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여기에 올 시즌 삼성에서 영업돼 큰 활약을 했던 포수 이지영의 거취로 관심 사항이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올 시즌 활약으로 포수난에 시달리는 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FA 선수 지키기도 버거웠던 키움으로서는 이런 이지영의 높아진 위상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지영이 전력에서 이탈해도 박동원, 주효상이라는 좋은 포수자원이 있지만, 이지영의 올 시즌 역할을 고려하면 그의 잔류는 전력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이에 더해 키움은 롯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허문회 수석 코치의 자리를 메워야 하고 허문회 코치와 함께할 코치진의 이탈에도 대비해야 한다. 키움의 올 시즌 호성적은 선수들의 역량을 잘 이끌어낸 구단과 코치진의 유기적 조화가 크게 작용했다. 키움은 이 프로세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구단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 등 팀을 흔드는 외적 요인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키움이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키움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단단한 팀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야구 전문 기업으로 그 위치를 다졌다고 해도 될 정도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패배의 아픔은 더 강한 팀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올 시즌은 패배자로 마무리됐지만, 키움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