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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에이스 양현종이 올 시즌 어떤 리그에서 뛰게 될지 결정의 순간이 다소 늦어졌다. 애초 양현종은 1월 20일까지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그 기간을 1월까지로 연장했다. 2월 1일부터 KBO 리그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는 늦출 없는 시한을 정했다 할 수 있다. FA 신분인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결정에 따라 FA 협상을 준비하는 원 소속팀 KIA 역시 기다림이 필요해졌다. 

양현종으로서는 고심의 시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생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기회가 아니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기 어렵다. 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조건을 버렸고 마이너 리그 강등 가능성까지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봉 등 금전적 조건도 유연하게 대응하려 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다른 흐름이다. 

우선 그의 나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성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그의 메이저리그에서 시장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와 동갑은 김광현이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 후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그에 앞서 메이저리그 리그의 성공 사례, 최근 KBO 리그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미지의 선수다.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2차례 팀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로서 국제경기에서 성공의 이력을 남겼지만,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냉정하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상황이 더딘 것도 문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다. 지난 시즌 어렵게 팀당 60경기의 단축 시즌을 치렀던 때 보다 더 악화됐다. 올 시즌 스케줄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단축 시즌의 여파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의 재정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당연히 선수 영입이 소극적이다. 이에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 상당수가 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보다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선수들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KBO 리그의 에이스 양현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양현종으로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속속 메이저리그 대형 FA 선수들의 계약 소속이 들리면서 FA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선수단 정리가 필요하다. 나머지 FA 선수들에 대해서도 오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이 마지막 기대를 하는 이유다. 양현종은 프로 데뷔 후 부상 이력이 없고 구속 저하 등의 문제도 없었다. 선발과 불펜 모두가 가능하다. 좌완 투수라는 장점에 안정된 제구와 뛰어난 체인지업을 가진 그는 하위 순위 선발 투수나 롱릴리프로 가치가 있다. 아직은 희망을 버리기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양현종에 대해 KIA는 큰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 KIA는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상당한 FA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이미 한차례 FA 자격을 얻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이력이 있다. 만족한 오퍼를 받지 못한 그는 KIA와 FA 계약을 체결하며 팀에 잔류했다. 

그는 구단의 사정을 고려해 1년 계약을 받아들였다. 대신 KIA는 4년간 매해 23억 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그렇게 4시즌을 보냈다. KIA와 양현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크다. KIA는 팀 에이스를 예우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고 양현종은 그런 구단에 대한 애정이 크다. 지난 4년간 양현종은 정규 시즌 평균 180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선발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2017 시즌 KIA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서도 양현종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당연히 올 시즌 전력에서 양현종이 빠지는 건 큰 손실이다. 

KIA는 양현종이 잔류가 필요하다. 그가 없는 선발 마운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수순급 외국인 투수 브룩스와 멩덴이 있지만, 브룩스는 지난 시즌 뛰어난 활약 후 2년 차 징크스가 있을 수 있고 멩덴은 부상 재화 후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불안요소가 있다. 국내 투수 선발진은 후보군이 다수 있지만, 아직은 양현종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양현종은 이런 KIA 마운드의 불안요인을 완화시킬 수 있다. 

KIA는 지난 시즌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윌리엄스 감독 1년 차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세대교체와 함께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잘 어울렸다. 트레이드 등을 통해 부족한 야수진도 보강을 했다. 부상 변수만 줄인다면 야수진의 경쟁력이 있다. 윌리엄스 감독 2년 차가 되면서 그의 지도력이 성과를 낼 시점이다. 올 시즌은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KIA다. 양현종이 있다면 그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하지만 KIA는 에이스의 오랜 꿈을 무시할 없다. 

양현종에게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0여 일 안팎이다. 더 기다릴 수도 있지만, 이는 시즌 준비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한다 해도 방역 등 문제로 적응의 시간이 부족하다. 뒤늦게 팀 잔류를 택한다 해도 준비 기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양현종으로서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그의 꿈을 따라 모험을 택할지 KIA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레전드의 길을 걸을지 결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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