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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오래된 용어가 있다. 롯데와 LG의 대결을 일컫는 엘꼴라시코라는 말이 그렇다. 이 말은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의 대표적 강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라의 대결을 표현하는 엘 클라시코를 빗되어 팬들의 양 팀의 대결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내포된 뜻은 차이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라는 리그 우승을 양분하는 강팀이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팀들이다. 라이벌전의 열기는 단순히 축구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반대로 롯데와 LG의 엘꼴라시코는 다소 조롱 섞인 느낌이 있다. 과거 롯데와 LG가 하위권을 전전할 때 양 팀의 대결에서 접전의 경기가 많았던 점에 착안한 표현이다. 문제는 그 라이벌전의 내용이 명승부와 거리가 먼 실책과 마운드 난조가 승부에 큰 변수가 되는 난전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런 하위권 팀 간 치열한 접전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이 함께하는 용어가 엘꼴라시코였다. 지금은 그 의미가 다소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롯데와 LG의 대결에서 졸전이 나오면 회자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롯데와 LG가 올 시즌 첫 3연전에 만났고 이틀 연속 접전을 펼쳤다. 6월 12일 금요일 경기에서는 LG가 연장 접전 끝에 3 : 2로 끝내기 승리를 했고 6월 13일 토요일 경기에서는 롯데가 뒤지던 경기를 경기 후반 역전시키며 7 : 6으로 승리했다. 결과는 모두 접전이었지만, 내용에서는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6월 1일 경기에서 양 팀은 모두 공격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롯데는 많은 출루가 이루어졌음에도 득점권에서 결과를 만들지 못했고 LG는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에게 완벽히 눌렸다. 경기 흐름은 롯데가 초반 2득점으로 앞서나갔고 그 흐름을 이어갔지만, 계속된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런 불안감을 결국 현실이 됐다. 롯데는 2 : 1 리드를 이어가던 8회 말 동점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그 실점은 볼넷에 이은 폭투, 적시타 허용으로 다소 힘이 빠지는 내용이었다. 롯데는 3회 말 실점 역시 실책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는 7.1이닝 2실점(1자책)의 호투를 하고도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었다. 롯데는 구승민, 박진형으로 마운드를 이어가며 LG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연장 10회 말 박진형이 정근우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승부를 내주고 말았다.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에 필승 불펜조의 핵심인 구승민, 박진형을 모두 마운드에 올리고도 역전패 당하면서 패배의 충격이 더 컸다. 6연승의 상승세가 끊어진 것도 아쉬움이었다.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올 시즌 안정세를 보였던 수비에서 나왔다는 점도 패배를 더 아프게 했다. 

하지만 LG 역시 승리하긴 했지만, 연장 10회까지 4안타의 빈공이었다.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이 큰 원인이었다. 전날 더블헤더를 하면서 떨어진 체력도 LG에 부담이었다. 이렇게 롯데와 LG의 시즌 첫 대결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내용이었다. 

6월 13일 경기는 전날과 달리 많은 득점이 오가는 타격전 양상이었다. 선발 투수들의 무게감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롯데는 이전 경기에서 시즌 첫승과 함께 구위나 제구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박세웅이 선발 투수로 나섰고 LG는 좌완 에이스 차우찬이 선발 투수로 나섰다. 수준급 선발 투수들이었지만, 경기 초반 두 선발 투수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1회 초 전준우의 2점 홈런으로 기세를 올렸다. LG도 1회 말 이천웅의 2루타와 희생타가 이어지면 1점을 만회하며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다. 이후 득점은 없었지만, 양팀 선발 투수들은 타자와의 승부에서 압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투구 수는 늘어났고 불펜진의 보다 빨리 준비를 해야 하는 흐름이었다. 투수전인 듯 아닌 듯한 경기 흐름은 4회 말 LG의 4득점으로 LG가 주도하는 흐름이 변했다. 

LG는 주전 3루수 김민성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구본혁의 3점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몰아치며 빅 이닝을 만들었다. 구본혁은 경기 전까지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타격이었다. 박세웅은 구본혁을 상대로 밋밋한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렸고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LG는 이 기세를 이어갔다. LG는 롯데의 바뀐 투수 송승준을 상대로 추가 1득점하며 6 : 3의 리드를 유지했다. 롯데는 5회 초 1점을 만회하며 반격의 가능성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추가 실점으로 경기 흐름을 다시 내줘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LG의 승리 가능성은 더 컸다. 선발 투수 차우찬이 사사구 5개를 내주는 불안한 투구에도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고 기대하지 않았던 하위 타자 구본혁의 활약으로 상대 선발 투수를 무너뜨리고 필요한 득점을 했던 LG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그리고 올 시즌 침체기에 있었던 롯데라면 그대로 승부는 LG의 승리고 끝나는 흐름이었다.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7회 초 롯데는 LG 불펜진을 상대로 역전쇼를 연출했다. 2사 후 전준우의 볼넷 출루로 시작된 기회에서 4득점하면서 3 : 6으로 밀리던 경기를 7 : 6으로 역전시켰다. 롯데의 집중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LG 불펜진은 볼넷 3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고 결정적 실책이 나오면서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부상으로 선발 출전하기 못한 안치홍의 대타로 나서 2타점 적시 안타를 때려내는 등 벤치의 작전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LG 3루수 구본혁은 3점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의 활약을 했지만, 롯데에 역전을 허용한 결정적 실책으로 경기의 영웅이 될 기회를 잃고 말았다. LG는 전날 경기까지 연투한 필승 불펜진에 휴식을 주고 여건욱, 최동환 등으로 마운드를 이어갔지만,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단. 전날 롯데가 패했던 것처럼 LG 역시 불펜진과 수비에서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송승준에 이어 박시영, 오현택, 박진형까지 불펜진을 대거 활용하며 1점 차 리드를 지켰고 마무리 김원중이 9회 말 1사 1, 3루 위기에서 LG 대타 박용택과 중심 타자 김현수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하며 접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원중은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에서 침착하면서 과감한 투구로 큰 고비를 넘겼다. 직구고 공략당하지 포크볼과 커브 등 변화구를 적극 활용하는 등 유연한 투구로 짜릿한 세이브에 성공했다. LG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4번 타자 라모스의 공백을 다시 확인하는 경기였다. 

이렇게 롯데와 LG는 시즌 첫 대결에서 연 이틀 1점 차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양 팀 모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부 흐름을 놓지 않는 끈끈함을 보여주었다. 다만, 내용면에서도 실책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는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며 지난 시즌 최악의 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모습이고 LG는 상위권 팀으로 확고히 자리하고 있다. 롯데와 LG 모두 과거 엘꼴라시코라는 말을 적용할 위치는 아니다. 그보다는 롯데와 LG의 올 시즌 맞대결이 서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경기들이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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