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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은 한화에서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었다. 한화는 프로야구 최다 연패인 18연패와 동률을 이루며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투. 타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졌다. 2018 시즌 한화를 정규리그 3위에 올리며 리더십에서 호평을 받았던 레전드 출신 한용덕 감독은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한화는 2군을 총괄하던 최원호 감독 대행 체제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들의 연패는 계속됐다. 자칫 연패 신기록을 달성하기 직전 한화는 가까스로 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 이후에도 한화는 반전하지 못했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코치진을 대거 교체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팀에 자극을 주기 위해 1군을 선수들을 대거 2군에 보내는 파격도 시도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3인도 모두 부상과 부진에 빠지면서 팀 성적 하락을 더 부추겼다. 한화는 자칫 시즌 100패라는 불명예를 추가할 위기에 몰렸다. 시즌 막바지 분전하면서 시즌 100패를 면했지만, 최하위라는 순위는 변함이 없었다. 한화는 9위 SK와 함께 승률 4할에도 미치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두 팀의 부진은 리그 승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한화는 2020 시즌을 앞두고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다. 신임 정민철 단장은 과감한 트레이드로 팀 전력을 강화했다.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선발 투수 장시환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 적극 참여해 즉시 전력감 선수를 추가했다. 2019 시즌 구단과의 갈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외야수 이용규에게 주장을 맡기며 팀 분위기도 다시 새롭게 했다. 한화는 기존의 베테랑들과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 수년간 육성한 젊은 선수들의 조합으로 지난 시즌 9위 이상의 결과를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시즌 초반 18연패로 무너졌고 이후 한화는 정상적인 시즌과 거리가 있는 경기력이었다.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까지 가질 수 있는 시즌이었다. 이는 구단 전체에 대한 과감한 변화를 불가피하게 했다. 기존 체제의 한계를 절감한 한화는 과감하게 적체된 팀 전력을 비워냈다. 

한화는 그동안 팀 주축을 이렀던 베테랑 선수들의 대거 방출했다. 팀 레전드 4번 타자 김태균은 시즌 종료 시점에 은퇴를 발표했다. 김태균은 최근 장타력 저하와 함께 에이징 커브가 뚜렷했다. 2020 시즌을 앞둔 FA 계약도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위상이 반영될 결과였다. 김태균은 2020 시즌 반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으려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김태균은 상단 기간 2군에 머물렀고 팀 부진에 대한 책임에 자유롭지 않았다. 김태균은 스스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는 한화의 한 세대가 저물어 감을 의미했다. 한화는 팬들에 익숙한 이름의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안영명 등이 방출됐다. 한화는 이들 외에 큰 폭의 선수단 정리를 단행하며 리빌딩 기조를 더 확고히 했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 팀들이 의례하는 선수단 정리와는 비교되 안될 정도로 큰 폭의 변화였다. 

이런 움직임은 정민철 단장이 주도했다. 정민철 단장은 한화 대표이사와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도 구단 운영의 전권을 가지고 과감히 움직였다. 한때 그와 함께 한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출신 코치들도 상당수 팀을 떠났다. 

이렇게 비워진 구단 조직의 빈자리는 새롭게 채워졌다. 우선 코치진 구성이 파격적이었다. 한화는 긴 고민 끝에 외국인 감독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고 그와 함께 수석코치와 투수, 타격코치까지 팀 중요 코치진을 외국인 코치로 채웠다. 두산에서는 조성환 코치를 영입해 수비 파트를 맡겼다. 그동안 순혈주의에 근거해 한화 출신 코치들이 주류를 이뤘던 코치진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특히, 외국인 코치진들이 1군을 책임지는 구조는 어느 구단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다.

그동안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던 팀들은 있었지만, 그를 보좌하는 코치진에서 외국인 코치는 1, 2명 정도였다. 한화는 그 이상의 변화를 시도했다. 한화는 선수 구성과 기용에 있어 객관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여기에 프런트진도 대폭 변화하면서 구단 운영 시스템도 새롭게 했다. 메이저리그의 선진 시스템을 구단 운영 전반에 최대한 이식하려는 의지를 보인 한화였다. 

한화가 영입한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다년간 마이너리그 팀에서 일하면서 선수 육성에 대한 이해도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40대의 젊은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고 강하다. 그가 오랜 기간 일했던 메이저리그 밀워키 구단은 빅마켓 구단이 아니다. 밀워키는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다. 한화의 운영 기조와 수베로 감독이 잘 맞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한화는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리그 지도자 출신 투수코치와 타격코치 영입으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 가능성도 높였다. 이는 리빌딩이라는 구단 운영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런 변화가 한화의 상위권 도약을 당장 보장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감독 선임이 대부분 성적 향상의 결과를 가져온 기억이 많지만, 기본 전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2021 시즌을 앞둔 한화의 전력은 상위권 도전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기량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타 구단에 비해 강하다 할 수 없다. FA 시장에서 팀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타 구단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했다. 한화는 팀을 새롭게 하긴 했지만, 그에 비례해 불확실성도 커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의 변화 시도는 과감했고 누구도 하지 못했던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기력 향상과 일정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변화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뀔 우려는 남아있다. 제대로 된 리빌딩이 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구단과 팬들이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가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2021 시즌 한화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 또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지 한화의 올 시즌 모습은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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