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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야구사를 살펴보면 투수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해 성공한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에 이런 변화를 통해 성공을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프로야구가 전문화되면서 투수와 타자와 거리감이 커진 탓이다. 또한, KBO 리그에는 투수가 타자에 들어서지 않는다. 프로 입단 후 투수가 타격훈련을 하는 일이 없다. 가끔 엔트리가 모두 소진되고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투수가 타석에 서는 일도 있지만,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도박과 같다. 

롯데의 베테랑 투수 김대우는 이런 프로야구의 현실에서 투수로 입단했다가 타자로 전향 후 다시 투수로 복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시도는 모두 성공적이지 않았다. 1984년생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나이의 선수가 된 김대우지만, 그의 통산 기록을 초라하다.

투수로서 김대우는 1군에서 처음 등판한 2009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는 통산 1군에서 55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4패에 방어율 5.66을 기록했다. 1군 성적을 기록했던 시즌은 4시즌에 불과하다. 타자로서도 김대우는 1군에서 통산 147경기에 출전했고 0.212의 타율에 7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1군에서 김대우는 타자로도 투수로도 자리 잡지 못했다. 최근 프로야구의 흐름이라면 방출의 칼날을 피하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힘겨운 프로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김대우지만, 그는 아마 시절 최고 유망주 투수였다. 2003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대우는 2차 1순위로 지명했다. 롯데의 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할 수 있었지만, 김대우는 이후 긴 방황을 시간이 있었다. 김대우는 해외리그 진출의 꿈을 가지고 롯데 입단을 포기했다. 김대우는 대학에 진학해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회를 노렸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김대우는 프로 리그가 있는 대만행을 노크하기도 했지만, 여러 제도상의 문제와 함께 여의치 않았다. 그사이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김대우는 상무에 입단해 병역 의무를 다했고 해외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김대우는 롯데와 계약해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롯데는 1차 지명 선수를 영입했다. 김대우 역시 늦었지만,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대우는 프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은 빨랐지만, 제구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위기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김대우는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한 투수가 됐다. 어쩌다 등판한 경기에서는 난타 당하기 일쑤였다.

투수로서 부진을 거듭하자 롯데는 김대우의 타자 전향을 모색했다. 김대우 역시 타자로서 미련이 많았고 건장한 체구에 우투 좌타라는 장점이 있었다. 좌타 거포가 필요했던 롯데로서도 기대감이 있었다. 김대우는 2013 시즌 중심 타자로 중용됐다. 그의 타격 재능을 믿은 롯데의 과감한 시도였다. 실제 김대우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롯데에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큰 활약을 하며 구단 역사에 남을 이력을 남겼던 김응국의 성공 사례가 재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타자 김대우의 성공 스토리는 잠깐 빛나고 말았다. 오랜 기간 투수로 활약했던 그가 프로에서 타자로 성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전화 시점도 늦은 감이 있었다. 여기에 고질적인 수비 불안과 변화구 공략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타자로서 김대우는 점점 내림세를 거듭했고 1군에서 버티기 힘든 수준으로 추락했다. 야심 차게 시도한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환 역시 실패의 기억만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더는 프로야구 선수의 이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 위기에서 김대우는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김대우는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절실함이 더했다. 30대 중반에서 김대우는 다시 투수로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주로 2군에 머물러야 했다. 롯데는 2차 1지명 선수인 김대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는 점점 1군 전력에서 멀어졌다. 이대로 그의 이름이 잊혀지는 느낌이었다. 롯데의 1차 지명 실패의 잔혹사가 하나 더 더 추가될 가능성이 컸다. 

이 상황에서 김대우는 2020 시즌 반전에 성공했다. 김대우는 시즌 초반부터 1군 엔트리 진입 경쟁에 뛰어들었고 개막 시점부터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그는 컷패스트볼을 새롭게 장착하며 반등했다. 그의 컷 패스트볼은 빠르고 변화가 있었다. 이는 단조로웠던 그의 투구 내용을 새롭게 했다. 여기에 제구까지 안정감을 찾았다.

김대우는 2020 시즌 1군에서 불펜 투수로 46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49.1 이닝을 투구했다. 방어율은 3.10으로 준수했다. 4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26개로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나쁘지 않았다. 피홈런은 1개와 불과했다. 애초 패전처리나 추격조 역할을 그의 역하 비중도 점점 승리조 쪽으로 확대됐다. 김대우는 10년이 넘은 세월을 지나 마침내 1군 주력 투수로 그의 존재감을 보였다. 롯데의 긴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2021 시즌 김대우는 다시 한번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한 경쟁에 하고 있다. 2020 시즌 큰 활약을 했지만, 누적된 성적 지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어쩌다 이룬 반전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젊은 팀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롯데에게 김대우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부진하다면 더는 기회를 얻지 못한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20대 후반의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주축으로 박진형, 구승민, 신예 최준용까지 김대우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투수들로 필승 불펜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 외 불펜진 역시 김대우와 나이차가 크다. 김대우로서는 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대우는 보통의 프로야구가 겪지 않았던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이 맞는 시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재능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고 멘탈적인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그의 입지는 항상 불안하지만, 김대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변신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늦은 나이에 자신의 길을 찾았다. 김대우는 그 누구보다 강한 절실함이 있다. 또한, 김대우는 프로 입단 후 아직도 1군에서 기록하지 못한 1승의 목마름이 있다. 

여기에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타자로 오랜 기간 활약한 탓에 어깨를 보호할 수 있었다.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그의 어깨는 여전히 힘이 남아있다. 롯데는 탈삼진 능력이 있는 김대우가 안정적인 투구를 한다면 불펜진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김대우는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2021 시즌 김대우가 뒤늦은 반전의 스토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잠깐의 바람에 그칠지 2021 시즌 김대우는 1군 스프링캠프 멤버로 또 다른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베테랑 불펜 투수의 또 다른 시즌이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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