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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주목되는 일은 키움 유격수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였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거쳐야 하는 김하성은 위축된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조건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체결했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적극적인 투자로 신흥 강호로 떠오른 팀이다. 올 시즌도 같은 지구의 LA 다저스와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강팀이다. 이런 강팀에 김하성이 소속된다는 건 치열한 경쟁의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리그 최고 유격수의 해외 진출이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20대에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타 선수가 사라진 자리는 분명 허전함이 남는다. 원 소속팀 키움 역시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데 고심하고 있고 당장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 전력을 약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2020 시즌 3할이 넘는 타율에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했던 유격수가 기억은 그만큼 강렬했다. 

하지만 아쉬움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다. 누군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하고 최고 유격수를 위한 또 다른 경쟁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경쟁군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 능력치는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과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그동안 쌓인 경력과 경험이 크 자산이다. 

 



오지환은 1990년 생으로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는 나이다. 2009 시즌 LG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2년 차부터 LG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입지를 다졌다. 우투좌타의 장점에 경험이 쌓일수록 수비도 안정감을 더했다. 한때 기복이 심한 플레이 스타일과 지나치게 높은 삼진 비율로 공격력의 순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과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며 비호감 이미지는 쌓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FA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 시즌 오지환은 3할의 타율에 10홈런 71타점으로 타격에서 큰 활약을 했다. 입단 후 최고 성적이었다. 15개의 실책이 있었지만, 넓은 수비폭과 호수비를 연발하며 수비 기여도도 높였다. 이런 활약으로 오지환은 4년간 40억 원의 FA 계약이 오버페이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성실한 플레이와 성숙한 매너로 그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도 상당 부분 지웠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2021 시즌 오지환은 LG 내야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우승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LG로서는 오지환의 활약이 절실하다. 팀 성적과 함께 2020 시즌 이상의 성적이 더해진다면 최고 유격수 자리에 다가설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호는 두산과 2번의 FA 계약을 하면서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열었다. 성실하면서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가 김재호의 장점이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경기에 나서는 의지와 꾸준함이 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는 뛰어난 공격력으로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도 보여주었다. 올 시즌 최주환, 오재일 두 핵심 내야수의 FA 이적으로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두산에서 김재호는 이를 덜어낼 활약이 필요하다. 1985년 생으로 전성기를 지난 김재호지만 여전히 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자신의 활약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가교 역할과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두산이 전력 약화의 우려를 이겨내고 강팀의 자리를 지켜낸다면 김재호 역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선수의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는 NC 유격수 노진혁이다. 2012년 NC의 창단 멤버이기도 한 노진혁은 오랜 기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로 백업 유격수로 나섰고 퓨처스 팀 상무에서 뛰면서 국방의무를 하면서 1군에서 공백기도 있었다. 2018 시즌부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노진혁은 2020 시즌 그의 이름을 확실히 리그에 알렸다. 

2020 시즌 노진혁은 타격에 눈을 뜬 모습을 보였다. 타율은 0.274에 머물렀지만, 프로 데뷔 첫 20홈런을 기록했고 82타점으로 중심 타선 못지않은 타점 생산력도 보여주었다. 득점권에서 노진혁은 0.351의 타율로 자신의 타율보다 훨씬 높은 안타 확률을 보여주었다. 노진혁이 하위 타선에서 폭발하면서 NC 타선은 상. 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그 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타선의 힘은 NC가 2020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데 있어 큰 힘이 됐다. 노진혁은 당당한 우승 멤버로 자리했다. 노진혁으로서는 2012년 입단 이후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최고의 시즌이기도 했다. 

2021 시즌 노진혁이 그 기세를 이어간다면 최고 유격수 경쟁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우투좌타의 장점에 장타력을 겸비한 유격수는 매력적이다. 또한, 노진혁은 지난 시즌 132경기 출전에 실책이 9개로 타 구단 유격수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런 수비의 안정감 또한,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우승 팀 멤버라는 또 다른 프리미엄도 있다. 올 시즌도 NC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전력의 손실도 거의 없다. 자신감까지 더한 노진혁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유격수 노진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과 함께 롯데 유격수 마차도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타 구단과 달리 수비의 중점을 두고 지난 시즌 영입돼됐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는 기대대로 수비에서 한 차원 높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넓은 수비폭과 안정된 송구 능력은 어떠한 순간과 상황에서도 좀처럼 빈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로 전 경기를 소화하면서 체력 부담으로 후반기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비율을 유지했다. 마차도의 활약으로 롯데는 그 어느 팀 보다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가동할 수 있었고 수비에 부담이 있는 3루수 한동희와 2루수 안치홍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런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마차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의 0.280의 타율과 12홈런 67타점은 유격수로 전 경기를 출전한 점을 고려하면 뛰어난 성적이었다. 한때 변화구, 유인구 공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에 적응하면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공수에서 활약한 그가 롯데가 재계약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롯데는 옵션을 통해 올 시즌 후 계약 연장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마차도 역시 롯데와 리그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에 적응한 마차도는 올 시즌 공격에서 더 큰 활약도 기대된다. 상위권 도약을 기대하는 롯데가 이를 현실화하는 데는 마차도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차도가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과 수비 능력이라면 외국인 선수로서 최고 유격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이들 후보군 외에도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출신으로 삼성의 올 시즌 중요한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학주도 변수다. 이학주는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결과에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시즌 그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학주는 삼성의 주전 유격수 김상수를 2루수로 밀어낼 정도의 재능과 능력이 있다. 2루수로 변신하면서 공수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김상수에 이학주가 유격수로도 기대한 역할을 한다면 삼성의 야수진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 이학주 역시 떨어진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깜짝 도루왕 타이틀의 주인공인 KT 유격수 심우준과 매 시즌 부상이 시달리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한화 유격수 하주석, 두산에서 만능 백업으로 활약하다 KIA로 트레이드 된 이후 트레이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을 꿈꾸는 류지혁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들이다. 올 시즌 입단한 신인 들 중에 깜짝 스타가 등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유격수로서 필요한 수비 능력에 공격력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야 최고 유격수 타이틀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는 어려운 미션이지만,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하성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과연 누가 김하성 없는 리그 최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지 이 또한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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