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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는 유난히 이름을 개명한 선수들이 많다. 롯데 간판선수 중 한 명인 손아섭이 그 중한 명이고 현재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이들 중 나균안은 나종덕에서 강태율은 강동관에서 지시완은 지성준에서 강로한은 강동수에서 이름을 바꿨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성공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일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개명 선수가 있다. 롯데 불펜 투수 김건국이 그렇다. 그는 프로 입단 당시 이름은 김용성이었다. 이후 그는 2014 시즌 이름을 김건국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는 입단 후 오랜 기간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무명 선수였다. 그 기간 방출의 아픔도 있었고 선수 생활을 포기할 위기도 겪었다. 원치 않게 소속팀도 수차례 바뀌는 변화도 있었다. 그 과정을 거쳐 김건국은 2017 시즌 트레이드로 지금의 소속팀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김건국의 프로선수 이력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 투수로 두산베어스의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도 1억 3천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유망주 육성에 강점이 있는  두산에서 그는 가능성을 인정받은 투수였고 두산은 성장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7 시즌 1군에서 1경기 등판 후 그 모습이 사라졌다. 2009 시즌을 앞두고 그는 부상이 겹치면서 방출자 명단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긴 기간 유망주로 머물렀고 실적도 없었던 그에는 선수 생활 지속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후 그는 현역 군인으로 국방 의무를 해야 했고 야구선수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김건국



이런 그에게 2013년은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해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창단됐다. 고양원더스는 KBO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프로야구단으로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의장이 창단한 구단이었다. 고양원더스는 프로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고양원더스에서 기량을 발전시키고 퓨처스 리그 교류전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고영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호화 코치진과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하며 프로야구 2군 이상의 전력을 갖추기도 했었다.  고양 원더스는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김건국은 이 테스트를 통해 고양원더스에서 프로야구 선수로의 새로운 이력을 쌓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실전을 치르지 못했지만, 그는 140킬로 후반의 빠른 직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13 시즌 중 몇몇 동료들과 함께 NC 다이노스에 영입되어 프로야구 선수로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신생 구단이었던 NC는 선수층을 더 확충할 필요가 있었고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도 눈길을 돌렸다. 김건국으로서는 불운했던 선수 생활에 새로운 빛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인생을 이후에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NC에서 정착하지 못했다. 다음 해 2차 드래프트에서 그는 KT의 지명을 받고 팀을 다시 옮겨야 했다. KT 역시 신생 구단인 탓에 김건국은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2014 시즌을 앞두고 그는 이름을 김건국으로 개명하며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그의 바람과 달리 김건국의 1군 등판 기회를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군에서의 생활이 하염없이 길어졌다. 

그런 그에게 롯데로의 트레이드는 마지막 기회였다. 2017 시즌 중 롯데는 투수 배제성과 야구 오태곤을 KT에 내주고 투수 장시환과 김건국을 영입했다. 트레이드의 중심은 장시환이었다. 장시환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로 트레이드 대상 선수 중 가장 무게감이 큰 선수였다. 롯데는 장시환을 통해 1군 마운드를 강화하려 했다. 김건국의 위치는 여전히 2군이었다. 

이런 김건국에게 2018 시즌은 그의 야구 인생에 평생 기억될 시즌이었다. 2007 시즌 1군 등판 이후 10년의 시간이 더 흘러서야 1군경기등판기회를잡을 수 있었다. 또한, 2018 시즌 막바지 김건국은 선발 투수로 나서 선발 승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결과였다. 김건국의 프로 데뷔 첫 승은 그가 야구팬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8 시즌을 기점으로 김건국은 2019 시즌과 2020 시즌 롯데 1군 마운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로 자리했다. 특히, 불펜 투수로 김건국은 그 역할이 커졌다. 처음에는 패전 처리나 추격조에 있었지만, 2020 시즌에는 필승조에서도 포함되는 등 점점 신뢰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2020 시즌 김건국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1군 등판 시점이 늦었다. 시즌 초반 경쟁이 밀려 7월이 돼서야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시작은 늦었지만, 그의 기록은 실속이 있었다. 31.2이닝을 투구한 김건국은 3승 2패 1홀드를 기록했다. 2019 시즌보다 투구 이닝을 줄었지만, 방어율은 4점대에서 3점대로 낮췄고 제구의 안정감도 더해졌다. 위력적인 직구 구위를 바탕으로 높은 탈삼진 비율을 보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공략 당하는 비율이 늘어났던 부분은 그가 필승 불펜조로 완전히 자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이는 올 시즌을 앞둔 시점에 그를 확실한 1군 불펜 투수로 하기 힘든 이유가 되고 있다. 김건국은 마무리 김원중과 박진형, 구승민, 최준용의 필승 불펜 조를 보좌하는 추격조 또는 긴 이닝을 책임지는 롱맨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경쟁은 필연이다. 이 자리는 베테랑 오현택과 지난 시즌 새롭게 이름을 알린 이인복, 30대 후반에 반전에 성공한 불펜 투수 김대우 한때 마무리 투수 후보이기도 했던 진명호가 있다. 롯데가 육성하는 20대 투수들도 2군에서 준비 중이다. 선발 투수 경쟁에서 탈락한 투수들의 불펜 투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김건국의 위치가 여전히 확고하다 할 수 없다. 또한, 김건국은 1988년 생으로 34살의 적지 않은 나이다. 경쟁구도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도 기회의 문도 상대적으로 좁을 수 있다. 긴 세월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하면서 나이에 비해 어깨나 팔꿈치 소모를 덜했다는 점은 작은 위안이다. 

김건국에게는 굴곡진 프로선수 생활이었다. 데뷔 10년이 넘어서 첫 승을 기록한 김건국이었다.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이제 그의 나이는 30살을 훌쩍 넘어섰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넘어서는 나이다. 하지만 그의 프로야구 1군 선수로서 이력은 4시즌에 불과하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을 수밖에 없는 김건국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다시 치열한 경쟁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2021 시즌 김건국이 이 시간을 이겨내고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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