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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좌완 선발 투수 유희관이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시점에 조용히 FA 계약을 체결했다. 1년간 총액 10억 원이지만, 보장 금액은 3억 원이다. 나머지 7억 원은 그의 올 시즌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유희관의 연봉이 4억 7천만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유희관에게는 더 퇴보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2009 시즌 두산에 입단한 이후 두산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던 유희관으로서는 첫 FA 자격을 행사했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와 달랐다.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유희관은 이번 시즌 자신의 기량을 다시 입증해 재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로서는 FA 자격 행사가 더 큰 절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희관에 대한 FA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향하는 그의 나이가 중요한 걸림돌이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시점이고 온몸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투수에게 시간은 그들의 편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부분에서 유희관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유희관이 성적 지표가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유희관은 2020 시즌 27경기 선발 등판했다. 10승을 기록했지만, 11패로 패수를 더 쌓았다. 방어율도 5.02로 안정적이지 않았다. 이닝 소화능력도 이전 시즌보다 떨어졌다.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그의 비중이 점점 줄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유희관은 중용되지 않았다. 그의 풍부한 경험이 마운드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그는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투수가 나섰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잡고 1이닝을 채우지도 못했다. 이는 두산에서 유희관의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 

 



유희관은 기존 야구의 통념을 깨는 투수다. 그의 직구 구속은 130킬로가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속만 본다면 프로에서 통할 것 같지 않은 투수다. 하지만 유희관은 느린 직구로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그는 느린 직구를 더 강력한 무기로 만들었다. 다양한 변화구와 날카로운 제구로 느린 구속의 약점을 보완했다. 단명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느린 직구를 오히려 더 느리게 던지면서 타자들을 어렵게 하는 과감성도 보였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딱 맞는 유희관이었다.

유희관은 2009 시즌 프로에 입단한 이후 바로 두각을 나태내지는 못했다. 대졸 선수로 입단 시기도 늦었고 상무에서 2년간 군 복무도 했다. 4년여의 기간 그는 무명 선수의 시간을 보냈다. 2009 시즌 유희관은 두산의 선발 투수로 10승을 기록하며 그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희관은 느린 직구와 더 느린 변화구,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더해 두산의 선발 투수 한자리를 지켰다. 2015 시즌 유희관은 18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2016 시즌 15승으로 그 기세를 이어갔다. 야구팬들은 이런 유희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017 시즌 11승으로 그의 승수는 급감했고 유희관은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 순탄치 않았다. 그의 공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력이 높아졌고 경기 운영 능력으로 버티기에도 한계점이 보였다. 그럼에도 두산의 단단한 수비진과 강력한 전력, 넓은 잠실 홈구장의 효과는 그의 두자릿 수 승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막이었다. 반대로 이런 조건은 FA 시장에 나선 그의 평가 절하를 불러왔다. 특히, 현대야구에서 선수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고 있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AR -0.28로 부진했다. 

이럼에도 유희관은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고 이는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우려를 덜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을 수도 있다. 유희관은 8시즌 연속 선발 투수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꾸준함이 있었고 큰 부상 이력도 없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복 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좌완 투수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성적은 내림세가 뚜렷했다. 잠실 홈구장은 떠난 그의 투구 내용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그래도 선발 투수가 필요한 팀에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보상 선수 규정이 적용되면서 그의 영입을 위한 출혈이 컸다. 경쟁이 붙지 않는 시장에서 유희관의 선택지는 두산 외에는 없었다. 

두산은 유희관에 대한 협상보다는 허경민, 정수빈 등의 협상을 우선했다. 그 사이 허경민과 정수빈은 대형 계약으로 두산에 잔류했다. 두산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핵심 전력을 지키려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그 핵심 전력이 아니었다. 두산은 앞으로 미래 가치를 더 중요시했다. 이는 최근 FA 시장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기량이 정점을 지나 내림세에 있는 유희관에 대한 평가가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희관으로서는 두산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동안의 기여도를 일정 부분 평가받기를 원했을 수도 있지만, 시장의 상황은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유희관은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선수로서 다음 시즌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유희관은 두산에서 2021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2021 시즌을 맞이하는 유희관은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그가 확실히 선발 투수 한자리를 차지했다고 하기 어렵다. 외국이 투수 2명과 함께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2019 시즌 17승 투수 이영하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 지난 시즌 기량이 급성장한 최원준과 김민규,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함덕주, 그 외 20대 영건들이 우선 고려되고 있다. 유희관으로서는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프로 입단 이후 불펜 투수로는 거의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그로서는 선발 투수 탈락은 팀 전력에서 1군 엔트리 진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만만치 않은 상황과 조건 속에서 유희관은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 합류도 늦어졌다. 올 시즌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긴 부상 재활 후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또 다른 베테랑 자완 투수 장원준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유희관은 8년 연속 두자릿 수 승수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투수다. 그 기간 두산은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두산에서 유희관의 지분도 상당히 크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유희관에서 차갑기만 하다. 유희관은 개인적으로 9년 연속 두자릿 수 승수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겠지만,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호가 신활 수 없다. 1년 사이 그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달라지는 프로야구 흐름 속에 유희관의 지금까지 쌓아온 이력과 관록, 경험은 퇴색되는 느낌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있어 유희관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대졸 선수로 입단한다면 프로 데뷔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군 복무를 하면서 1군 데뷔 시점도 더 느려졌다. 국가대표로서의 이력이 없어 FA 자격을 위한 혜택도 받지 못했다. FA 자격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야구 제도 속에서 유희관은 전성기를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프로야구 선수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이다. 

유희관으로서는 힘겨운 2021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사례는 앞으로 FA 시장에 나서는 선수들에게는 FA 권리 행사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기록과 영광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FA 시장에서 미래 가치가 선수 평가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됨을 선수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FA 시장은 기량이 확실한 선수에게는 여전히 대형 계약을 안겨주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더 인색하기만 하다. 유희관의 계약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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