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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항전에서 정근우와 이용규는 오랜 기간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진으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들은 타 선수와 비교해 작은 체구에도 날카로운 타격과 준수한 수비 능력, 저돌적인 주루까지 두루 갖춘 선수였고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그 커리어를 쌓았다. 

2014시즌에는 나란히 한화와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하며 한 팀에서 활약했다. 이후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도 정근우와 이용규는 굳건히 테이블 세이블 세터로서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019년이 그 마지막을 향하는 시점 이들의 처지는 과거와 너무나 달라졌다. 세월의 흐름을 이들도 거스리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시련의 시기라 해도 될 정도다. 

2019시즌은 이들 모두에서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정근우는 주 포지션인 2루수를 내주고 외야와 1루를 오가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좁아진 수비 범위와 체력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팀 운영 기조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다. 




정근우로서는 이런 변화가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2014시즌부터 한화에서 정근우는 거의 매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8 시즌부터 부상 기간이 늘어나면서 출전 경기 수가 줄었고 2루수 수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었다. 정근우는 2018 시즌 외야수로도 경기에 나서며 멀티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조금씩 시도했다. 이런 변화에 수용하지 않는다면 경기 출전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그를 압박했다. 

2019시즌 정근우는 중견수를 주 포지션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한화는 부족한 외야수 자원을 늘리고 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정은원을 주전 2루수로 기용했다. 이는 정근우의 팀 내 입지만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근우의 외야수 변신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프로 데뷔 이후 줄 곳 2루수로 출전했고 그에게 풀타임 외야수는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부상이 겹치면서 정근우의 타격감까지 떨어뜨렸다. 정근우는 2019시즌 1군에서 8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화 입단 이후 가장 적은 경기 출전수였다. 

정근우는 이런 어려움에도 시즌 후반기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그의 클래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시즌 활약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내년 시즌 한화에서는 현실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 정근우는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아 팀을 옮기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젊은 유망주들의 보호를 위해 정근우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마침 우타자 대타 요원과 2루수 자원이 필요했던 LG는 풍부한 경험이 장점인 정근우를 영입했다. 내년 시즌 올 시즌 정규 시즌 4위 이상의 성적을 바라보고 있는 LG로서는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 

하지만 6시즌 동안 한화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던 정근우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나는 현실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에서 주전급 외야수 정진호를 영입하는 한 편 포수 이해창과 좌완 투수 이현호를 영입했고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정근우는 필수 전력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결국, 정근우는 아쉬움 속에 LG에서 그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뜻하지 않은 팀 LG 행이지만, 그를 더 필요로 하는 LG라는 점과 정근우가 여전히 타격에서는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화에서의 최근 2년보다는 더 중용될 가능성은 크다. 마침 LG는 2루수가 취약 포지션이다. 정근우가 어느 정도 기량만 유지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다만, 육성 기조가 강한 프로야구의 현실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용규의 처지도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이용규는 2019시즌을 앞두고 어렵게 한화에 2번째 FA 계약을 체결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변화된 그의 역할 비중을 놓고 구단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팀 내 징계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이는 이용규는 물론이고 팀에도 큰 손해였다. 한화는 내야수 정근우의 외야수 변신을 시도할 만큼 외야수 자원이 부족했지만, 이용규를 한 시즌 내내 활용하지 못했다. 

이용규 역시 한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뜻하지 않는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이런 이용규와 한화의 대립이 정근우의 외야수 전환에 그 원인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근우는 외야수로 적응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한화는 2019시즌 두 베테랑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용규는 2019시즌 막바지 팀과 극적을 화해하면서 내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하지만 1년여의 경기 공백을 분명 큰 부담이다. 전반적인 팀 개편을 진행 중인 한화의 상황도 이용규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서 영입된 정진호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용규가 긴 공백기를 이겨내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제 베테랑들에게는 힘겨운 오프시즌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 구단들은 더 냉정해졌고 팬들도 베테랑 선수들에게 무조건 호의적이지 않다. 활약이 미미하면 언제든 전력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근우와 이용규는 경기력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제는 함께했던 길도 엇갈렸다. 두 베테랑의 엇갈린 길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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