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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51번째 여정은 강원도 삼척이었다. 삼척은 맑은 동해바다와 태백산맥의 산세가 함께 하는 곳으로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는 곳이다. 삼척은 수도권에서는 최근 올림픽을 거치며 교통망이 확충된 강릉이나 속초와 달리 관광지로도 다소 소외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과거 삼척은 석탄과 시멘트 산지로 여러 광산들이 함께 하는 광업 도시로 70년대와 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이곳에서 나는 시멘트는 건설업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고 석탄은 서민들의 난방 연료인 연탄의 원료였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보일러는 보편적인 난방 수단이었다. 

이렇게 산업화와 함께 발전했던 삼척은 90년대 들어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연탄 수요가 급감하고 값싼 수입석탄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쇠락을 길을 걸었다. 성업하던 광산은 급감했고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도시의 사람들도 급격히 줄었다.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그 흐름을 더 뚜렷해졌다. 삼척과 함께 태백, 정선 등 광업 도시들은 원하지 않은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정선에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지어졌고 그 도시의 풍경은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삼척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삼척은 과거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삼척에 남은 과거의 흔적들과 함께 그곳의 변화를 함께 보여주었다. 먼저 눈에 띄었던 건 바다와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큰 변화의 물결이 거치고 간 삼척이었지만,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이들은 묵묵히 긴 세월을 견디며 바다와 함께 하고 있었다. 수십 년을 어떻게 보면 위태롭게 보이는 뗏목으로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노부부, 작은 통통배와 함께 이른 새벽 차가운 바닷바람과 싸워가며 청어를 잡아올리는 부부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삶과 함께 삼척의 변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삼척 장호항을 가로지르는 해상 케이블카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여러 곳에서 해상 케이블카가 생겨났지만, 삼척의 케이블카는 청정한 동해바다와 함께 이곳만의 특색 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상 케이블카와 함께 삼척은 과거 탄광촌의 유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시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석탄 탄광은 이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한편의 유리 박물관은 방문객들이 현대식 시설과 함께 다양한 유리공예품을 볼 수 있고 만드는 과정도 시현하고 있었다. 방문자들이 유리공예 체험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삭막하기만 한 탄광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공간이었다. 

이 밖에 한 어촌 마을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식당을 운영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행객은 마을 지도에 표시된 곳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자유롭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노령 인구가 늘어가는 농어촌 현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여행객은 지역의 특산물로 독특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었다. 이 식당을 만들고 운영하는 이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또 하나 삼척에서 눈길을 끈 건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민물 미역을 만날 수 있었다. 과거 삼척의 민물 미역은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먹거리였지만, 지금은 그 양이 크게 감소하여 일반인들은 채취가 불가능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중요한 것 하나가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렇게 삼척의 과거의 전통과 함께 한때 큰 번영을 누렸던 기억이 공존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번영의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기보다는 과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삼척의 이런저런 모습이 희망적이었고 그런 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모습에서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행복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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