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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에게 FA 계약은 최고의 꿈이다. 장기간 수준급 기량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FA 자격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구단이 선수보다 우위에 있는 프로야구 환경에서 선수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엄청난 계약 규모도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FA 시장의 상황은 선수들에게 모두 행복한 결말을 안겨주지는 않고 있다. 리그 판도를 바꿀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선수에게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선수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도 냉혹한 현실만 확인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은 FA 영입에 구단들은 보다 냉정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하늘 높이 치솟던 FA 계약 규모도 진정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도 FA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FA 대박의 꿈은 자신의 기량과 함께 시장의 상황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일이다.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FA 시장에서 한 번도 어려운 3번째 FA 계약을 꿈꾸는 선수가 있다. 삼성의 포수 강민호가 그렇다. 2004 시즌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강민호는 2013 시즌 후 4년간 75억 원으로 FA 계약으로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의 입지를 더 단단히 했다. 강민호는 롯데에의 주전 포수로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했다. 국가대표 포수로서도 승리의 이력을 다수 쌓았다.

 



강민호는 20홈런 80타점이 가능한 공격력을 갖춘 포수라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강민호의 존재는 팀 타선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포수로서의 능력도 연차가 쌓이면서 크게 향상됐다. 롯데에서 강민호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리그에서 절대 부족한 포수 자원이라는 점도 그의 가치 상승을 더 부추겼다.

또한, 그가 롯데에 입단할 당시 마땅한 주전 포수가 없었던 롯데의 팀 사정으로 롯데는 고졸 신인이었던 강민호를 입단 2년 차부터 주전으로 발탁했고 포수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초기 그는 미숙한 경기 운영과 수비 능력으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를 밀어붙였고 강민호의 기량을 급속히 발전했다. 강민호로서는 주어진 환경이 큰 행운이었고 스스로 그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만들었다. 

이렇게 롯데는 상징하는 대표 선수였던 강민호였지만, 2017 시즌 후 그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이후 돌연 삼성과 계약하며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리를 벗어났다. 강민호의 삼성행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대상이 삼성이었다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당시 삼성은 이지영이라는 수준급 포수가 있었고 2015 시즌 후 프로야구단에 대한 모기업의 지원이 축소되면서 FA 시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또한, 강민호는 롯데 선수로는 상징성이 컸다. 롯데 역시 그와의 두 번째 FA 계약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적 변수가 있었다. 롯데는 당시 강민호와 함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과의 FA 협상을 병행하고 있었다. 주전 3루수였던 황재균 역시 대상이었지만, 의견차가 컸다. 롯데는 손아섭과 강민호 협상에 주력했다. 롯데는 2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의 잔류를 확신하며 손아섭과의 협상에 우선 집중했다. 그 사이를 삼성이 파고들었다. 삼성은 4년간 8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강민호를 영입했다. 이후 그 이상의 계약이었음이 밝혀지긴 했지만, 4년간 80억 원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당시 강민호는 기량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내림세로 접어들 시점이었다. 포수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첫 번째 FA 계약보다 더 높은 계약조건을 제시하기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삼성은 2015 시즌 이후 소극적인 FA 시장 대응으로 주축 선수들이 하나 둘 이탈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은 신축 구장으로의 이전과 함께 팀을 대표할 스타 선수가 필요했다. 강민호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했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스타성이 있었다. 공격력을 갖춘 포수로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마침 주전 포수 이지영은 2017 시즌 공수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삼성은 과감히 강민호에 베팅했고 강민호는 정들었던 롯데를 떠나는 결정을 했다. 결국, 프로는 돈이라는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 일이었다. 

이렇게 강민호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로 변신했다. 그에 대한 롯데 팬들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 팬들 비난의 화살은 떠난 강민호보다 그를 놓친 롯데 구단으로 더 향했다. 이에 롯데는 포지션 중복의 위험에도 FA 외야수 민병헌을 급히 영입했다. 강민호 이적의 나비효과였다. 그 나비효과는 이후 롯데의 포수 포지션이 최대의 약점이 되면서 지속됐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 팬들의 아쉬움 가득한 시선을 뒤로하고 삼성으로 떠난 강민호는 그에 비례한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삼성은 강민호가 젊은 투수진을 이끌고 타격에서도 중심 타선에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그의 연봉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투자 대비 효율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장점이 공격력에서 롯데 시절보다 더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2018 시즌 강민호는 22홈런 71타점으로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3할에 육박하던 타율이 0.269로 하락했다. 2019 시즌에는 13홈런 45타점으로 타격 생산력이 떨어졌고 2할대 초반 타율로 정확성도 크게 떨어졌다. 나이에 따른 에이징 커브 조짐이 분명해 보였다. 

이를 두고 삼성의 강민호 영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젊은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삼성 마운드를 잘 이끌었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지만, 공수에서 높은 기대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강민호의 시즌은 부족함이 많았다. 또한, 경기 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플레이로 베테랑 답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며 그에 대한 팬들의 비난 수위도 커졌다. 삼성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도 문제였다. 이에 그를 떠나보낸 롯데 팬들은 작은 위안을 가질 수 있었다.

주전급 백업 포수였던 이지영까지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삼성으로서는 강민호의 부진에 더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뒤를 이어갈 젊은 포수들이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강민호의 대안도 없었다. 삼성은 강민호의 반등을 기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2020 시즌 강민호는 2019 시즌을 부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강민호는 2할대 초반의 타율을 0.287로 끌어올렸고 19홈런, 61타점으로 타격 생산력도 다시 끌어올렸다. 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크게 개선하면서 출루율도 이전보다 높였다. 관록의 수비 능력으로 포수로서의 존재감도 보여주었다. 2020 시즌의 반등은 FA 계약 마지막 해인 2021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2021 시즌 후 강민호는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부상 변수가 없다면 강민호는 또다시 FA 시장에 나설 수 있다. 1985년생으로 30대 후반이 되는 나이가 부담이지만, 리그에서 귀한 포수 자원이라는 점은 큰 강점이다. 지난 시즌 확실한 반등을 이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 시즌 삼성의 전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강민호에게 호재다.

삼성은 두산의 중심 타자였던 오재일을 FA 계약으로 영입했다. 그가 중심 타선에 자리하면서 삼성은 구자욱, 김동엽과 외국인 타자까지 더해 강력한 중심 타선 구축이 가능해졌다. 김상수, 박해민의 테이블 세터진까지 더해지면 삼성의 상위 타선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상위 타순의 강화는 강민호를 하위 타선에서 설 수 있게 할 수 있고 그의 타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보다 편안한 타순에서 강민호는 오히려 타격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함께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강민호가 2020 시즌에 준하는 타격 능력에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준다면 FA 선수로도 떠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2021 시즌 후 FA 시장에는 KT 주전 포수 장성우와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이 나올 예정이다. 이들은 강민호보다 더 어리고 공. 수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다. 강민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에 보상금 액수가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보상 선수가 없는 C 등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그의 영입을 검토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녹슬지 않은 타격 능력을 유지한다면 지명타자로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포수 강민호의 세 번째 FA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그가 공수에서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은 아직 강민호 이후 대안이 마땅치 않다. 삼성은 강민호 잔류가 중요하다. 또 다른 포수 후보인 장성우, 최재훈 역시 KT와 한화에서 꼭 잡아야 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가치 폭등의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강민호의 가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래저래 강민호는 세 번의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 외에 그를 둘러싼 시장 환경 또한 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유리한 환경을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경기력을 보이는 일이다. 이는 강민호에게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올 시즌이다. 강민호가 세 번째 FA 계약마저 행복한 결과로 만들 수 있을지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2021 시즌 강민호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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