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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알린 와일드카드전에서 4위 LG가 5위 키움을 누르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4위로 1승을 안고 와일드카드전에 나선 LG는 2번의 대결에서 1승 또는 1무승부만 해도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에 맞서는 키움에게는 2연승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양 팀은 치열했던 2위 경쟁에서 시즌 막바지 밀리면서 와일드카드전에 나서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마음속에 남은 아쉬움을 빨리 털어내는 것이 필요한 양 팀이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느 팀이 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경기에서 양 팀은 선발 투수들의 호투로 팽팽한 대결을 했다. LG 선발 투수 켈리는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키움 선발 투수 브리검도 6.1이닝 2실점 호투로 이에 못지않은 호투를 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 대결에서 시작한 대결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경기는 4시간을 훌쩍 넘겼고 연장 13회에 가서야 승패가 결정됐다.  마무리 투수를 포함해 불펜 투수들과 엔트리에 있는 야수들을 대부분 소진한 대 접전의 결과는 연장 13회 말 LG의 4 : 3 끝내기 승리였다. 

LG는 연장 13회 초 선발 투수 자원인 임찬규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에 키움은 1사 후 박병호의 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박동원의 적시 안타가 나오며 3 : 2 리드를 잡았다. LG의 마운드 승부수가 악수가 되는 듯 보였다. 키움이 승부를 2차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LG는 연장 13회 말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고 대타 이천웅의 내야 안타와 대주자로 경기에 출전했던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가 더해지며 극적인 승리를 했다. LG는 역대 와일드카드전에서 4위 팀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통을 지켰고 잠실 라이벌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대결을 하게 됐다. 

 

 



대접전을 승리한 LG의 환호 뒤에 키움은 쓸쓸히 그들의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키움으로서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고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며 순항했지만, 그들의 정규 시즌에서 받아든 결과는 5위였다. 절대 불리한 조건의 와일드 카드전에서 키움은 반전을 기대했지만, 2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울 수 없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 상승을 위한 승부수로 에이스 요키시를 활용한 탓에 그를 와일드카드전에 등판시킬 수 없었고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메이저리그 올스타 내야수 러셀도 시즌 후반기 부진을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재현했다. 이런 전력 약화는 패배의 큰 원인이 됐다. 

하지만 키움은 진짜 문제는 어떻게 보면 내부에 있었다. 키움은 시즌 내내 부상 선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심 타자 박병호가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정후, 김하성, 서건창 등 리그 상위권의 타자들과 재능 있는 야수들의 다수 보유하고 있는 키움의 두꺼운 야수진이 박병호의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보였지만, 박병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박병호는 성적뿐만 아니라 팀 내 구심점으로 큰 역할을 했다. 와일드카드전에서 박병호는 1 : 1에서 2 : 1로 앞서가는 솔로 홈런을 LG 에이스 켈리로부터 때려냈고 13회 초 2 : 2에서 3 : 2로 앞서가는 데 있어 발판을 마련한 안타를 때려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병호가 4번 타자로 자리하면서 키움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더 높이는 모습이었다. 시즌 중 박병호의 장기간 부상 공백은 키움에게는 큰 아쉬움이 이었다.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들의 역할이 미미했다. 시즌 개막과 함께 한 모터는 부진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방출됐고 그를 대신한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은 러셀 역시 한때 반짝 한 이후 공수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그는 와일드카드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했고 교체 출전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박병호 외에도 키움은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 계속됐다. 특히, 키움이 큰 강점이라 여겼던 마운드의 부상 도미노가 우승 도전에 발목을 잡았다. 선발 원투 펀치의 한 축을 담당할 브리검이 부상자 명단을 수차례 오갔고 최원태, 한현희, 이승호 등 국내파 선발 3인도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일이 많았다. 

좌완 에이스 요키시가 방어율 1위에 오르며 분전했지만, 그 역시 시즌 막바지 누적된 피로에 페이스가 떨어졌다. 키움은 불펜진 활용을 극대화하며 버텨냈고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마무리 조상우와 불펜 에이스로 기대됐던 안우진도 부상으로 일정 공백이 있었다. 또한, 지난 시즌 키움을 한국시리즈에까지 이끌었던 불펜진 역시 그때의 위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서 키움은 손혁 감독을 중심으로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시즌 후반기 ㅊ키움은 3위권을 유지했다.  실내 구장인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탓에 잔여 경기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불리함에도 여전히 순위 상승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키움이었다. 

마지막 힘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키움은 손혁 감독이 돌연 사퇴하며 충격에 빠졌다. 10경기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 감독의 사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혁 감독의 사퇴를 두고 팀 내 이런저런 알력 다툼과 구단 수뇌부의 월권 행사는 키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가뜩이나 키움은 지난 시즌 이장석 전 대표가 법적 처벌을 받고 구단 지분을 둘러싼 문제로 뉴스에 중심에 서야 했다.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장정석 감독을 대신해 손혁 감독을 선임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않았다. 

이런 내부의 문제를 안고도 키움은 강력한 전력을 구성했고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다. 정규 시즌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키움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다. 잔여 경기 일정이 크게 적다는 건 포스트시즌에서 더 힘을 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전제조건은 팀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키움은 올 시즌 영입한 감독을 사실상 경질하고 프로야구 코치 경험이 거의 없는 감독대행 선임이라는 파격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충격요법으로만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보였지만, 한번 떨어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와일드카드전 1차전에서 키움의 코치진은 투구 수에 여유가 있었던 선발 투수 브리검을 2 : 1로 앞선 상황에서 다소 일찍 마운드에서 내리고 불펜 필승카드 안우진을 7회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렸지만, 안우진은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코치진을 이끄는 감독대행의 선택이 실패한 장면이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에이스 요키시를 선발 투수로 내세운 전략도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손혁 감독까지 내치며 사실상 팀 경기 운영에 적극 개입한 구단 수뇌부의 전략적 실패라 할 수 있었다. 결국, 키움은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 채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문제는 키움 내부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단 경영권과 지분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은 진행형이고 법적 다툼이 더해지면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구단 운영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구단 이미지 추락도 걱정스럽다. 키움은 시즌 1차 지명 선수 장재영에게 역대 최고 수준인 9억원의 계약금을 안기는 등 정상적 팀 운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 곪은 문제는 여전히 키움에게 큰 위험요소다. 또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김하성의 포스팅 이후 전력 강화 문제 외국인 선수 구성 등 내년 시즌을 대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구단의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팀을 위해 구성원이 하나로 뭉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키움에 존재하는지는 미지수다. 시즌 막바지 팀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베테랑 이택근이 제대로 된 은퇴식을 치르지 못하고 선수들이 마련한 은퇴식과 함께 팀과 작별하는 장면은 키움 구단의 현재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정상적인 구단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팀에 대한 자부심과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키움으로서는 비정상적인 구단 운영을 정상화하고 보다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구단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 시즌 반복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파행적인 모습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모습이 유지된다면 키움은 우승 전력이라는평가를 받으면서도 아쉬움을 시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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