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 순위 경쟁이 한창이지만,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 입단할 신인지명이 완료하며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각 구단의 연고지 우선 지명에 이어 9월 21일에는 2차 지명이 실시됐다. 그리고 1차 지명이 가장 유력했던 강릉고 좌완 투수 김진욱은 이변 없이 가장 앞선 지명 순번을 가지고 있는 롯데에 지명됐다.
강릉고 2학년 때부터 뛰어난 기량을 과시한 김진욱은 프로구단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김진욱은 안정감 있느 투구로 강릉고를 사상 첫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무기 슬라이더는 완성도 높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구속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고교시절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하지만 김진욱은 롯데에 절대 부족한 좌완 투수진을 강화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건 분명하다. 롯데는 김진욱에 이어 10명의 지명자 중 8명을 모두 투수로 채우는 이례적인 지명을 했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내야수 나승엽은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황으로 롯데와의 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 롯데로서는 2차 신인지명 카드를 모두 투수에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로서는 마운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 올 시즌 롯데 선발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 2명에 30대 후반의 베테랑 노경은, 20대 박세웅, 서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경은은 너클볼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더하며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미래까지 담보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세웅은 에이스의 자질을 갖추고 있고 올 시즌 긴 부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박세웅은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올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에 도전한 서준원은 사이드암으로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아직 경험 부족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미숙함이 있고 성장이 더 필요하다. 서준원 역시 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1군에 합류한 유망주 이승헌은 다음어야 할 구석이 여전이 많지만, 190센티 미터의 큰 키에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올 시즌 불펜진에서 활약도를 높이고 있는 최준용은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는 투수로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투수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후 가능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윤성빈도 아직 포기할 수 없는 투수 자원이다. 이렇게 언급된 투수들은 모두 우완 투수들이다. 여기에 모두 군 문제를 앞으로 해결해야 한다. 롯데로서는 유망주 투수들의 군 입대를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육성을 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유망주 풀을 더 확충했다.
김진욱은 이런 의미 외에 롯데의 좌완 투수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카드다. 현재 롯데 투수 엔트리 중 좌완 투수는 장원삼과 고효준이 있다. 이들은 모두 30대 후반의 베테랑이다. 이들 외에 김유영, 정태승, 한승혁 등 젊은 좌완 투수들이 2군에서 콜업되긴 했지만, 장원삼, 고효준 이상의 기량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뛰어나지 않고 제구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승부처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는 강력한 좌타자들이 타선의 중추를 이루는 현 프로야구 흐름에서 팀의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롯데는 승부처에서 좌타자를 상대할 좌완 투수가 절대 부족했다. 상대 타선에 부담을 줄 강력한 좌완 선발 투수도 없었다. 롯데는 2015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으로 두산으로 떠난 장원준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된 국내파 좌완 투수가 없다. 좌완 선발 투수 자리를 메워주던 외국인 투수 레일리가 떠나면서 올 시즌 롯데 선발 로테이션은 우완 투수로 채워졌다. 베테랑 좌완 장원삼이 대체 선발 투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대체 선발투수였고 긴 이닝을 맡기기는 무리가 있었다.
김진욱은 그만큼 롯데는 물론이고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 팬들은 지난해부터 김진욱에게 롯진욱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2차 신인 지명에서 롯데 팬들의 바람은 이변 없이 현실이 됐다. 롯데 팬들은 그가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실제 김진욱은 고교시절 선발 투수로서 역량을 보여주었다. 고교 2학년부터 많은 이닝을 투구했다는 점은 마음에 걸리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투구 이닝이 줄었다는 점이 어깨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롯데의 달라진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 김진욱의 성장에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투수 육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롯데는 올 시즌 최준용, 이승헌이라는 유망주를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투수로 성장시켰고 선발 투수 김원중의 성공적인 마무리 전환, 박세웅의 재활 성공 등 투수 육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진욱도 이런 시스템에서 당장 1군 전력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
김진욱을 비롯해 2차 신인 지명에서 투수에 올인한 롯데의 선택이 내년 시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당장은 김진욱의 성공적인 프로 안착이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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