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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프로야구 SSG와 LG의 경기에서 야구팬들이 평생 보기 힘든 진기한 끝내기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에서 SSG는 승자가 됐고 LG는 황당한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 결과로 SSG는 2위로 올라섰고 LG는 4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사건의 전말이 이랬다. LG가 9회 초 이천웅, 김현수의 홈런으로 2 : 4로 뒤지던 경기를 5 : 4로 역전시킨 후 맞이한 9회 말, LG는 마무리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순서였다. LG는 역전극의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경기는 LG의 뜻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고우석은 첫 타자를 무난히 잡아냈지만, 1사 후 로맥과 대타로 출전한 추신수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제구가 흔들린 고우석은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고 경기는 5 : 5 동점이 됐다. LG의 역전극 분위기는 SSG의 재 역전극 분위기로 급변했다. 하지만 1사 만루 기회에서 SSG 이재원은 타구는 3루 땅볼이 됐고 LG 3루수 문보경이 그 공을 날렵하게 잡아내 3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가 1루로 공을 던졌다면 무난히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양 팀 벤치가 모두 연장전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는 순간, 변수가 발생했다. 

LG 3루수 문보경은 홈으로 뛰던 SSG 추신수가 눈에 들어왔고 홈으로 공을 던졌다. LG 포수 유강남은 공을 잡고 추신수를 태그 한다면 무난히 이닝이 종료될 수 있었다. 깔끔한 병살처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능한 수비 플레이였다. 만루에서 땅볼 타구에 주자들이 모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추신수는 홈으로 달려야 했고 그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추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태그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런 다운 플레이를 했다. LG 포수 유강남은 공을 가지고 추신수를 3루로 몰았다. 3루수로 공을 던져 런 다운 플레이를 지속하면 될 일이었다. 

 

행운의 끝내기 득점 추신수



하지만 유강남은 추신수가 3루로 돌아갈 동안 공을 3루로 던지지 않았다. 3루로 돌아간 추신수가 생존하는 순간, 3루 베이스에는 2루 주자였던 한유섬이 있었다. 3루 베이스에 2명의 주자가 자리한 상황, 이 경우 선행주자에게 우선권이 있고 두 주자를 모두 태그 하면 한유섬이 아웃이었다. 문제는 한유섬이 3루 땅볼 때 3루수가 3루를 밟아 포스아웃이 됐다는 점이었다. 한유섬은 이미 아웃된 주자로 그가 3루 베이스를 차지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한유섬은 LG 3루수가 3루를 밟지 않았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LG는 추신수와 한유섬을 모두 태그하고 타임을 요청해 심판은 판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을 들고 있던 LG 포수 유강남은 다시 2루로 돌아가려는 동작을 취한 한유섬을 쫓았다. 이미 아웃된 주자를 테그하려는 그의 시도는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그 사이 3루로 돌아간 추신수는 홈으로 달렸다. 유강남은 다시 3루로 공을 던졌지만, 공을 받은 LG 유격수 손호영은 홈으로 달리는 추신수를 잡아내기 위해 홈 송구를 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마치 조깅을 하듯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SSG의 결승 득점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이 순간 SSG는 물론이고 LG 선수들 모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SSG 선수들은 뒤늦게 승리에 환호했다. 그때까지도 LG 선수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LG 선수들은 3루로 돌아간 추신수 베이스를 밟는 순간 아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유섬이 베이스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신수가 뒤늦게 3루로 돌아간 상황에서 추신수가 후속 주자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하더라도 추신수를 태그 해야 했다. 오히려 이미 아웃된 주자를 태그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아웃된 주자 한유섬이 기만 동작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수비방해가 없었던 탓에 그마저도 주장할 수 없었다.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추신수는 빈틈을 파고 들었고 결승 득점을 했다. 추신수의 홈 질주에 LG 수비수들이 홈으로 공을 송구하고 추신수가 아웃됐다면 추신수의 플레이는 무모한 주루가 될 수도 있었다. 추신수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LG 야수들의 거듭된 착각과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끄는 재치 있는 플레이가 됐다. 

결과적으로 LG에게는 야구 규칙을 숙지하지 못한 상황이 만든 참극이었다. 그 순간 냉철한 판단을 했다면 혼란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우선 포수 유강남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함께 런 다운 플레이를 한 문보경, 손호영이 젊은 선수들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견급 선수인 유강남이 플레이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 아쉽게도 유강남은 그 자신이 우왕좌왕했다. 이 순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밖에 없었다. 

LG는 9회 말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끝내기 패배의 위기를 넘겼다. 이미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은 기억도 있고 불펜진에서 LG는 더 여유가 있었다. 연장 승부가 됐다면 LG의 승리 가능성이 컸다. LG는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렸다. 반대로 SSG는 마무리 투수로 나선 서진용의 부진으로 다 잡은 경기를 내주는 상황에 몰렸다. 기사회생했다. 그대로 패했다면 그 충격이 클 수 있었다. 부상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하고 대타로 경기에 나선 추신수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에 이어 주루 플레이로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9회 초 역전 홈런을 때려낸 LG 중심 타자 김현수에게 추신수로 경기 수훈선수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특히, LG에게는 아쉬움 가득한 패배였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시작된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1승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항임을 고려하면 패배의 충격은 몇 배가 클 수 있다. 두고두고 이 장면이 회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의 부담감이 커질 수도 있다. 

SSG는 행운의 승리를 더하면서 상위권 경쟁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SSG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투. 타의 각종 지표가 하위권에 있지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버티기를 하고 있는 SSG의 힘이 떨어질 수 있는 시점에 SSG는 큰 선물을 받았다. 어쩌면 이런 행운은 좋지 않은 성적 지표에도 승부의 맥을 잘 짚으며 이기는 경기는 반드시 잡아내는 SSG의 저력이 빛나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승패를 엇갈리게 한 착각으로 가득한 9회 말이었다. 끝내기 장면에는 홈런과 안타,  밀어내기 볼넷이나 실책, 보크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등장하지만, 5월 21일 SSG와 LG전은 그 어디에도 없었던 끝내기 경기였다. 양 팀은 상대 마무리 투수를 무너뜨리며 접전의 경기를 펼쳤지만, 그 결말은 허무했다. 야구 규칙에 정통하지 않은 야구팬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 후 심판진들이 관중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야구를 업으로 하는 선수들이 규칙을 착각해 승패가 엇갈렸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진기명기 장면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야구팬들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 할 수도 있지만, 프로 레벨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SSG 랜더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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