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기간 또 다른 이슈가 등장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011년부터 시행하던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제도 도입 당시 신생구단이었던 NC와 KT의 선수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2차 드래프트는 몇 번의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현재 기준으로 각 구단마다 40명의 보호 선수를 정하고 그 외 선수들에 대해 리그 성적 역순으로 지명하여 영입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 중요 골자다.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팀에 1라운드 3억 원 2라운드 2억 원 3라운드 이후 1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NC와 KT는 전력에 필요한 선수를 다수 영입할 수 있었다. 각 구단 간의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수단도 될 수 있었다. 이후에도 2년마다 열리는 2차 드래프트는 스토브리그에서 중요한 전력 보강의 수단이었고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었다. 

2차 드래프트는 경쟁력이 있지만, 해당 팀 사정으로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나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팀이 지명을 받는다는 건 출전 기회의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했다. 구단들 역시 팀에 필요한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기회였다. FA 금액이 치솟고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않는 리그 현실에서 2차 드래프트는 선수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2차 드래프트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비판이 크다. 각 구단들이 적지 않은 영입 비용을 지급하고 영입한 선수 중 성공 사례가 많았음을 지적한다. 이 때문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2차 드래프트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최근 2차 드래프트에서는 지명권을 포기하는 구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점점 구단 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는 구단들로서는 2차 드래프트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선수 육성을 통한 전력 강화가 중요해지면서 외부로부터의 선수 영입에 더 신중해지는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다.

이는 2차 드래프트의 선수 유출의 불균형과 연결된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특정 팀의 선수 유출이 많았다. 두산과 키움이 대표적이었다. 두산과 키움은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구단이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고 보호해야 할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한정된 보호선수 범위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는 다수의 선수가 타 팀으로 떠나는 일을 바라보게 했다. 반대로 이들 구단은 타 팀에서 영입할 선수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특히, 2차 드래프트로 가장 많은 선수가 유출된 두산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키움은 2차 드래프트가 부족한 구단의 재정을 보충하는 기회가 됐다. 

이런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있지만, 선수 육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구단의 자산이 선수들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유출되는 건 해당 구단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애써 육성하던 유망주들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타 팀으로 이적은 해당 구단의 미래가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역으로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적은 선수를 유출한 구단은 그만큼 선수 육성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용론이 커지던 2차 드래프트는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기존의 문제점과 함께 트레이드가 이전보다 활성화되면서 선수 이동이 폭이 넓어졌고 구단들의 전력 불균형이 크게 줄었다는 점 등을 들어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KBO 이사회에서 폐지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선수협은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제도의 존속 또는 이에 상응하는 또 다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자칫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 제도는 메이저리그의 룰 5 드래프트 제도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 룰 5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한 선수들 중 일정 연차 이상의 선수들이 성적 역순으로 타 구단의 지명을 받아 팀을 옮길 수 있도록 한다.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일정 보상금을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하고 대신 영입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해애 한다. 만약, 영입한 선수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제외하면 원 소속 구단이 영입 금액의 반 정도를 지급하고 다시 재영입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유망주 선수들은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묵힐 수 없도록 하고 선수들의 원활한 이동과 기회 제공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구단보다는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더 큰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상 규모도 크지 않고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등록을 강제하면서 구단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소지를 줄였다.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가장 큰 소망인 메이저리그 로스터 등록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반길 수 있는 제도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일정 등록 이력이 있는 선수는 은퇴 후 일정 나이가 경과하면 선수연금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2차 드래프트는 1군 등록 강제 규정이 없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수시로 1군과 2군을 오갈 수 있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메이저리그에 비해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큰 편이다. 즉, 우리 2차 드래프트는 구단 운영의 측면이 더 강하다 할 수 있다. 제도의 유사성이 있지만, 메이저리그와 우리 리그의 제도를 운용하는 관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 풀이 워낙 방대하고 구단들의 수나 그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다. 우리 프로야구는 여전히 모기업의 자금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고 리그의 자생력이 부족하다. 이런 취약한 구조는 2차 드래프트의 중요한 취지인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등안시 하는 원인이 됐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구단들의 재정상황을 크게 악화된 현실에서 2차 드래프트의 폐지를 막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프로야구 리그에서 선수들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선수들의 없는 리그는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이 줄어드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2차 드래프트의 폐지보다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보완하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대상 선수의 범위를 보다 세분화하는 부분이나 보상금액의 현실화, 무엇보다 해당 선수가 유니폼만을 갈아입는 수준이 아닌 1군 출전 보장 등의 강제 규정을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폐지만을 위해 논의를 하는 건 리그 발전의 대의에 어긋난다.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일정 연차 이상의 되면 자유계약 권리를 주는 등 2군 선수들의 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마련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FA 자격을 얻는 것 외에는 구단 간 결정에 의한 트레이드 외에 선수들이 이동이 막히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수 이동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으로 리그의 폐쇄성을 조금씩 풀어가는 전향적인 논의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2차 드래트는 폐지는 구단들의 관점으로만 이 사안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재능있는 선수들의 제도에 막혀 그 재능을 발위할 수 없다는건 리그발전의 측면에서 큰 불행이다. 리그 발전이라는 중요한 틀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아야지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가 많다고 상당한 순기능이 있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드래프트제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신중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사진, 글 : jihuni74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