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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 시장의 온도가 크게 달라졌다. 대어급으로 평가되던 선수들이 하나 둘 계약을 하면서 달아올랐던 열기는 두산이 떠나보낸 최주환, 오재일에 대한 보상 선수 지명을 끝으로 식었다. 아직 FA 시장에는 9명의 미계약자가 남아있지만, 이들의 계약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해를 넘길 가능성도 크다. 

예견된 일이었다. FA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최근 뚜렷했다. 팀 전력을 확실히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경쟁이 붙으면서 계약 금액이 크게 치솟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원 소속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결정하는 처지였다. 선수와 구단의 눈 높이가 크게 다르면 협상은 원활하지 않았다. 보상 선수 규정은 선수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요소가 됐다. 이는 구단 우위의 시장 구조를 만들었다. 구단은 급할 게 없었다. 길어진 협상 속에 선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던지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실제 은퇴에 이른 선수도 있었고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일도 있었다. 

올 시즌 FA 시장은 현 연봉 수준 등을 고려해 FA 등급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선수는 보상 선수 규정에 벗어날 수 없었다. 현재 계약하지 못한 선수들은 보상 규정이 발목을 잡는 모습니다. 여기에 구단들의 선수 육성 기조가 강하고 선수 영입에 있어 오버 페이를 자제하는 흐름도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냉정한 흐름 속에 선수들은 원소속 구단과 지루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명의 FA 선수가 있었던 두산은 최대어로 평가됐던 내야수 허경민과 외야의 핵심 선수인 정수빈을 잔류시키면서 전력 약화를 최소화했다. 애초 자금력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두산이었지만, 잡아야 할 선수들에게 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안기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은 공격력을 갖춘 2루수 최주환과 거포 1루수 오재일을 각각 SK, 삼성에 내줬지만, 군필 내야수인 강승호, 박계범을 보상 선수로 받아들이면서 내야진의뎁스를 강화했다. 일정 공격력 약화를 우려되지만, 두산의 두꺼운 선수층은 우려보다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두산의 FA 선수들과의 협상은 다른 분위기다. 두산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유격수 김재호와 두산 마운드를 오랜 기간 지켜온 좌완 선발 투수 유희관, 선발과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우완 투수 이용찬이 남아있다. 김재호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부담이지만, 올 시즌 공. 수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였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분전했다. 아직은 두산에서 그를 대신할 유격수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 우려가 남아있다. 대형 계약을 체결한 허경민, 정수빈이 30대 초반 선수임을 고려하면 김재호에 대한 가치 평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타구단의 김재호에 대한 관심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두산은 1985년생으로 내년이면 30대 후반인 김재호에게 장기 계약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분명 선수와 구단 간의 온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김재호는 아직 유격수로서 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두산이 유희관, 이용찬보다 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유희관과 이용찬은 김재호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유희관은 2013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10승 이상을 해내는 꾸준함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유희관은 방어율이 크게 치솟았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130킬로 언저리의 직구로도 선발 투수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였지만, 서서히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그의 기록이 넓은 잠실 홈구장과 두산의 강력한 야수진이 조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타 팀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두산은 마운드에서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올 시즌 돋보였다. 유희관을 대체할 자원이 있다는 점도 유희관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이용찬은 기량은 인정받고 있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장기간 재활을 하는 부분이 걸림돌이다. 30대 나이에 수술 후 본래 기량을 되찾을지 확신할 수 없다. 유희관보다 상대적은 적은 나이가 강점이지만, 부상 회복에 대한 우려가 그에 대한 타 구단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렇게 두산의 FA 선수들은 허경민, 정수빈과 다른 조건 속에 어려운 협상을 하고 있다. 두산 잔류가 유력하지만 원하는 계약을 하기는 쉽지 않다. 두산 외의 FA 선수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의 간판타자인 이대호는 팀 내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롯데가 잡아야 할 선수지만, 기량 저하가 불가피한 나이고 최근 선수협 회장 재임시발생한 문제로 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20홈런 110타점으로 여전한 생산력을 보여주었지만, 그의 연봉 25억 원을 고려하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결과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대호에 의존할 수 있는 롯데가 아니다. 최근 롯데는 팀 운영 기조가 효율성을 높이고 세대교체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대호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최형우의 3년간 47억 원 수준 이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왕 타이틀을 포함해 이대호보다 뛰어났다. 롯데가 이대호의 눈 높이에 맞는 계약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 2017년 4년간 15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FA 계약으로 해외리그에서 롯데로 복귀했을 때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다. 롯데와 이대호 모두 선뜻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LG의 좌완 선발 차우찬은 두 번째 FA 자격을 행사했지만, 지난 4년간 활약이 기대를 충족했다 하기 어렵고 올 시즌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부상 회복이 필요한 차우찬에게 타 팀이 오퍼를 하기 어렵다. LG는 차우찬이 건강하다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지만,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와 부상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 올 시즌 영건들이 성장하면서 선발 투수 자원도 늘었다. 이는 차우찬과 LG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의 FA 선수인 내야수 이원석, 투수 우규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모두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분위기는 어둡다. 이원석은 잦은 부상이 아쉽고 올 시즌 성적도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 기량이 떨어진 나이에 접어든 이원석이고 삼성은 다수의 유망주 야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오재일이라는 강력한 거포 1루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팀 내 입지가 줄어든 이원석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우규민은 지난 4년간 활약이 실패한 FA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부족함이 있었다. 선발 투수로 영입됐지만, 부진하면서 불펜 투수로 전향해야 했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 좋은 모습이었지만, 올 시즌 방어율 등 각종 지표가 나쁘게 변했다. 기량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아나이에 삼성 불펜진은 다수의 자원이 있다. 우규민 역시 삼성이 제시한 조건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의 베테랑 불펜 투수 김상수는 불펜진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다. 지난 시즌에서 무려 40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팀이 필요할 때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고 올 시즌도 필승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직 충분히 불펜 투수로 경쟁력이 있지만, 기복이 있는 투구와 함께 지난 시즌 많은 투구를 한 후유증 탓인지 올 시즌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키움이 김상수에 앞서 불펜 투수 이보근과의 FA 계약이 실패한 계약이 되었다는 점도 김상수에게 불리하다. 나이에 따른 부담은 보상 선수를 내주고 그를 영입할 구단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직 대표이사는 물론, 감독까지 공석이고 팬 사찰 의혹 등 구단의 복잡한 내부 사정도 본격적인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키움 불펜진에서 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키움 잔류 가능성이 크다.

이번 FA 시장도 파티 후 적막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남아있는 FA 선수들에게 시장은 냉기만 가득하다. 선수로서의 권리를 행사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선택지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과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 선수들은 여전히 1군에서 주전으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한 보상 선수 규정이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FA 거품도 문제지만, 선수 이동을 제한하는 FA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 필요성에 대한 한 번 더 고민하게 하고 있다. FA 시장의 풍경이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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