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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기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내년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FA 시장은 대형 선수들의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그 끝을 향하고 있고 신임 감독 선임에 이은 코치진 개편,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작업이 한창이다. 과감한 트레이드의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분주한 스토브리그 분위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내부의 문제로 한 발 멀어져있다. 히어로즈는 시즌 후 신인 감독을 선임해야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유력 후보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대표이사 공백 상황도 길어지고 있다. 키움은 올해 안에 대표이사 선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신임 감독 선임도 함께 늦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키움은 감독 공석 상태로 마무리 훈련을 했다. 

더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현대 유니콘스와 지금의 히어로즈에서 모두 선수 생활을 하며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레전드 이택근에 의한 팬 사찰 문제 제기와 구단의 선수단에 대한 갑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택근은 과거 후배 선수에 대한 폭행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고 2019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올 시즌 대폭 삭감된 연봉에도 팀에 합류한 이택근은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섰지만, 이후 2군에 머물며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택근은 시즌 막바지 쓸쓸히 은퇴 의사를 밝히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택은 논란이 있었지만, 구단 역사와 함께 한 선수다. 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현금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FA 계약으로 히어로즈로 돌아온 보기 드문 스토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배 폭행 사건과 함께 팀 전력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구단과의 결별 과정에서 이택근과 구단 사이의 갈등이 외부로 불거졌다는 점이었다. 이후 그 문제는 잠잠해지는 듯 보였지만, 시즌 후 이택근이 언론을 통해 구단의 팬 사찰과 갑질 등의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이택근은 이와 관련한 KBO의 징계를 신청했고 KBO가 이를 심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태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그동안 히어로즈 구단에 잠재된 문제들이 그 원인이라는 점이다. 구단의 팬 사찰 문제와 선수단에 대한 갑질 문제는 최근 구단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허민 이사회 의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미국에서 너클볼을 배워 선수 도전을 하기도 했고 지금은 사라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전 감독을 포함해 프로구단 못지않은 코치진 구성에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퓨처스 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고 소속 선수들 중 일부가 프로 1군 선수로 계약하기도 했다. 고양 원더스는 얼마 안가 해체되는 비운을 맞이했지만, 프로야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온건 사실이었다.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던 허민 의장은 이장석 대표가 비리와 형사고소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투옥되면서 경영권 공백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야구계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그가 구단 경영에 관여한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이후 히어로즈는 과거 이장석 대표 체제 속 인사들과 허민 의장 측 간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이 사실상 결정되고 올 시즌 손혁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여기에 시즌 중 허민 의장이 팀 연습경기에서 자신의 공을 키움 선수들의 때리도록 지시했다는 소위 공놀이 사건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구단을 사유화하는 일이고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프로야구단을 자신의 사적 영역에 포함해 이용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일이었다. 

이일은 이후 잠잠해졌지만, 이택근에 의해 당시 상황을 촬영한 키움 팬을 구단 차원에서 조사하고 그 팬을 알고 있는 이택근에게 일정 압력을 가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는 시즌 중 손혁 감독의 돌연 사퇴와 코치 경험이 없는 30대 감독대행의 선임이라는 파격을 단행한 키움의 행태에 허민 의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논란이 더해지며 구단 사유화에 대한 논란을 다시 우고 있다. 이택근의 문제 제기는 그의 이력을 떠나 구단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히어로즈 구단의 불안전한 상황과 연결된다.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권 문제는 아직 미해결 상황이다. 구단 지분과 관련한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법적 다툼을 결론이 내려졌지만, 지분 정리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야구계에서 퇴출된 이장석 전 대표지만, 그는 여전히 구단의 최대주주다. 과거 투자 계약에 근거해 구단의 지분을 요구하는 투자자와의 관계는 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장석 전 대표와 허민 의장 간의 관계도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구단 경영의 불확실성은 구단 존립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이런저런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네이밍 스폰을 받아 운영되는 구단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는 현재 메인 스폰서인 키움증권과의 관계도 흔들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히어로즈 구단은 재정적 어려움을 큰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주전 선수들의 현금 트레이되는 아픔이 있었다. 이후 안정적인 스폰서 계약과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자립기반을 만들었지만, 운영 과정에서의 각종 비위가 드러나는 명암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히어로즈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야구 전문 기업으로 독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논란은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프로야구단은 일종의 공공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 기준에 의한 운영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그동안 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심지어 구단 운영에 따른 수익이 소수의 인사들에게 집중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히어로즈 경영진들이 야구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문제는 히어로즈 구단과 관련한 각종 논란은 말끔히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구단 운영에서 모기업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타 구단 역시 알게 모르게 야구와 무관한 인사들이 야구단을 흔드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야구 전문 기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모기업 산하의 구단이 아닌 독립적인 구단이다. 더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다. 히어로즈 구단의 모습은 파행적 기업 운영과 너무 닮아있다. 이는 존재 이유마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구단 운영에 의지가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구단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가지게 한다. 

히어로즈 구단은 어려 현안이 있다. 주력 선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포스팅 과정에 있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무리해야 한다. 선수단 구성도 다시 해야 한다. 구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결책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를 주도할 대표이사와 감독 등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히어로즈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일이다. 특히, 여러 우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구단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지는 건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서울연고에 고촉돔이라는 인프라를 갖추고도 인기 구단과는 거리가 있는 히어로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비호감도를 높이는 주체가 구단 수뇌부라는 점은 히어로즈의 아픈 부분이다. 스토브리그 기간 히어로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현재로서는 긍정적 전망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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