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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인 5월을 우울하게 보냈던 롯데가 6월을 승리의 기억으로 시작했다. 롯데는 6월 1일 키움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선발 투수 나균안의 6.2이닝 무실점 호투와 불펜진의 무실점 호투를 더해 3 : 0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팀 6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연패 탈출과 함께 5월 한 달 롯데를 괴롭혔던 불안했던 마운드가 키움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반가운 경기였다. 

승리의 중심에는 선발 투수 나균안이 있었다. 나균안은 1회와 2회 2명의 주자를 출루시키며 실점 위기를 맞이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프로 데뷔 후 올 시즌 처음 1군 마운드에 오른 투수라 할 수 없는 침착함과 위기관리 능력이 있었다. 초반 위기를 벗어난 나균안은 이후 6회까지 3명의 타자로 이닝을 끝내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3회 말 1사 후 도루 선수 김혜성의 안타 출루가 있었지만, 그의 도루 시도를 포수 지시완이 저지하면서 호투에 더 탄력을 받았다. 김혜성은 올 시즌 2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그런 김혜성에 대한 도루 저지는 나균안에게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유격수 마차도를 포함한 야수들의 호수비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타선에서는 서튼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중용되고 있는 외야수 추재현과 포수 지시완이 각각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팀 득점을 책임졌다. 이들은 키움 선발 투수 안우진의 직구를 노려 홈런을 만들어냈다.

안우진은 그동안 제구 불안에 시달렸지만, 최근 제구에 안정감이 더해지면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 중이었다. 안우진은 예상치 못했던 타자들에게 일격을 허용하며 실점했다. 안우진은 피 홈런 2개가 아니었다면 역시 무실점 호투가 가능했다. 안우진은 제구의 안정과 함께 변화구 구시 비율을 높이며 직구의 강점도 같이 살렸다. 경기는 롯데의 2 : 0 리드로 이어졌다. 나균안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안정된 제구와 다양한 구종, 강약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투구를 했고 안우진은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힘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상반된 스타일의 20대 영건들의 투수전은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나균안이 더 긴장할 수 있는 흐름이었지만, 나균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키움 선발 안우진은 6회까지 마운드에 올랐지만, 나균안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로서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과 투구 수였다.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롯데로서는 선발 투수가 가능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필요가 있었다. 나균안은 7회 2사까지 마운드에 머물렀다. 이후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서준원이 키움의 거포 박병호를 삼진 처리하면서 그가 남긴 주자의 득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6.2 이닝 3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나균안에게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였다.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변수는 야수들과 불펜진의 역할이었다. 나균안은 이전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최근 집중력이 떨어진 롯데 타선과 불펜진의 투구를 고려하면 2 : 0 리드를 안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롯데 불펜진은 서준원, 김대우, 마무리 김원중까지 무실점 투수로 그의 승리를 지켜냈고 타선은 경기 후반 추가 1득점으로 승리 가능성을 더 높였다. 롯데는 3 : 0으로 승리했고 나균안의 프로 데뷔 후 첫 승에 성공했다. 

나균안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승리였다. 나균안은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듯이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그는 포수로 2017 시즌 롯데 신인 2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롯데는 강민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포수로 기대했고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2018 시즌 강민호가 FA 계약으로 팀을 떠나자 주전 포수로 전격 발탁됐다. 나균안에게는 큰 기회였지만, 반대로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롯데는 리빌딩의 팀이 아니었고 당장의 성적이 필요가 팀이었다. 신인 나균안은 그런 팀에서 주전 포수로서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나균안은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팀 분위기 속에서 움츠러 들었고 발전하지 못했다. 수비는 일정 기량 향상을 보였지만, 타격이 큰 문제였다. 나균안은 1할대 빈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떨쳐내지 못했다. 수비가 중요한 포수지만, 심각한 타격 부진은 팀에 큰 마이너스 요소였고 나균안 역시 타격 부진에 고심해야 했다. 이는 수비 불안까지 불러왔다. 어느 순간 포수는 롯데의 가장 약한 포지션이 됐고 주전 포수 나균안은 큰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나균안에게 2020 시즌을 앞두고 큰 시련이 찾아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나균안은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재활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2020 시즌 롯데는 포수 보강을 위해 지시완을 트레이로 영입했고 군에서 돌아온 김준태 등 새로운 포수 자원이 더해지며 포수 부분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나균안은 그 입지가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고 말았다.

선수 생활의 위기에서 나균안은 투수 전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2020 시즌 프런트의 권유로 재활 과정에서 투수 연습을 했고 2군 경기에서 나서기도 했다. 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위치였지만, 나균안의 투구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2군에서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며 나균안은 투수로서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타격에서 대한 부담을 덜은 것이 나균안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2021 시즌 나균안은 투수로 그의 선수 생활을 방향을 완전히 변경했다. 이름도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프로 데뷔 후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였다. 나균안은 2군에서 선발 투수로 경험치를 쌓았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즌 중반 이후 대체 선발 투수 후보군에 속했다. 올 시즌 나균안은 경험을 쌓는 시기로 보였다. 

2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던 나균안에게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의 마운드가 선발과 불펜 모두 붕괴 현상을 보이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롯데는 2군에서 투수 자원을 콜업하기 시작했다. 나균안도 그에 포함됐다. 나균안은 불펜 투수로 1군 데뷔 경기를 치렀다. 5월 5일 홈경기에서 나균안은 투수로 1군 마운드에 처음 설수 있었다. 2실점하긴 했지만, 구위나 제구 모든 면에서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투구 내용을 보였다. 이후 나균안은 계속 마운드 등판의 기회가 있었고 이닝 수를 늘렸다. 

5월 15일 KT전에서 나균안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그 경기에서 나균안은 5이닝 무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를 했고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롯데는 애초 기대했던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비어있는 4 , 5선발 자리를 채워야 했고 나균안이 선택을 받았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첫 시즌 선발 로테이션 합류는 무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나균안은 선발 투수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투수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침착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그보다 더 뛰어난 구위에도 제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승헌, 김진욱 등 팀 내 다른 영건들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포수 출신답게 나균안은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고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났다. 타자와의 수 싸움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6월 1일 키움전에서도 나균안은 다양한 구종을 적절히 조합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면서 키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는 그의 데뷔 첫 선발승으로 연결됐다. 

 



나균안의 첫 승은 그에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없는 프로선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나균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투구는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같이 마운드에서 긴장하지 않고 여유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다면 더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롯데 역시 확실한 선발 투수 자원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의 나균안의 선발승이 반갑다. 그가 선발 투수로 경쟁력을 보인다면 기존 선발 투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고 장기 레이스에서 마운드 운영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나균안이 프로 데뷔 첫 선발 투수 시즌인 만큼 투구 수가 이닝 관리에 보다 세심함이 필요해 보인다. 시즌 초반 부진한 이승헌과 김진욱 영건과 베테랑 노경은이 기량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 나균안을 포함한 선발 투수들이 제 모습을 되찾고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면 롯데 선발 마운드는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균안은 롯데 육성 프로그램의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팀 운영의 긍정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나균안이 첫 승을 기록한 6월 1일 키움전에서 감독 교체 후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는 추재현, 지시완이 큰 활약을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균안이 투수로 전환하는 데 일정 영향을 미친 지시완과 나균안이 멋진 배터리 호흡으로 승리를 이끌었다는 사실도 이채로웠다. 이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개명을 하는 공통점도 있다. 

프로 데뷔 후 힘든 시간이었다. 나균안의 프로 데뷔 첫 승은 프로선수로서 제대로 된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 될 수 있다. 시련이 시간을 견딘 만큼 나균안은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이 있다. 투수 나균안이 올 시즌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롱런하며 그 이력을 얼마나 더 쌓아갈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이제 나균안은 야구팬들에게 자신을 투수 나균안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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