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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에 위치한 안성은 과거 조선시대 3대 상업도시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도시였지만,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외되어 과거의 영광을 잃고 말았다. 지금은 곳곳에 저수지와 호수가 있고 드넓은 평원이 있는 농촌지역을 먼저 연상시키는 도시가 됐다. 하지만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 중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10회에서는 경기 남부내륙의 도시 안성시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들의 꿈을 가꾸고 피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을 만났다. 예로부터 물이 풍부해 농업이 흥했던 안성을 상징하는 호수가 저수지 풍경과 함께 여정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여정의 시장은 동네 피자집이었다. 이곳은 여느 이탈리아 식당과는 달랐다. 지역 관광사업 공동체인 관광 두레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식당은 클래식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이 식당은 사장은 성악가의 꿈을 안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고 귀국해 성악가로 자신의 꿈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성악가로서 자리를 잡기에는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음악을 할 수 있는 공연과 기회가 없었다. 그는 성악가의 꿈을 지켜가기 위해 음악과는 무관한 여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시간을 견딘 그에게 안성의 이 식당은 기회의 장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와 음악이 함께 하는 이 식당은 특별함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활발히 공연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음악과 멋진 요리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할 거라 기대됐다. 

성악가의 꿈을 응원하며 다시 나선 길에 민속 줄타기 공연 연습이 한창이 현장과 만났다. 줄 위에서 아슬아슬 묘기를 이어가는 인물은 한 젊은 여성이었다. 어름사니라 불리는 줄타기 꾼은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줄타기는 남성들의 공연으로 여겨졌지만, 이 여성은 줄 위에서 자유롭게 멋진 공연을 하고 있었다. 10살부터 줄타기를 시작해 30살이 나이까지 어름사니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줄타기 꾼의 삶은 고된 연습은 물론이고 위험한 공연의 연속이지만, 우리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명감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줄타기 공연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있었다. 이런 멋진 공연을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보았다. 

다시 나선 길, 청국장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모자가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었다. 이 식당의 아들은 법대를 나오고 판검사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이런 아들의 성공을 위해 어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힘든 삶의 여정을 짊어졌다. 아들은 이런 어머니의 짐을 덜어주고자 식당 일을 돕기 시작했고 가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이런 결정을 어머니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들이 자신보다 편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가지고 있다. 어머니도 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의 강한 의지에 어머니는 청국장 비법을 전수하고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함께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청국장의 구수한 향과 함께 모자의 꿈 역시 피어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한 여정에서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한 장인을 만났다. 그는 이제는 보기 어려운 대나무 낚싯대를 제작하고 있었다. 15년 경력의 이 낚싯대 장인은 애초 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우리 대나무 낚싯대 명맥이 끊어지는 현실에 자신이 전통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전통을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신소재의 낚싯대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전통 대나무 낚싯대가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와 가족 간의 갈등도 생겼다. 그는 홀로 대나무 낚싯대 장인의 길을 걸었다. 이런 그에게 외국 귀빈의 방문 시 그의 대나무 낚싯대가 선물로 전해질 기회가 생겼고 이는 세상에 그의 낚싯대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수작업이 대부분인 전통방식의 대나무 낚싯대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찬 바람에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 대마무처럼 그는 명장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명장의 꿈을 응원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그 길에 딸기 농사가 한창인 하우스 단지에 이르렀다. 그 한편에서 바나가 익어가는 하우스가 있었다. 열대 과일인 바나나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다는 사실이 이채로웠다. 이 바나나는 한 청년 농부에 의해 키워지고 있었다. 그는 딸기 농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시작했고 바나나 재배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하우스에서 키워지긴 하지만, 열대 과일을 키우는 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바나나가 안성의 새로운 특산물이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이 청년의 꿈과 함께 익어갈 안성의 바나나가 기대됐다.

여정의 막바지 오래된 한옥에 자리한 한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팔순의 사장님과 5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고 인생 그 자체였다. 또한,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살림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그의 자녀들이 함께 하며 식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 식당은 직접 메밀을 만들어 내어놓은 메밀묵밥이 주메뉴였다. 과거 배고프고 힘든 시절 부족한 쌀을 대신해 사람들의 베고픔을 덜어주었던 메밀묵밥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풍족해지고 먹거리가 많아진 지금은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이 됐다. 이 식당은 이 메밀묵밥의 맛을 지켜가고 있었다. 이곳의 메밀묵밥은 토속적이고 훈훈한 느낌의 식당과 너무 잘 어울렸다. 이 식당은 이제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하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식당의 새로운 역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안성에서는 힘든 인생의 여정을 이겨내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우리 이웃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들은 과거를 넘어 희망 가득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야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듯 안성에서 만난 이웃들의 꿈과 희망이 활짝 피어나길 기원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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