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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베테랑 투수 노경은은 프로야구 현역 선수 중 가장 사연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03 시즌 두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노경은은 올 시즌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그는 올 시즌에도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풀 타임을 소화했다. 

올 시즌 노경은은 25경기 등판했고 5승 10패 방어율 4.87을 기록했다. 우수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전 1년여의 경기 공백이 있었고 올 시즌 중간에 부상 공백도 있었다. 선발 투수로서 11번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음을 고려하면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다. 그의 역할이 주로 4번이나 5번 선발 투수였다. 부진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시즌이었다. 오히려 우리 리그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구종인 너클볼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 비중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리그 추세에서 노경은은 자신을 변화시키며 스스로 가치를 높였다 할 수 있다. 

노경은은 입단 당시 최고 유망주 투수였다. 2003 시즌 그는 두산의 1차 지명 선수였다. 하지만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노경은은 두산에서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만년 유망주였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더는 유망주라 할 수 없는 시점에 노경은은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2 시즌 노경은은 12승 6패 방어율 2.53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다음 시즌에도 노경은은 2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그의 성공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후 노경은은 깊은 부진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4 시즌 3승 15패 방어율 9.03의 부진을 보인 노경은은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불펜 투수로서의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두산은 그에게 계속 기회를 주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점점 노경은은 팀 전력에서 배제되어 갔다. 그 과정에서 구단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구단의 트레이드에 반발해 은퇴를 선언하는 돌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두산과 노경은의 불편한 관계는 2016 시즌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정리됐다. 두산은 롯데로 노경은을 보냈고 롯데는 고원준을 두산으로 보냈다. 고원준은 롯데가 뒷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히어로즈로부터 영입한 우완 투수로 장래가 기대됐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노경은 역시 두산의 유망주였지만, 서로 등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두 구단은 서로에서 부담스러운 선수를 교환했다. 롯데는 노경은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분위기가 바뀌면 반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20대 고원준과 30대 노경은의 트레이드는 롯데가 손해라는 의견이 많았다. 노경은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도 이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노경은 2016 시즌 2승 12패 방어율 6.85의 부진한 성적에도 롯데에서의 등판은 투구 내용이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다. 승운이 지독히 따르지 않으면서 패전을 쌓은 측면도 있었다. 다음 시즌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그렇게 온전히 롯데 선수로 시즌을 시작한 2017 시즌, 노경은은 부활 대신 부진에 빠지며 주로 2군에 머물러야 했다. 

노경은은 1군에서 9경기 마운드에 올라 2패만을 기록했다. 방어율은 11.66으로 최악이었다. 그 해 노경은은 선발 한 선발 등판 경기에서 코치진의 엔트리 작성 실수로 지명타자 겸 4번 타자 이대호가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투수 겸 4번 타자로 나서는 진풍경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마침 노경은은 그 경기에서 시즌 중 가장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었다. 두 번의 타석에서 노경은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해프닝이었고 노경은은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2017 시즌 노경은이 팬들에게 강하게 기억되는 유일한 경기였다.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2017 시즌의 부진은 그의 입지를 크게 흔들리게 했다. 다음 시즌 1군 엔트리 진입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은퇴를 고려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위기에서 노경은은 투구 패턴의 변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기존의 힘 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주 무기로 했던 노경은은 직구의 스피드를 줄이는 대신 제구를 안정시키고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한 기교파로 변신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힘을 뺀 노경은은 길었던 부진을 끝내고 선발 투수로 돌아왔다. 2018 시즌 노경은 타고 투저가 최고조였던 상황에도 9승 6패 방어율 4.08로 분전했다. 시즌 초반 불펜 투수로 시작했지만, 점점 자신의 역할 비중을 높여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로 나섰다면 2013 시즌 이후 다시 한번 10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구 내용이었다. 

30대 중반에 이룬 그의 반전은 놀라웠고 팬들의 그에 대한 인식을 달라지게 했다.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할 수 있는 2018 시즌이었다. 2018 시즌의 반전은 프로 데뷔 후 첫 FA 자격을 얻은 그에게 큰 선물과 같았다. 노경은은 2018 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FA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후반기를 맞이하고자 했다. 

하지만 롯데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한 시즌 반등에 성공한 노경은에게 다년 계약을 선뜻 안겨주기가 부담스러웠다. 롯데와 노경은의 FA 협상은 예상과 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됐다. 그에 대한 타 구단의 관심도 있었지만, 보상 선수 규정이 문제였다. 결국, 노경은 롯데의 최종 제안을 거부했고 한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노경은의 사례는 다시 한번 FA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롯데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노경은은 원하지 않는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했다. 노경은은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팀과 입단 테스트를 하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고 개인 훈련을 지속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지만, 노경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상당수 팬들도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마침 2019 시즌 롯데는 모든 면에서 전력의 난맥상을 드러내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운드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에 노경은의 복귀를 원하는 롯데 팬들의 목소리고 커져만 갔다. 하지만 롯데는 이에 미온적이었다. 성적 부진으로 구단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노경은의 복귀는 가시화됐다. 결국, 노경은은 롯데와 FA 계약을 맺고 올 시즌 돌아올 수 있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노경은은 여전히 구위를 과시했고 너클볼을 새로운 구종으로 장착했다. 이 너클볼은 이제 노경은을 대표하는 구종으로 올 시즌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치며 롯데로 돌아온 노경은은 올 시즌 자신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도 그가 선발 투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롯데는 다수의 선발 투수 자원을 확보했고 김진욱이라는 대형 신인이 입단했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놓고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박세웅, 서준원에 올 시즌 선발 등판의 경험이 있는 이승헌, 신인 김진욱 등 20대 투수들과 노경은은 경쟁을 해야 한다. 

경험 면에서 노경은은 앞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뛰어난 구위와 발전 가능성으로 무장한 젊은 투수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경쟁의 우위를 낙관할 수 없다. 올 시즌 함께 했던 베테랑 투수 장원삼과 고효준이 방출되고 롯데의 프랜차이즈 투수 송승준과 플레잉 코치가 되면서 사실상 현역 선수로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도 노경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침 내년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은 동기부여 요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부담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경은은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이력이 있다. 참고로 그의 트레이드 상대였던 고원준은 이미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의 풍운아 기질은 자칫 그를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도 하지만, 악조건을 이겨내는 긍정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롯데 유망주 투수들이 대부분 병역의무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마운드를 지켜줄 베테랑으로의 팀 내 가치도 있다. 내년 시즌 일정 능력을 보여준다면 또 한 번의 FA 계약 전망도 결코 어둡지 않다. 그의 새로운 무기 너클볼이 더 완성도를 높인다면 나이를 넘어서는 긴 활약을 할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 투수들은 40대 나이에도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사례가 있다. 

보통의 선수라면 겪어볼 수 없는 일을 수차례 경험한 노경인이다. 롯데는 그의 야구 인생을 끝내는 마지막 종착지라 할 수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노경은이 리빌딩 버튼을 누른 롯데에서도 그 존재감을 지킬 수 있을지 올 시즌 노경은의 모습은 아직 그가 더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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