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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마지막 FA 계약 대상자였던 고효준이 마침내 원 소속 팀 롯데와 계약을 체결했다. 고효준은 1년 연봉 1억 원에 옵션 2천만원으로 조건으로 롯데에 잔류했다. 롯데는 부족한 좌완 불펜진에 힘을 더하게 됐고 FA 계약 난항으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고효준은 현역 생활을 연장하게 됐다. 

극적인 결말이었지만, 고효준에게 협상의 기간은 고뇌의 시간이었다. 2020 시즌 프로에 데뷔한 고효준은 2019 시즌 이후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FA 자격을 얻었다. 고효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지만,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베테랑 선수들에 대해 한층 냉정해진 리그 현실에서 30대 후반 나이의 불펜 투수가 FA 자격을 행사한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여기에 여전히 존재하는 예외 없는 보상 선수 제도는 그의 FA 선수로서의 입지를 더 좁게 했다. 

고효준은 좌완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구 불안이라는 단점을 함께 하는 투수였다. 경기중이나 경기마다 투구 내용에 기복이 컸다. 제구가 잘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편차가 상당했다. 그동안 통산 성적도 F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고효준은 1군 기록만 본다면 15시즌 동안 430경 등판했고 39승 52패 4세이브 31홀드 방어율 5.32를 기록했다. 결코 뛰어나다 할 수 없는 성적이다. 야구 선수로서의 이력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2020 시즌 롯데에 입단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2003 시즌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SK에 입단했지만, 제구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1군에 정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9 시즌 고효준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 해 고효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9경기 126.2 이닝을  소화했고 11승 10패 2세이브 1홀드 방어율 4.33으 기록했다. 성적은 물론이고 전천후 투수로 그 활용가치가 큰 투수였다. 당시 SK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의 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활용법을 찾아낸 결과였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후 고효준은 혹사 논란도 있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SK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이렇게 프로선수로서 자리를 잡은 시즌 고효준은 군 복무를 위해 2년간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이 휴식기는 그에게 악재가 됐다. 이후 고효준은 내림세를 보였고 점점 역할 비중도 떨어졌다. 2016 시즌 고효준은 KIA로 트레이드 되어 SK를 떠나야 했다. KIA에서 고효준은 불펜진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2017 시즌에는 KIA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며 뜻깊은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2017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고효준은 롯데의 선택을 받았고 2020년 입단 이후 긴 세월을 돌아 롯데로 돌아오게 됐다. 롯데는 경험 많은 좌완 불펜 투수가 필요했고 고효준은 프로선수의 이력을 시작한 팀에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할 기회를 잡았다. 고효준은 롯데에서 중용됐고 2시즌 동안 1군에서 활약했다. 

2019 시즌에는 무려 75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62.1이닝을 소화했다. 140킬로 후반의 직구는 힘이 있었다. 마운드 전체가 흔들린 속에서도 고효준은 꾸준히 1군 마운드를 지키며 팀에서 가장 많은 15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9 시즌의 성적은 고효준이 여전히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고효준은 그의 경쟁력을 자신하며 FA 자격을 행사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FA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롯데는 30대 후반의 불펜 투수에게 원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할 수 없었다. 냉정한 평가 속에 고효준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싸인 앤 트레이드를 통한 타 팀 이적도 고려됐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고효준은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선택만을 남겨두게 됐다. 마침 그와 함께 FA 자격을 행사했던 베테랑 마무리 손승락이 긴 FA 계약 협상을 접고 은퇴를 선언했다. 손승락은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족적을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달라진 평가를 실감했고 명예로운 은퇴를 택했다. 

이는 고효준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가 마감되고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이 되자 고효준의 은퇴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고효준은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1년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분명 만족할 수 없는 계약조건이었지만, 그는 선수로서의 이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에게는 분명 힘든 결정이었다. 그의 계약은  FA 계약이라 할 수 없는 초라한 조건인 건 분명하다. 상당수 롯데 팬들은 그의 비중과 역할을 거론하며 롯데에 대한 아쉬움을 보일 정도다. 하지만 베테랑에 대한 냉정한 기류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없는 고효준의 상황은 그에게 은퇴와 계약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게 했다. 

2020 시즌 고효준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고효준이 여전히 힘 있는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만큼 롯데 불펜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그에게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그에게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2020 시즌을 맞이하는 고효준이 마음한편에 남은 아쉬움을 지워내고 롯데 불펜진에서 또다시 중요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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