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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KBO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오승환은 4월 25일 KIA 전에서 팀의 3 : 2 한 점차 승리를 지켜내며 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완성했다. 오승환의 기록은 KBO 리그 기록만 집계한 것으로 일본과 미국 리그에서의 세이브 기록을 더하면 422세이브를 기록하게 됐다. 한.미. 일 리그를 모두 넘나들며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2005 시즌 삼성에 입단해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이후 삼성의 수호신으로 긴 세월을 함께 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그의 표정으로 인해 팬들은 그에게 돌부처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실제 그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고 돌덩어리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의 묵직한 직구는 타자들이 알고도 치지 못하는 공이었다. 오승환의 삼성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사이 삼성은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삼성의 전성기에서 오승환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재기에 성공한 오승환은 부상에서 돌아온 2011 시즌 47세이브에 방어율 0.63을 기록하며 최고 마무리 투수의 위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KBO 리그에서의 활약은 더 큰 무대로의 열망을 키웠다. 2013 시즌을 끝으로 오승환은 일본 리그로 진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오승환은 일본 리그 한신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모든 야구선수들의 선망하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이뤘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강팀 중 하나인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그의 커리어를 쌓았다. 오승환은 KBO 리그 선수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선수이기도 했다. 

 

오승환



이렇게 화려한 선수 생활을 지속한 오승환은 부상 등이 겹치면서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활약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에 오승환은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그가 떠난 이후 하위권 팀으로 전락한 삼성으로서는 레전드의 귀환을 두 손들어 환영했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오승환은 과거 해외 원정 도박에 연루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그의 복귀를 두고 부정적 여론이 일부 형성되는 원인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분명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오승환은 KBO 리그로 돌아왔다. 그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20 시즌 중반 1군 경기에 나섰다. 오승환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가 30대 후반의 나이에 부상 재활을 거쳤다는 점에서 과거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20202 시즌 45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18세이브 2홀드의 성적을 남겼다. 과거와 같은 압도적 투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직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구종을 추가하면서 구위 저하의 문제를 극복했다. 삼성이 지난 시즌 부진하면서 세이브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만 빼면 성공적인 복귀였다.

2021 시즌 삼성은 전력 보강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2015 시즌 이후 하위권에 머물며 침체기를 겪었던 삼성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삼성은 신예 선수들의 꾸준히 육성했고 투. 타에서 그들의 기량이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도 팀 상황에 맞게 구성됐다. 신. 구의 조화를 이룬 삼성에 대한 많은 이들은 상위권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삼성의 상위권 도약을 위한 중요한 구심점이었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삼성 불펜진은 리그 상위권의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문제는 1982년생 40살이 된 오승환이 에이징 커브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올 시즌 초반 오승환은 세이브를 쌓아가기는 했지만, 많은 경기에서 실점하면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4월 25일 현재 오승환은 8경기 등판에 5세이브 방어율 6.00을 기록 중이다. 무적의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피안타율과 피출루율도 강력한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있다. 이는 삼성이 부상 선수 속출로 완벽한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팀 상황과도 연결이 된다. 최근에는 대승과 대패가 이어지면서 등판 기회가 일정치 않았다.

4월 25일 KIA전에서 오승환은 1점 차 세이브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마침 그 세이브는 KBO 통산 300세이브와 겹쳐지며 그 의미를 더했다. 300세이브의 의미는 오승환이 더 큰 의욕을 가지고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오승환 역시 개인 통산 500세이브를 위해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의 나이는 불혹을 넘어 선수로서 황혼기에 있지만, 그의 300세이브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고 있다. 

오승환의 기념비적인 세이브 기록의 이면에 한 선수가 떠오른다. 같은 1982년생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뚜렷한 이력을 남겼던 손승락이 그 주인공이다. 오승환이 묵직한 직구와 무게감 있는 투구를 했다면 손승락은 날카롭게 꺾이는 컷 패스트볼과 역동적인 투구 동작으로 대조를 보인 마무리 투수였다. 온몸을 활용해 날아갈 듯 투구하는 그의 투구 동작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손승락은 이미 역사 속 팀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현대 유니콘스 이후 히어로즈 구단이 우리 히어로즈와 넥센 히어로즈로 변화하는 과정과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손승락은 오승환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시대를 풍미했다. 그와 함께 히어로즈는 여러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강팀으로 성장했다. 손승락은 히어로즈에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었다. 

롯데에서 손승락은 부침이 있었지만,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의 수호신으로 4시즌 동안 활약했다. 2017 시즌에는 37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2019 시즌 손승락은 급격한 노쇠화 조짐을 보였고 마무리 투수에서도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2019 시즌 9세이브에 머물려 아쉬움을 남겼다. 마침 그 시즌은 그의 두 번째 FA 자격을 얻기 직전의 시즌이었다.

 

손승락



이는 손승락의 가치 하락을 불러왔다. 시즌 후 열린  FA 시장에서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롯데 외에 타 팀의 관심도 얻지 못했다. 30대 후반의 기량 저하가 눈에 띄는 불펜 투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2019 시즌 후 팀 체질 개선에 나선 롯데 역시 손승락과의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롯데가 그에게 제안한 조건과 손승락의 생각은 큰 차이가 있었다. 달라진 환경에서 손승락은 선수 생활 지속보다는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자신이 더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손승락은 그가 소망했던 통산 300세이브 달성이라는 목표를 뒤로하고 통산 271세이브의 기록을 남기고 사라져갔다.

부질없는 상상이긴 하지만, 손승락이 도전을 택하고 실력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마무리 투수로서의 이력을 지속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은퇴 직전인 2019 시즌 손승락은 부진했지만, 시즌 후반기 구위를 회복한 모습이었고 주무기 컷패스트볼의 위력도 여전했다. 포크볼이나 커브 등 구종 추가로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모습도 있었다. 손승락이 계속 현역 선수로 남았다면 오승환과 함께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불혹의 불펜 투수들의 대결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손승락의 결정을 비난할 수는 없다. 롯데의 구단 변화 과정에서 손승락은 떠밀리 듯 은퇴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승환과 함께 300세이브 기록에 도전하는 베테랑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고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도전이 사라졌다는 점 또한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손승락이 뛰어난 마무리 투수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활약했던 롯데와 키움의 팬들 중에는 300세이브 달성 이후 계속되는 오승환의 도전을 지켜보면서 손승락을 떠올리는 이들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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