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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서해바다의 풍경과 마니산 등 산세가 넓은 평야까지 사람의 삶에 필요한 자연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섬입니다. 그 때문인지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각 시대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삼국시대 백제, 고구려, 신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는 시점에 강화도는 지역의 주인이 변했고 고려 시대는 몽골와의 항정 과정에서 임시 수도로 조선시대 때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전초기지였습니다.

 

우리의 역사 전환기에 있어 강화도는 그 중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기별로 많은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역사 교육이 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폐공장 등 근. 현대사의 유적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역사 유적과 함께 산과 바다의 풍경까지 접할 수 있는 강화도는 도시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나들이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도로 교통망이 더 편리해지면서 그 거리도 가까워졌습니다.

 

5월의 화창한 봄날 강화도를 찾았습니다. 애초 가려고 했던 목적지를 가기 전 우연히 강화 읍내에서 두 군데 장소를 들렀습니다. 대한 성공회 강화성당과 조선 철종 임금의 생가터인 용흥궁이 그곳이었습니다. 가깝게 자리한 두 장소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대비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강화도 읍내 주차장에서 내려서 바라본 성공회 강화성당, 한옥 건물에 십자자가 걸려있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 대한제국 시기 건축됐습니다. 대한 성공회 초대 주교인 찰스 존 코프, 한국 이름 고요한에 의해 건축된 강화성당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입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성공회 강화성당은 노아의 방주를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대한 조선 후기부터 전해져 오랜 포교의 역사를 가진 천주교와 달리 조선에서의 포교 역사가 길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한 성공회는 지역 밀착형 전도활동을 전해했고 한옥 성당 역시 그 일환이었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더 활발한 활동이 있었던 강화도는 성당을 건립하기 최적지였습니다. 유서 깊은 전통의 고장이라는 점에도 한옥 성당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성당 입구

 

코로나 상황으로 내부 출입은 할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먼발치에서 보던 성당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 성당은 궁궐을 짓던 도편수가 주도하여 건축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입구가 매우 위용 있고 당시로는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담 너머로 살펴본 성당의 모습

 

돌담길을 따라

 

과거의 돌담과 새롭게 더해진 돌담이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성당 문을 지나 아랫마을을 조망해 보았습니다. 강화 읍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성당이 건립되었을 당시 강화 지역민들에게 이 성당은 신기하면서도 경의로운 장소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당 아래 또 다른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용흥문 현판 아래 작은 대문을 따라

 

멋진 한옥의 자태 그러나 

 

용흥궁은 조선 25대 임금인 철종의 생가터입니다. 철종은 몰락한 왕가의 자손으로 강화에서 일반 평민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당시 조선 백성들과 같이 하루하루 먹고 살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조선 24대 왕 헌종이 후사 없이 승하하면서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궁궐이나 도성의 사정을 알리 없었던 그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혹자는 힘든 삶을 살았던 그가 왕이 되는 일이 신데렐라 스토리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강화를 떠나 아무 지인이나 연고가 없는 궁궐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조선은 안동 김씨로 대표되는 세도정치의 절정기였습니다. 왕의 권한은 크게 축소되었고 실권은 모두 안동 김씨 세력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안동 김씨 세력은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왕권을 강력히 견제했습니다. 현 임금은 물론이고 차기 왕권 후보자들까지 감시하고 그들 영향력 아래 두었습니다. 만약, 자신들의 의도에 반하는 왕족들은 각종 이유를 들어 숙청했습니다. 그 결과 헌종 사후 그의 보위를 이어갈 왕족이 없었습니다. 철종은 왕위 계승 후보군이 아니었지만, 왕위를 이어갈 왕족이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당시 세도 정치 세력에 선택을 받았습니다.

 

왕족으로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고 주변의 그를 도울 세력이 전혀 없는 철종은 세도정치 세력에게는 안성맞춤의 왕 후보였습니다. 실제 철종은 왕위에 오른 이후 그의 정치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과 크게 다른 환경과 자신의 모든 일상이 감시되는 상황에서 철종은 왕위가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철종은 유흥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그의 건강은 크게 악화시켰고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승하했습니다.

 

한옥의 창살

 

용흥궁은 그가 왕위에 오른 후 그의 생가터에 세워진 건물입니다. 강화에서 철종은 초가집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왕이 된 후 그의 생가터는 이렇게 멋진 한옥집으로 변모했습니다. 하지만 철종은 그의 생전 이 집은 물론이고 강화도로 올 수 없었습니다. 그의 사후에도 그는 그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강화도에 묻히지 못했습니다.

 

철종은 왕의 된 후 부족할게 있는 삶을 살았지만,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가 원치 않았던 왕관의 무게는 그에게 너무 버거웠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 왕관을 벗을 수 없었습니다.

 

기와

 

우물

 

 

문을 나서며

 

철종이 왕으로 있던 시기 조선의 내. 외부적으로 큰 변혁기에 있었습니다. 서구 세력의 본격적인 아시아 진출이 이루어졌고 그 진출은 침략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선의 사대 관계를 유지하던 중국이 서양 세력에 무너졌고 일본 역시 타의에 의한 개항을 했습니다. 이런 외세의 침략은 조선에 큰 위협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세도정치의 폐단이 절정에 달했고 전정, 군정, 환곡 삼정이 문란으로 백성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습니다. 매관매직이 성행했고 그렇게 관직을 얻은 자들은 백성을 더 악랄하게 수탈했습니다. 이에 백성들은 민란의 형태로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철종 시대 진주 민란으로 파생된 임술 농민 봉기는 온 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이에 철종은 삼정이정청을 만들어 삼정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민생을 돌보려 했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습니다.

 

철종은 그를 비호하는 정치 세력이 전무한 힘없는 임금이었습니다. 역사서에서 그는 나약하고 무능한 임금으로 나옵니다. 강화도령이라는 말은 그를 폄하고 조롱하는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정치를 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그런 정치적인 좌절은 그에게 더 큰 절망이었습니다. 그렇게 철종은 마음 가득 회한을 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조선은 대원군이 등장하며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에서 철종은 기득권 세력에 맞서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려 고군분투하는 임금으로 나왔습니다. 역사왜곡 논란까지 있었던 드라마였지만, 드라마 속 철종의 모습은 철종 자신이 원했던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철종의 생가터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한 장소에 자리한 대한 성공회 강화성당과 철종의 생가터 용흥궁은 같은 한옥이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랐습니다. 강화성당은 기존 조선을 틀을 깨는 외래 종교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변화하는 조선의 단면을 상징합니다. 철종의 생가터는 그가 왕위에 오른 후 신축된 건물로 기존 조선 시스템의 틀에 갇혀있는 건물입니다. 강화성당은 철종의 생가터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몰락하는 조선 왕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대비되는 두 한옥 건물의 모습에서 마음이 무거워 짐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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