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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롯데 자이언츠는 선수 육성에 큰 약점을 보였던 팀이었다. 나름 2군 시스템을 갖추긴 했지만,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가 극히 드물었다. 그나마 야수진에서는 주전 3루수로 도약한 한동희가 있지만, 투수진은 1군 마운드에서 자리를 잡은 젊은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는 연고지 1차 지명에서 다수의 투수를 영입했다. 하위권 성적으로 신인 2차 지명에서 높은 순위를 받았고 상위 순위의 유망주 투수들을 다수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이 더디기만 했다. 단적으로 롯데에 2017 시즌 입단한 유망주 투수 윤성빈은 4억 5천만원의 계약금이 말해주듯 150킬로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로 기대를 모았고 롯데가 육성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여전히 2군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롯데에 올 시즌 입단한 신인 투수 김진욱은 즉시 전력감으로 주목받았다. 이미 고교 2학년 때부터 고교 레벨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진욱이었다. 김진욱은 좌완이라는 강점에 140킬로 중반에 이르는 직구,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었다.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났다. 그의 소속팀 강릉고는 고교 야구에서 약체로 분류되는 팀이었지만, 김진욱을 앞세워 강팀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컸다.

2021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롯데의 선택은 김진욱이었다. 이미 고교 3학년 때부터 롯데 팬들은 김진욱을 롯 진욱이라 부르며 그의 입단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김진욱은 고교 3학년 때도 변함없는 활약을 했고 롯데는 그를 지명했다.

 



김진욱은 롯데가 애타가 찾던 좌완 선발투수였다. 롯데는 2015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과 함께 두산으로 떠난 장원준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좌완 투수가 사실상 전무했다. 불펜진에도 롯데는 좌완 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베테랑 장원삼, 고효준이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고 이들은 이제 팀을 떠났다. 롯데는 그동안 다수의 좌완 투수 유망주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했지만, 1군에 자리를 잡은 투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였던 좌완 투수 김유영 역시 1군과 2군을 오가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진욱은 이미 완성형 투수로 즉시 전력감이기도 했고 앞으로 10년은 롯데 마운드를 책임질 팀의 미래이기도 했다. 롯데는 그의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동안 롯데는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이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진 기억이 있었다. 김진욱은 2군에서 단계를 밟아 시즌을 준비했다. 롯데는 그의 올 시즌 투구 이닝을 100이닝을 제한하기로 했고 선발 투수로만 활용한다고 했다. 부상 방지와 함께 프로 데뷔 첫 시즌이라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진욱으로서는 부담을 덜고 투구할 여건이 마련됐다. 김진욱은 페이스를 예상보다 일찍 끌어올렸다. 시범경기에서도 기대 이상의 투구 내용이었다. 김진욱은 KIA의 신인 좌완 투수 이의리와 함께 기대되는 신인왕 경쟁의 후보로 주목받았다. 마침 두 좌완 투수는 모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며 시즌을 시작했다. 올림픽 국가대표 예비후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했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좌완 트리오가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상황에서 새로운 얼굴이 대표팀에 필요했다. 그 첫 주자였던 NC 좌완 에이스 구창모는 부상 재활이 길어지고 있었고 LG 베테랑 좌완 차우찬 역시 부상 회복이 더디기만 했다. 김진욱, 이의리에게는 시즌 활약이 국가대표 선발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메달을 획득한다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선수는 물론이고 소속팀에도 큰 선물이 될 수 있었다. 김진욱과 이의리는 선의의 경쟁자로 서로의 발전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두 좌완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 김진욱은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고전했다. 이의리는 선발 로테이션의 상위 순번을 유지하며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4월 한 달 이의리는 1승에 머물렀지만, 2점대 방어율로 선전했다. 양현종이 떠난 자리를 메워야 하는 KIA에게 이의리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김진욱은 4월 한 달 3번의 선발 등판에서 2패만을 기록했고 방어율은 10.54로 부진했다. 김진욱은 선발 등판에서 초반에는 위력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기도 했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 난타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의 공에 적응한 타자들은 김진욱의 공을 쉽게 공략했다. 자신 있게 던진 공이 맞아나가면서 김진욱은 정교한 제구를 하려 했지만, 제구가 더 흔들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진욱은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고 투구 수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진욱은 5회를 넘기기 버거웠다. 

결국, 김진욱은 4월 3번의 선발 등판 이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진욱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쳤다.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투구할 수 있는 힘의 배분과 변화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4월의 부진은 발전을 위한 성장통으로 보였다. 그렇게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롯데는 팀이 깊은 부진에 빠졌고 최하위로 쳐졌다. 감독이 교체되고 팀은 큰 변화가 있었다. 이런 팀 상황에서 팀이 기대하는 특급 신인 투수의 선발 호투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진욱은 여전히 시즌 초반의 불안한 투구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진욱은 5월 30일 NC전에서 3.2이닝 동안 5실점하며 부진했다. 볼넷이 문제였고 그렇게 출루한 주자들은 여지없이 홈으로 들어왔다. NC 타선이 강하기도 했지만, 김진욱 스스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무너진 경기였다. 2군 경기에서 선발 호투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김진욱이었지만, 아직은 1군 마운드에 서기는 부족한 내용이었다. 그 사이 그의 경쟁자 이의리는 부침이 있었지만,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롯데와 김진욱 모두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롯데는 김진욱의 활용법에 변화를 주었다. 롯데는 김진욱을 불펜으로 이동시켰다. 투구 이닝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김진욱을 짧은 이닝을 책임지게 하면서 자신감을 키워주려 했다. 롯데에 부족한 좌완 불펜진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효과가 있었다. 

6월 두 번의 불펜 등판에서 김진욱은 각각 1.2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투구 이닝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김진욱의 공은 위력이 있었다.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위력적인 구위는 타자들을 힘으로 이겨냈다. 특히, 상대 좌타자들은 김진욱 특유의 타점 높은 투구 궤적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6월 13일 KIA 전에서 김진욱은 탈삼진 2개를 기록하며 4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의 무실점 호투는 팀이 경기를 역전시키면서 그를 승리 투수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 첫 승이었다. 비록 선발승은 아니었지만, 한줄기 빛이 되는 일이었다. 

롯데는 당분간 김진욱을 불펜 투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은 올 시즌 실패의 기억만을 계속 쌓았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불펜에서 성공적인 투구는 그의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뛰어난 구위의 좌완 투수인 김진욱은 상대 좌타자들을 상대하는 스페셜리스트로 제격이기도 하다. 김진욱의 역할도 추격조로 나서고 있지만, 접전의 경기 승부처에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불펜에서 김진욱만큼의 구위를 지닌 좌완 투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김진욱은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김진욱은 미래 선발 투수 자원이다. 그만한 역량도 있다. 장원준 이후 강력한 좌완 선발 투수가 없었던 롯데로서는 김진욱이 선발 투수 한자리를 차지하는 게 최상이다. 하지만 올 시즌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 나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불펜 투수로 경험을 쌓으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국가대표의 희망과 신인왕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게 됐지만, 불펜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면 시즌 후반 달라진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불펜 투수로 새롭게 돌파구를 찾은 김진욱이다. 첫 승도 기록했고 타자들과의 승부를 이겨내는 순간도 늘려가고 있다. 이는 그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불펜 투수로의 변신은 김진욱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새로운 여정이 올 시즌 팀과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출발은 긍정적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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