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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는 롯데 김진욱과 키움 장재영이었다. 하지만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KIA 신인 투수 이의리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시범경기 투구 내용만 본다면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KIA는 그를 개막 엔트리에 넣는 건 물론이고 제2 선발투수로 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의리가 등장하면서 김진욱, 장재영의 신인왕 구도에 이의리가 가세했다. 

이의리는 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지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입단 계약금도 3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KIA는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신인 지명 당시 김진욱, 장재영, 나승엽에 비해 언론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고교시절 이의리는 뛰어난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구이닝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달라졌다. 좌완에 빠른 공을 던진다는 장점에 이의리는 변화구 구사능력을 더했다. 구위는 고교시절 보다 크게 올라온 모습이었다. 신인이면 겪을 수 있는 제구 난조도 없었다. 지난 애초 1군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뛰어넘어 제5선발 투수 경쟁에 포함된 이의리는 3월 25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투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상대팀 롯데는 시범경기지만, 시범경기 연승을 달리는 중이었다. 다수의 주전  선수들도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의리는 이런 롯데는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위나 제구 모두 수준급이었다. 이닝을 거듭하면서 구위 저하도 보이지 않았다. 이의리는 같은 날 선발 등판한 롯데 신인 김진욱보다 앞선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공을 숨기며 나오는 동작이 탁월해 쉽게 구종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인상적이었다. 

 



롯데전 호투는 그의 팀 내 위상을 더 끌어올렸다. KIA는 로테이션 상위 순위로 이의리를 고려하고 있다. 에이스 브룩스에 이어 그를 2선발로 등판시킬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유형의 우완 투수인 브룩스와 멩덴 두 외국인 투수 사이에 좌완 이의리를 로테이션에 넣으면 상대팀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변칙적인 전술에 기인하지 않고 그의 기량을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의리의 빠른 성장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KIA와의 FA 계약을 마다하고 떠난 에이스 양현종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미 KIA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투수다. 2번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로서도 큰 활약을 했다. 2014 시즌부터 2020 시즌까지 평균 180이닝을 책임지는 꾸준함과 이닝 소화 능력도 보여주었다. 그가 은퇴한다면 KIA에서 영구 결번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는 양현종이다. 

양현종의 역량을 이의리가 바로 대신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무리가 있지만, 그의 투구는 미래가 아닌 당장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양현종과 같은 좌완에 힘으로 상대 타자를 누를 수 있는 구위, 흔들림 없는 멘탈에 제구까지 양현종의 뒤를 잇기에 충분한 재능을 이의리는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빠른 습득력으로 기량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의리의 등장으로 KIA는 양현종 없는 선발 마운드의 불확실성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KIA는 브룩스, 멩덴이라는 수준급 외국인 투수로 원투 펀치를 구성했지만, 국내 투수로 이루어질 하위 로테이션이 다수 허전하다. 양현종은 외국인 투수 이상이 능력이 있어 KIA는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3, 4선발 투수로 유력한 임기영, 이민우는 지난 시즌 나름 많은 이닝을 책임졌지만, 10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방어율도 임기영은 5.15, 이민우는 6.79로 기복 있는 투구 내용이었다. 지난 시즌 이들은 4, 5 선발 투수였지만, 그 순위가 더 앞당겨질 상황이었다. 

이들 뒤를 이을 5선발 투수 후보군에 있는 김현수와 장현식도 풀 타임 선발투수로 온전히 시즌을 치른 경험이 부족하다. 김현수는 경험이 부족하고 장현식은 분명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애초 이의리는 이들과 함께 5선발 후보군에 있었지만, 뛰어난 투구 내용으로 선배들을 모두 제쳤다. 이의리가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선발 로테이션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선발투수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KIA로서는 양적으로 선발 투수로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선발 투수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또한, 이의리는 KIA 선발 투수진에 없는 좌완이라는 장점이 있다. 

올 시즌 KIA는 불펜진에는 나름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불펜진에 군필 선수와 부상 복귀 선수가 더해져 양적으로 질적으로 힘이 더해졌다. 지난 시즌 KIA는 1군 불펜 투수 자원인 문경찬과 홍건희를 트레이드하며 내야 자원을 영입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올 시즌 불펜진에 대한 걱정은 덜한 편이다. 이는 선발 마운드만 버텨준다면 지키는 야구에서 어느 정도 계산이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신인 이의리의 팀 내 비중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인 투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관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더 자신감을 갖고 기량을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 시범경기 등을 통해 기대를 모았던 신인들이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려 부상으로 시즌을 그르칠 수도 있다. KIA로서는 이의리에 대한 관리와 함께 무리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시즌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형 신인 투수의 등장은 KIA는 물론이고 리그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좌완 선발투수가 된 류현진이 신인시절 한화에 입단해 그 해 바로 괴물 투수의 면모를 보이며 신인왕과 시즌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이의리를 포함해 김진욱, 장재영까지 대형 신인 투수들의 경쟁구도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이의리는 이들보다 앞서가는 모양새다. 과연 이의리가 기대대로 양현종의 대안으로 그 자리를 확실히 할 수 있을지 강렬한 이름 만큼이나 올 시즌 계속 주목해야 할 신인인 건 분명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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