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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롯데는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타 팀에 비해 컸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가 큰 탓도 있었지만, 1군과 2군의 구분을 명확히 한 측면도 있었다. 2군 선수를 과감히 1군에 기용하며 기량 향상을 도모하고 팀 내 경쟁을 촉진하는 최근 프로야구 흐름과 달리 롯데는 1군 엔트리 구성을 주전과 백업의 역할을 구분하고 2군에서 기량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들을 백업 멤버로 활용했다. 팀 내 유망주들은 1군에서 벤치 멤버로 활용하기보다는 2군에서 보다 많은 경기를 하면서 경험을 쌓도록 했다. 

나름 합리적 선택으로 보였지만, 롯데는 1군 경기에서 백업 멤버 활용이 극히 부족했다. 단적인 예로 롯데의 주전 유격수 마차도는 체력 부담에 대한 우려에도 전 경기를 휴식 없이 치렀다. 신본기라는 백업 내야수가 있었지만, 출전 경기 수는 극히 미미했다. 신본기는 시즌 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지성준은 시즌 전 연습경기 뜨거운 타격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그의 타격 능력을 고려해 1군 멤버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롯데는 그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의 트레이드 영입을 주도한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성준은 사생활 문제로 징계를 받고 시즌 아웃되기까지 했다. 

이들 외에도 롯데는 백업 선수 활용에 인색했다. 1군에 포함되었던 백업 선수들은 말 그대로 백업이었다. 그 백업 선수들 중 상당수는 시즌 후 방출됐다. 이를 통해 롯데는 2군에서 주로 있었던 젊은 선수들의 1군 활용을 강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외적인 선수도 있었다. 롯데 내야수 오윤석은 올 시즌 깜짝 활약으로 주전을 위협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오윤석은 시즌 초반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6월이 돼서야 1군에 진입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오윤석은 6월 한 달 3할대 중반의 타율로 활약했다. 2루는 물론이고 3루와 1루 수비까지 할 수 있는 멀티 수비 능력은 선수 운영의 유연성을 더해주었다. 당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주전들을 위협할 수 있는 오윤석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윤석은 불의의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약 한 달 후 다시 1군에 복귀한 오윤석은 8월을 지나 9월에 타격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보였다. 9월 한 달 오윤석은 4할을 훌쩍 넘어서는 타율을 기록했다.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끈질긴 선구안과 투수와의 승부는 눈에 보이는 성적 이상으로 팀에 플러스 요소였다. 그 기세를 이어간 오윤석은 10월 4일 한화전에서 프로야구 통산 27번째 팀 통산 2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경기에서 오윤석은 만루 홈런 포함 7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윤석은 이를 통해 그의 이름을 프로야구 팬들에게 확실히 알렸다. 9월부터 시작된 오윤석의 활약은 FA 2루수 안치홍을 벤치 멤버로 밀어낼 정도였다. 4할을 넘는 타율을 유지하는 타자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면서 뜨거웠던 타격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윤석의 올 시즌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오윤석은 1군에서 63경기 출전에 0.298의 타율에 4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뜨거웠던 9월의 기록은 시즌 성적 이상의 임팩트가 있었다. 평균 타율을 훨씬 뛰어넘는 0.378의 득점권 타율과 0.388의 높은 출루율까지 그의 성적은 성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함이 있었다. 그의 올 시즌 연봉 4,000만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가성비를 보였다 할 수 있었다. 

오윤석의 프로선수 생활을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대졸 선수로 2014시즌 롯데에 입단했다. 그만큼 프로야구 선수 출발이 늦었다. 2015 시즌부터 1군 경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그 중간에 상무에서 군 복무도 해야 했다.  제대 후 2018, 2019 시즌에도 그의 위치는 불안정했다. 이대로라면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었다. 

2020 시즌 오윤석은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1992년생인 그로서는 뒤늦은 나이에 반전을 이룬 시즌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오윤석은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내년 시즌 롯데 내야 구상에도 오윤석은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내년 시즌이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하기는 어렵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필수다. 그의 주 포지션은 2루수는 안치홍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안치홍은 올 시즌 부진했지만, 롯데가 FA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다. 안치홍에 대한 투자를 한 롯데는 그를 활용해야 한다. 2년 후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안치홍으로서는 계약 2년째가 되는 내년 시즌 활약이 그의 입지를 좌우할 수 있는 큰 동기부여 요인이 있는 안치홍이다.

또한, 3루수 자리는 롯데가 무한 기대를 하고 있는 젊은 내야수 한동희가 버티고 있고 유격수는 대체 불가 선수 마차도가 있다. 1루수는 이대호와 이병규 두 베테랑에 1루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정훈이 있다. 정훈은 역시 오윤석과 비슷하게 올 시즌 반전을 이뤄내며 팀 내 입지를 강화했다. 여기에 롯데 내야진은군필 유망주 김민수와 다수의 20대 유망주들이 있고 대형 신인 나승엽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오윤석으로서는 올 시즌 활약이 그의 존재감을 크게 높였지만,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건 아니었다. 오윤석은 한층 더 강해진 1군 엔트리 진입 경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한, 올 시즌 놀라운 활약에도 경기를 치르면서 매 경기 선발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 조짐도 있었고 상대 분석과 약점 공략에 타율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름이 알려진 만큼 그에 비례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오윤석이다. 

하지만 오윤석의 올 시즌은 무명의 시간을 이겨낸 결과물로 우연과는 거리가 있다. 힘든 시간을 거친 만큼 절실함도 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제는 프로야구 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쌓인 내공과 그의 절실함은 앞으로 더 나은 그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오윤석은 멀티 수비 능력과 함께 공격력을 갖춘 장점 많은 선수다. 오윤석이 올 시즌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롯데는 내야진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가 주전이 아니라 해도 만능 백업으로 역할을 해준다면 주전 내야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신인급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올 시즌 재발견된 오윤석은 그뿐만 아니라 롯데에게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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