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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의 흐름은 극단적 타고투저였다. 급속히 발전하는 타격 기술과 타자들의 힘에 투수들은 속절없이 눌리는 흐름이었다. 아마야구에서의 투수 자원 절대 부족이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 투수에 절대 의존해야 하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신과 맞물리면서 타고투저가 리그를 지배했었다. 

하지만 2019 시즌 투수들이 모처럼 기를 펼 수 있었다. 그동안 시행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고 스트라이크 존을 더 넓히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이러 적응하지 못한 타자들은 이전과 다른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힘을 키우는 벌크업이 유행처럼 번졌던 프로야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빗맞는 듯한 타구도 담장을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지난 시즌 정타가 아니면 홈런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는 타자들의 홈런수를 크게 감수시켰고 타격 지표의 인플레이션 현상도 완화하게 했다. 그와 함께 그동안 3할 타자가 흔했던 타격 성적도 하향 조정됐다. 이에 우리 타자들의 능력이 거품이었다는 비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국내 리그를 호령하던 타자들 상당수는 국제 경기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지난 시즌 공인구 반발력 조정에 따른 변화는 리그 수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이와 동시에 타자들에 눌렸던 투수들이 성적 면에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2020 시즌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각 팀들은 부상 방지와 체력적인 문제가 효율성 등의 이유로 그 중요도가 떨어졌던 기동력 야구를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다시 꺼내들기 시작했고 타자들의 벌크업 시도도 다소 주춤했다.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는 투고 타저를 예상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시즌 개막이 1달 이상 늦어지는 변수 속에 개막한 프로야구는 현재까지 타자들이 투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아직 시즌의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3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3할 타율을 넘어서고 있고 리그 홈런수도 크게 증가했다. 홈런 1위인 KT 로하스는 58경기에서 20홈런을 넘겼다. 이대로라면 50홈런도 가능하다. 그 밖에 홈런 2위 그룹도 16개의 홈런으로 그 페이스가 빠르다. 지난해 어렵게 주도권을 가져왔던 투수들이 고전하는 올 시즌이다. 

이에 대해 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오랜 문제점 외에 시즌 개막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던 부분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수들은 개막전 일정에 따라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개막 일정이 코로나 사태로 늦어지면서 끌어올렸던 컨디션을 다시 조절하기 어려웠다. 개막 일정의 변수가 생기도 불확실해지면서 다시 몸을 만들기도 어렵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애매했다. 이 과정에서 투수들은 분명 영향을 받았다. 또한, 외국인 투수 중 일부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입국이 늦어지면서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다는 점도 악재였다. 실제 자가격리 과정을 거친 외국인 투수들은 대체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파 투수들 중 2019년 시즌 후 열렸던 국제경기 프리미어 12에 참가했던 투수들이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세계야구 랭킹 12위 안에 포함된 국가들의 대항전이었든 프리미어 12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였다. 이에 대표팀 가능한 범위에서 최정에 멤버를 구성해야 했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김경문 감독을 중심으로 경험 많은 코치진이 꾸려졌고 리그 성적을 토대로 최적의 조합으로 대회에 나섰다. 그동안 야구 국가대항전에서 부진하면서 야구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황에서 대표팀은 보다 더 집중력을 가지고 대회에 임했다. 아쉽게 일본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시즌 수년간 무기력했던 대표팀과 달리 승리에 대한 강한 투쟁심을 보여준 대회였고 긍정적인 평가도 얻었다. 

분명 선수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 됐지만, 시즌 종료 후 참가한 국제 대회에 대한 후유증은 상존하는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프리미어 12 참가 투수들 중 상당수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투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양현종이다. 

올 시즌 12경기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5승 5패 방어율 5.65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 투수의 성적이 아니다. 지난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과 불운을 이겨내고 후반기 호투를 거듭하며 16승과 함께 방어율 1위를 차지했던 양현종이었지만, 올 시즌 그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아직 지난 시즌과 같은 반전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피홈런이 크게 늘었고 각종 지표가 우려스럽다. 

지난 시즌 부진 당시 누적된 피로가 이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시즌 후 프리미어 12에서 양현종은 대표팀 1선발 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인 만큼 정규리그 이상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경기 수는 많지 않았지만, 피로도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양현종은 180이닝 이상을 정규 시즌 투구했고 포스트시즌과 국제경기에도 나섰다. 올 시즌 후 오랜 꿈이었던 해외리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양현종이지만, 현재까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양현종 외에도 리그에서 귀한 우완 선발 투수로 지난 프리미어 12에서 큰 활약을 했던 두산 선발 투수 이영하도 지난 시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피안타율이 크게 증가했고 제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이닝 소화능력도 지난 시즌보다 떨어져 있다. 당연히 성적 지표도 퇴보됐다 현재 이영하는 3승 4패에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17승 투수의 모습이 아니다. 그와 함께 프리미어 12에 참가했던 베테랑 우완 투수 이용찬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산은 이영하의 부진과 이용찬의 공백으로 선발 마운드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의 좌완 선발 투수 차우찬도 4승 5패에 6점대 방어율로 고전하고 있다. 차우찬은 프리미어 12 당시 전천후 불펜 투수로 대표팀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올 시즌 차우찬은 시즌 초반 몇 경기 호투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LG는 외국인 투수 2인이 아직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차우찬까지 부진하면서 장점이었던 선발 마운드가 고민거리가 됐다. 다행히 임찬규, 정찬헌, 이민호 등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하면서 근근이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야수들의 부상과 함께 선발 마운드의 약화는 그들을 상위권에서 중위권 경쟁으로 밀려나게 하는 원인이 됐다.

이들 외에도 지난 시즌 세이브왕 하재훈은 부진을 거듭하면서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고 LG 젊은 마무리 고우석도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KIA의 젊은 마무리 문경찬은 2년 차 징크스를 이겨내고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지만, 최근 큰 부진 속에 흔들리고 있고 키움의 영건 이승호 역시 올 시즌 지난 시즌보다 퇴보된 모습이다. NC 마무리 원종현은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14세이브를 기록하곤 있지만, 투구 이닝을 늘어나면서 공략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는 조상우와 두산 불펜의 마지막 보루 함덕주는 이들과 달리 프리미어 12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지만, 대체적으로 프리미어 12 참가 투수들에게 올 시즌이 힘겨운 상황이다.

국제경기 참가가 부진의 절대적 원인이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타고투저의 흐름이 리그를 다시 지배하고 있고 투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던 코로나 시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 투수들의 체력 소모가 커지는 리그 상황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국내파 투수들의 부진은 투수들의 경쟁 부분 상위권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을 훨씬 늘려놓았다. 구창모라는 리그를 대표하는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했지만, 구창모 외에 국내 투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구창모는 지난 프리미어 12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경기 참가한 투수들의 부진 현상은 결코 흘려보내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시즌 후 몇 경기 안된다고 해도 다시 몸을 만들고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국가대항전은 정규리그 이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팀의 국제경기 부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지난 프리미어 12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했었다. 준우승의 성과가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영광을 함께했던 투수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규리그의 중반으로 향하는 시점에 투수들이 타고투저의 흐름을 다시 거스르는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특히, 프리미어 12에 참가했던 투수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이는 타자 우위의 불균형을 다시 돌려놓는 데 있어 중요하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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