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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과 내년 시즌을 위한 오프시즌이 공존하는 특이한 상황이 올해 11월의 프로야구다. 각 구단단을 빠르게 내년 시즌을 함께 할 선수들의 추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선수들이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방출이라 표현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도 다소 포함되어 있다. 각 구단들은 보다 야구팬들이 놀랄 정도로 과감하게 선수들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중요한 구단 운영의 트렌드로 자리한 저비용 고효율 기조와 내부 육성 강화 기조에 코로나 사태로 파생한 재정 어려움이 겹치면서 구단들은 비용 대비 가치를 내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아직 경쟁력 있는 베테랑들을 방출 선수로 내몰리게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다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상당수가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화에서 방출된 외야수 이용규는 빠르게 새 팀을 찾았다. 이용규는 방출 후 키움과 내년 시즌을 위한 계약을 했다. 계약조건은 올 시즌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다시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이용규는 방출 선수 중 새로운 팀을 찾을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였다. 올 시즌 한화의 주전 외야수 겸 주장으로 규정 타석을 채웠다. 성적도 준수했다. 이용규는 0.286의 타율에 홈런은 1개에 불과했지만, 120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0.381의 출루율에 17개의 도루가 있었다. 테이블 세터로서 한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59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삼진은 36개로 뛰어는 볼넷대비 삼진 비율을 보였다. 용규놀이로 불릴 정도로 많은 파울 타구를 양산하는 투수와의 끈질긴 승부도 여전했다. 

지난 시즌 구단과의 마찰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준 시즌이었다. 여기에 이용규는 팀 주장 역할을 하는 리더십도 있었다.  이런 이용규였지만, 구단의 세대교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많은 나이도 원인이 있었지만, 팀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올 시즌까지 통산 타율 3할을 넘기고 있고 얼마 전까지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도 활약했던 베테랑이 허무하게 그의 경력이 마무리될 수 있는 위기에서 키움이 그와 손을 잡았다. 키움은 이용규 영입을 서둘러 발표했고 그를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넣었다. 그동안 키움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우선 제공하고 내부 육성을 중요시하는 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테랑 이용규의 영입은 다소 의외였다. 

이유는 있었다. 올 시즌 키움은 외야진의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채우기 위해 외야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야수 모터를 영입했지만, 기량 미달로 시즌 초반 그를 교체했다. 키움은 그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로 내야수 러셀을 택했다. 

키움은 내야수 김혜성을 좌익수로 기용하는 임기응변으로 외야의 허전함을 채웠다.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외야수 박준태가 낮은 타율에도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기록하며 외야의 허전함을 채웠지만, 국가대표 외야수 이정후를 제외하면 풀 타임 외야수 자리를 확실히 채울 선수가 부족했다. 기존의 임병욱, 박정음, 김규민의 기량은 정체 현상을 보였고 변상권, 박주홍 등 신예들의 기량이 기복이 있었다. 우타 거포형의 외야수 허정협 역시 정확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더해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러셀은 외야 부족에도 그를 영입한 효과가 무색하게 공. 수에서 존재감이 부족했다. 강타선의 키움이지만, 올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에서 키움의 공격력은 아쉬움이 있었다. 외야의 공격력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경험이 풍부하고 출루율과 공격력을 갖춘 외야수 이용규는 키움의 전력을 강화할 영입이 될 수 있었다. 내년 시즌에도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키움으로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 영입은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용규는 큰 경기 경험과 함께 키움에 필요한 높은 출루율과 상대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수 읽기 능력이 있다. 키움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었다. 키움은 출루율이 높은 박준태를 대안으로 삼았지만, 2할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준태는 하위 타선이 더 어울리는 타자였다. 

이용규는 테이블 세터진에서 키움의 중심타선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이에 따라 기동력 저하가 우려되지만, 20개 안팎의 도루를 할 수도 있다. 키움의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홈런이 타 구장에 비해 덜 나오는 홈구장 고척돔의 특성을 고려하면 좌우중간을 뚫어낼 수 있는 이용규의 타격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깨는 강하지 않지만, 빠른 발과 경험에서 나오는 수비 능력도 외야에 플러스 요인이다. 이용규의 영입은 키움의 필요성도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용규는 크게 삭감된 계약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대신 키움은 이용규에게 나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다. 한화에서 이용규는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거는 구단 방침에 전력에서 인위적으로 배제되기도 했고 역할 비중이 축소되기도 했다. 이는 구단과 그의 마찰을 불러왔다. 이용규로서는 공정한 경쟁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키움 역시 외야의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에 더해 젊은 선수들이 성장까지 이용규가 디딤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지만, 외야에는 이정후 외에 아직 확실한 주전급 유망주가 부족하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내야와 외야를 겸했던 김혜성은 내년 시즌 내야수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유망주들의 병역 이행 시간도 필요하다. 올 시즌 풀 타임 소화능력을 보여준 이용규라면 키움에게는 필요한 외야 자원이다. 

이용규와 키움의 필요에 의한 이 만남은 이제 이용규가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지가 그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규가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올 시즌 정도의 활약만 해준다 해도 키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용규 역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용규가 기대대로 활약한다면 베테랑들에 대한 인식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용규의 사례는 30대 후반이면 원치 않게 전력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일상이 된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들면 기량이 떨어지고 점점 팀 주축에서 밀려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전력에서 임의적으로 배제되고 경쟁의 기회마저 잃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이용규는 운이 좋은 경우지만, 상당수 베테랑들이 월등한 기량이 아니라면 쓸쓸한 현역선수 마무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단들의 선처를 기다리기 보다 선수들의 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함께 따라야 한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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