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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는 코로나 사태로 시즌 개막 일정이 늦어지는 등 경험하지 못했던 변수가 가득했다. 이로 인해 상당 기간 무관중 경기를 해야 했고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었을 때는 리그 중단의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퓨처스리그 감염자 발생 시에는 리그 전체가 긴장해야 했다. 시즌 내내 철저한 방역을 하면서 리그는 중단 없이 치러졌다. KBO 리그는 대만리그와 함께 유일하게 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KBO 리그가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 생중계되는 등 리그를 대외로 잘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선수들에 대한 해외리그의 관심을 높이는 긍정 효과로 이어졌다. 

리그 완주까지 힘겨운 과정을 거친 올 시즌 마지막 챔피언은 리그 제9구단 NC였다. NC는 창단 9년 만에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꾸준한 전력 보강과 히 육성, 마케팅 역량까지 보여주며 강팀을 만든 NC는 그들의 역량을 결집해 왕조 시대를 열었던 두산을 밀어내고 순위표 가장  자리를 차지했다. 내년 시즌에도 NC의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NC를 가장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팀은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롯데다. 롯데는 그들의 제2 홈구장인 마산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NC의 창단 당사 가장 큰 반대 의사를 보였다. 한정된 선수 자원과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제9구단은 창단은 리그의 수준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우려가 큰 이유였다. 일정 이해되는 의견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부산과 경남 시장을 양분해야 하는 현실적 고려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NC의 우승과 함께 공허해졌다. 롯데는 삼성과 함께 프로야구 원년 이후 팀 명이 변하지 않는 구단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문제는 이 자부심이 성적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는 창단 후 지금까지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의 경험이 없다.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경험이 있지만, 1984년과 1992년의 일로 먼 기억 속의 일이다. 1984년에는 최동원, 1992년에는 염종석이라는 두 안경 에이스의 영혼까지 갈아 넣은 역투가 있어 가능했다. 이들인 이후 선수로서 급격히 내리막을 걸어야 했다. 

이후 롯데는 가끔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재 롯데의 이미지는 만년 하위권 팀이다. 나름 선수 영입에 큰 투자를 했고 외국인 선수 영입도 적극성을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왠지 뭉쳐지지 않는 조직력과 흐름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경기력, 전력의 불균형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나마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 시대의 노피어 공격야구의 유산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롯데는 팀 색깔마저 불분명한 팀이 됐다. 

부지한 팀 성적과 모호한 정체성은 팬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그 어느 구단보다 열성적인 응원을 받는 롯데지만, 롯데 팬들은 팀 성적과 경기력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그에 비례해 롯데에 대한 응원 열기도 비례했다. 2019 시즌 롯데가 최악의 부진 속에 최하위를 기록하자 팬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구단 쇄신에 대한 요구가 들끓었다. 

롯데는 2019 시즌 중 감독과 단장을 교체하는 한편 구단 전체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몇몇 수뇌부 교체가 아닌 전면적인 변화였다. 다수의 외부 인력들이 구단에 유입됐다. 내부로 부터의 혁신이 더는 효과가 없다는 상황인식에 기인한 일이었다. 이 변화는 스토브리그 기간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30대 성민규 단장은 과감한 트레이드와 FA 영입으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당장의 전력 강화와 미래까지 내다본 시도였다. 

선발 투수 장시환을 내주고 한화로부터 포수 유망주 지성준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외야수 최민재를 영입했다. 롯데는 최민재 영입 후 더는 2차 드래프트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롯데는 1대 2 트레이드로 키움의 유망주 외야수 추재현을 영입했다. 내야의 공격력 보강을 위해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 안치홍을 2년 후 상호 계약 해지권을 보장하는 독특한 FA 계약으로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메이저리그 경력의 스트레일리와 샘슨,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유격수 마차도로 채웠다. 중량감 있는 선발 투수가 부족한 팀 마운드 상황과 실책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불안한 내야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선수단 구성 외에 코치진 구성도 매우 창의적이었다. 초보 감독인 허문회 감독 영입을 시작으로 새 얼굴이 다수 코치진에 포함됐다. 외국인 코치들도 중요 보직을 맡았다. 프런트진에도 외국인이 영입됐다. 선진 야구 시스템도입과 함께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운영을 코치진 구성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롯데의 변화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과 다르게 변화 폭이 컸고 롯데 팬들이 원하는 그림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팬들 사이에도 퍼져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2020 시즌 롯데는 초반 연승으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한 차원 높은 수비를 하는 외국인 선수 마차도를 중심으로 한 롯데 내야진은 이전에 비해 수비력을 업그레이드되었고 팀 타선도 집중력이 지나 시즌에 비해 강해졌다.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타격에서도 큰 발전을 보인 정훈의 재발견과 지난 시즌 부진했던 중심 타자 이대호와 손아섭의 분전, 팀을 위해 1루수 변신까지 준비했던 외야수 전준우의 꾸준한 활약이 더해진 결과였다. 

롯데의 최약 포지션인 3루수는 한동희의 성장이 눈에 띄었고 포수 부분은 김준태, 정보근  체제가 정착하면서 수비면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마운드는 부상 이력으로 우려가 있었던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가 뛰어난 탈삼진 능력과 이닝 소화능력을 겸비하며 에이스로 구심점이 됐고 부상으로 주춤했던 박세웅의 부활, FA 계약 실패 후 1년간의 공백을 딛고 돌아온 베테랑 선발 노경은,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서준원이 선발 마운드를 구성했다. 초보 마무리 김원중도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박진형, 구승민의 필승 불펜진도 안정적이었다. 

시즌 초반 롯데는 상승세를 유지하며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 상승세는 지속되지 않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부족한 백업 선수층의 문제가 드러났고 전력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주장 민병헌의 계속된 타격 부진과 FA 안치홍의 타격 부진이 겹치며 팀 타선이 힘이 떨어졌다. 마운드는 스트레일리와 짝을 이룬 샘슨이 부진하면서 원투 펀치의 약화를 불러왔다. 마무리 김원중을 포함해 박진형, 구승민의 필승 불펜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이 떨어졌다. 롯데는 8월 이후 상승 반전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상위권 팀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롯데는 5할에 1승이 모자란 성적과 함께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보다 나아진 경기력과 성적이었지만, 시즌 초반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이 결과와 함께 시즌 중 감독과 프런트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도 악재였다. 성민규 단장이 영입을 주도한 허문회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통 부재를 드러내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선수 기용이나 엔트리 구성에 있어 감독과 단장의 불협화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적으로 롯데가 큰 기대를 가지고 영입한 포수 지성준은 수비 능력 부족을 이유로 1군에서 몇 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의 뛰어난 타격 능력을 고려하면 백업포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허문회 감독은 그를 외면해다. 주로 2군에 머물던 지성준은 사생활 문제로 징계를 받고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이 외에도 허문회 감독은 2군에서 선수를 콜업하는데 인색해다. 그렇다고 1군의 백업 선수를 적극 기용하지도 않았다. 1군 백업 선수들은 말 그대로 벤치 멤버였고 2군에서 능력을 보인 유망주들은 1군 경기 출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는 리빌딩과 성적을 함께 잡고자 한 구단의 운영 방침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었다.

물론, 유망주들은 2군에서 가능한 많은 경기에 나서 기량 향상을 도모하고 더 이상 기량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1군 백업 선수들은 그 역할에만 충실하고자 하는 정책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 1군 백업 선수들은 극히 부족한 출전 기회만을 부여받았고 이는 주전 선수들의 과부하를 불러왔다. 시즌 후 1군 백업의 주축이었던 허일과 김동한은 방출됐고 한때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신본기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단장의 시간인 스토브리그 기간 일어난 이 일은 감독과 단장이 소통 부재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롯데는 시즌이 끝나고 다수의 선수를 방출하며 선수단 규모를 줄였고 2군 유망주의 1군 진입 기회를 만들었다. 이는 감독과 단장의 상호 소통의 결과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프런트와 감독의 소통과 상호 협조 체제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롯데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롯데는 전력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며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유망주의 틀을 깬 3루수 한동희는 공수에서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수비를 더 보완하고 올 시즌 감을 잡은 타격 능력을 성적의 상승 그래프로 만들 수 있다면 롯데의 3루 고민을 덜어낼 수 있다.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 오윤석은 주전 2루수 안치홍을 위협할 수 있는 자원이 됐다. 안치홍과 오윤석의 경쟁 체제는 롯데 내야를 강하게 할 수 있다. 내야 각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오윤석의 멀티 수비 능력도 팀에 플러스 요인이다. 외야는 빠르고 재간 있는 타격을 하는 김재유가 확실한 백업 자원으로 자리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뛰어난 타격을 보여주고 최고의 시즌을 만든 정훈, 후반기 합류에도 타격에서만큼은 녹슬지 않은 능력을 보여준 베테랑 좌타자 이병규는 방출의 파고를 너어 내년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앞둔 민병헌은 올 시즌 부진이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고 타율왕 경쟁에까지 뛰어들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간판타자 손아섭도 두 번째 FA 자격이 큰 동기부여 요소다. 

마운드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박세웅이 더 나은 다음 시즌이 기대되고 경험치를 더 쌓은 서준원은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시즌 후반기 가능성을 보인 이승헌은 선발투수로서 필승 불펜진에서 활약한 최준용은 뛰어난 구위에 경험을 쌓아 다음 시즌에서 핵심 불펜진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20대 투수인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로 첫 시즌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들 외에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은 내년 시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외에 내. 외야의 유망주 야수들은 선수단 정리와 함께 기회의 문이 더 넓게 열렸다. 동등한 기회는 내부 경쟁과 실력 향상과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2021 시즌 데뷔하는  신인 3인방도 기대할만하다. 좌완 투수 김진욱은 롯데에 부족한 좌투수 부분을 채워줄 자원이다. 나승엽은 롯데가 기대하는 대형 내야수고 손성빈은 아직은 부족한 롯데 포수진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자질이 있다. 

이렇게 롯데는 부족했던 올 시즌 결과물을 뒤로하고 더 나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력 면에서 상위권을 장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앞서 언급한 젊은 선수들이 전력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지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FA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팀 레전드 이대호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2019 시즌의 부진을 벗어났지만,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와 파워 저하는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그와의 FA 계약에서 팀 내 영향력과 그동안의 공헌도와 함께 미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눈높이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건 롯데가 상위권 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대호가 부동의 4번 타자가 아닌 5번 6번 타순에 설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선발 제외될 수 있는 전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력에서 이대호의 비중이 낮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팀 레전드에 대한 예우와 미래 전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협상력이 요구된다. 
변화에 대한 기대와 실망감이 교차한 2020년을 뒤로하고 롯데가 2020년에는 지속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모두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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