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 부진의 늪에 빠진 롯데 필승 불펜 구승민, 박진형

역대급 혼전이라 불리는 2021 프로야구에서 서서히 순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1위와 최하위의 승차가 4.5경기 차로 누구에게나 상위권 도약의 기회가 열려있지만, 상위권을 예상할 수 있는 팀이 나타나고 있다. 시즌 전 전망대로 LG는 투. 타의 조화를 이루면서 선두권에 자리했다. 최근 부진한  팀 타선만 제 페이스를 찾는다면 그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삼성이 가세했다. 2015 시즌 이후 삼성 왕조의 기억을 뒤로하고 하위권에 머물렀던 삼성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전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에이스 뷰캐넌을 시작으로 라이블리, 원태인, 백정현 등 강력한 선발 마운드는 리그 최강이다. 우완 영건 원태인은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외국인 투수에 뒤지지 않은 위력투를 매 경기 보이고 있다.

원태인은 마치 지난 시즌 혜성같이 등장했던 좌완 에이스 구창모를 연상하고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좌완 최재흥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최재흥은 지나 시즌 두 자릿 수 승수를 기록했다. 국내 투수로는 매우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이는 삼성 선발 투수 5인 로테이션을 더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단단한 삼성의 불펜진까지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더 강해질 예정이다. 

FA 영입 선수 오재일이 부상에서 돌아온 삼성 타선 역시 타자 친화 구장인 삼성 홈구장 효과를 극대화하며 강력하다. 삼성은 오재일 없는 기간에도 외국이 타자 피렐라가 장타력과 정확도를 겸비한 타격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최고 시즌을 만들어가는 구자욱과 베테랑 강민호 등이 팀 타선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심했던 삼성이지만, 그 고비를 넘기도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전력은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는 과저 전자 더비로 불렸던 LG와 삼성이 모처럼 선수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구승민

이렇게 형성된 선수권에 두산을 시작으로 KIA, SSG, NC 등이 중위권 혼전 양상이다. 이들 팀은 전력의 불균형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전통의 강호고 SSG는 추신수 영입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발현되지 않았다. KIA는 특급 신인 이의리가 선발 마운드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양현종을 대신하면서 고민을 덜었다. NC는 부상 전력이 복귀할 시점까지 버텨 낸다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중위권 팀들과 하위권 팀들에게는 다소 격차가 느껴지고 있다. 하위권에 자리한 팀 중 키움은 부상 선수 속출과 전력 약화로 지난 시즌 보다 그 힘이 떨어졌지만, 최근 경기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리그에서 부상에 대한 위험을 완전히 떨쳐내며 키움과 다시 계약한 외국인 투수 브리검이 전력에 가세하는 5월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키움이다. 

이들과 함께 하위권에 있는 롯데와 한화는 다소 그 입장이 다르다. 한화는 리빌딩을 올 시즌 분명한 정책으로 하고 있다. 순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폭적인 라인업 변화가 있었다.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라인업을 구성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올 시즌 한화에 있어 큰 목표다. 리빌딩이 중요한 한화지만, 한화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선전하고 있다. 최하위 1순위라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끈질긴 경기력과 함께 외국인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창의적인 수비 전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노시환이라는 젊은 거포가 등장했고 외국인 투수들이 꾸준히 활약하고 마무리 정우람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롯데는 올 시즌 리빌딩에 중점으로 한다고 하지만, 성적에 대한 기대를 떨쳐내기 어려운 시즌이다. 그 어떤 구단보다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한 롯데로서는 노골적인 리빌딩에 부담이 있다. 선수들의 라인업도 이대호를 중심으로 손아섭, 전준우, 안치홍까지 화려하다. 최근 2년간 육성 시스템을 통해 내부 선수 육성이 이루어지면서 백업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젊은 거포 한동희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포수 부분의 약점도 많이 보완됐다.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신인들의 보강도 이루어졌다.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내부 분위기 속에 시범경기 경기력도 호평을 받았다. 

4월이 지난 시점에 롯데는 뭔가 될 듯하면서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티 팀타선은 팀 타율 상위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번 타자 안치홍 카드가 비교적 성공적이고 전준우, 이대호, 정훈 등의 중심 타선도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희, 마차도, 김준태 등의 하위 타선도 약하지 않다. 중심 타자 손아섭이 아직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상. 하위 타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뛰어난 대타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병규와 오윤석, 김민수, 추재현 등 백업 자원들도 떨어지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유격수 마차도를 중심으로 한 내야 수비도 수준급이다. 

롯데의 문제는 마운드에 있다. 선발 마운드는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여전히 믿음직하다. 그의 장점이 탈삼진이 줄었지만, 더 다양한 구종으로 보다 편안한 투구를 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도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프랑코도 불안했던 제구가 잡히면서 위력적인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에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추가됐다.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프랑코다. 

국내 선발 투수진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하기 어렵다. 그 선두주자인 박세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며 구위를 되찾았다. 직구는 140킬로 중반을 넘고 힘이 있다. 포크볼을 대신한 슬라이더도 위력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투구에 기복이 있다. 순간 흔들리며 난타 당하는 장면이 눈에 보인다. 4월 30일 한화전에서 박세웅은 초반 난타당하며 무너졌다. 이전 3번의 선발 등판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또 다른 선발 투수 노경은은 베테랑 다운 노련한 투구를 하고 있지만, 피홈런이 많고 좌타자 상대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호평받았던 너클볼의 제구가 안되면서 중요한 무기를 잃었다. 다양한 변화구는 큰 장점이지만, 장타 허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전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노경은은 그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롯데가 기대하는 영건 이승헌과 김진욱은 제구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다. 우완 정통파의 이승헌은 구위는 뛰어지만, 제구가 급속히 흔들리는 현상이 여전하다. 그래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고 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투구 내용은 긍정적이다. 롯데 미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좌완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 기회를 잡고 있지만, 한 타순이 돈 이후 구위 저하와 제구가 급속히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3번의 선발 등판에서 김진욱은 볼넷이 문제가 되면서 많은 실점을 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프로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부족함이 있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아쉬움이 있지만, 롯데 선발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선발 자원 서준원도 초반 부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펜진이다. 그중에서도 필승 불펜 투수 박진형, 구승민의 부진이 불펜 운영의 틀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두 투수는 수년간 롯데 불펜의 핵심이었다. 그만큼의 투구 내용도 보였다. 강력한 직구와 포크볼의 조화는 매우 위력적이었다. 포크볼을 유인구로 스트라이크존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은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박진형과 구승민은 확연한 구위 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포크볼의 위력을 급속히 감소시켰다. 상대 타자들은 직구에 대한 대응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들의 포크볼을 노려 치고 있다. 이는 장타 허용률을 급속히 상승하게 했다. 승부처에서 불펜 투수의 장타 허용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그런 모습이 박진형, 구승민에게서 자주 보이고 있다. 4월 30일 현재 박진형은 9점대 후반, 구승민은 두자릿 수 방어율이다. 이에 롯데 코치진은 김대우, 최준용으로 필승 불펜진을 재편했다.

 

박진형

김대우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뒤늦은 전성기를 찾은 투구를 하고 있다. 프로 데뷔 10년이 넘어 감격의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1점대 방어율로 가장 안정된 투구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또 다른 필승 불펜 최준용은 위력적인 직구와 슬라이더 조합이 일품이지만, 잦은 등판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현상이 보인다. 프로 첫 풀타임 시즌에 도전하는 최준용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지만, 박진형, 구승민의 부진으로 그마저도 어렵다. 이는 최준용의 과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필승 불펜진의 불안은 마무리 김원중에도 부담이다. 자칫 멀티 이닝 소화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시즌 김원중은 풀타임 첫 마무리 투수로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등판이 늘어날수록 난타 당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도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지만, 연투하는 경기에서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기록했다. 

이렇게 필승 불펜진의 불안 속에 롯데의 팀 방어율은 5점대를 넘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매 경기 후반부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시즌 전 마운드 운영의 구상이 흔들리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빠른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진형과 구승민은 필승 불펜진 역할을 덜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중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불펜진의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 자신감도 떨어져 있다. 과감히 2군으로 내려 회복기를 가지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아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박진형, 구승민이 빠른 시간 내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롯데 2군에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나균안과 선발 투수 자원인 최영환, 시범경기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진명호 등의 대안이 있다. 이들이 1군에서도 좋은 내용을 보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박진형, 구승민의 부진으로 인한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보다 냉철하고 과감한 코치진의 조치가 필요하다. 

4월 30일 현재 롯데는 10승 13패를 기록 중이다. 바로 위 중위권과 차이는 미미하다. 팀만 정비가 된다면 순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제는 밀리면 회복이 어렵다. 이 시점에서는 팀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우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당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불펜진에 대한 변화와 정비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롯데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