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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에 대해 케네디스코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말에서 그 연원을 찾는 이 스코어는 그 근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8 : 7로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를 말한다. 1점 차 승부의 짜릿함과 타격전의 묘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스코어인 건 분명하다. 6월 20일 홈팀 롯데는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이 케네디스코어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롯데는 주중 한화와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 1승 3패의 부진을 씻고 또 한 번의 위닝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5월 18일 한화전 승리 이후 3패만을 쌓으며 부진했던 롯데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6.2이닝 3실점의 호투로 모처럼 만에 승리 투수가 됐고 시즌 4승에 성공했다. 삼성의 막판 추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시즌 10세이브를 기록했다. 부상에서 복귀 후 주말 삼성과의 3연전부터 경기에 나선 간판타자 이대호는 결승 타점이 된 선제 2점 홈런과 함께 2안타 3타점으로 그가 돌아왔음을 보여주었다. 

경기는 롯데의 승리였지만,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을 롯데가 단연 우위였다.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 삼성은 구멍 난 선발 로테이션은 메운 신예 좌완 이승민이었다. 보통이라면 롯데의 우위가 예상됐지만, 최근 스트레일리의 부진은 롯데의 우세를 장담할 수 없게 했다. 상대팀 삼성은 올 시즌 선두권 경쟁 중인 강팀이고 전날 경기에서 롯데 마운드를 맹폭하며 9 : 1로 승리했다. 삼성은 유독 일요일 경기 강점이 있는 올 시즌이고 롯데는 일요일 경기 승률이 크게 떨어지는 시즌이라는 대조되는 부분도 있었다. 

 

불안불안 마무리 김원중



이런 롯데의 걱정은 초반 사라졌다.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는 부진에서 벗어난 호투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고 롯데는 초반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1회 말 이대호의 선제 2점 홈런으로 2 : 0 리드를 잡았고 3회 말 손아섭의 1타점 3루타와 전준우의 희생 플라이로 추가 2득점 했다. 5회 말에는 4안타를 집중하며 2득점을 추가했다. 롯데는 4회 말 무사 1, 2루에서 지시완의 내야 땅볼이 3중살로 연결되며 공격 흐름이 끊어질 수 있었지만, 5회 말 집중력을 발휘했다. 삼성은 5회 말부터 불펜을 가동했지만, 롯데의 타선의 흐름을 끊지 못했다. 

타선의 지원과 함께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는 더 힘을 얻었다. 그동안 부진의 큰 원인 중 하나였던 손가락 물집으로 고심하던 스트레일리는 체인지업 사용 빈도를 높이며 부상을 방지하는 투구를 했다. 이는 그의 주무기 슬라이더에 집중하던 삼성 타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스트레일리는 3회 초 1실점했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롯데의 순조로운 경기 흐름이었다. 

7회 초부터 경기 상황은 급변했다. 투구 수 100개에 근접한 스트레일리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화요일 경기에서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던 스트레일리는 교체될 가능성이 컸다. 스트레일리는 이닝 소화에 큰 의지를 보였다. 불안한 롯데 불펜진의 상황도 그의 7회 등판이 이유였다. 롯데는 6 : 1 여유 있는 리그에서 선발 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2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스트레일리의 구위는 떨어져 있었다. 마침 상대 타자는 그전 타석에서 그에게 3개의 안타를 때려낸 박해민이었다. 충분히 교체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인 김대우를 마운드에 올랐다. 김대우는 6월 17일 한화전 이후 충분한 휴식으로 힘도 비축되고 있었다.

롯데는 김대우가 박해민을 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그림을 예상했지만, 김대우는 박해민에 2타점 적시 안타를 허용했다. 경기는 롯데의 6 : 1 리그에서 삼성의 추격권인 6 : 3 리드로 변했다. 롯데 불펜도 바빠졌다. 이후 경기 흐름은 삼성의 맹렬한 추격을 롯데가 힘겹게 이겨내는 상황이 이어졌다. 삼성은 8회 초에도 롯데 불펜진을 압박했다. 롯데는 김대우를 그대로 마운드에 올렸지만, 김대우는 구위나 제구 모두가 삼성 타선을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삼성은 롯데 홈구장인 사직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구자욱의 솔로 홈런과 대타 강한울의 적시 안타 등을 묶어 3득점 했다. 경기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롯데는 김대우에 이어 구승민으로 마운드를 이어갔지만, 이들 1이닝을 막아내기 버거웠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8회 초 2사 상황에 마운드에 올렸다. 그만큼 롯데는 다급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대타 강한울에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롯데는 7 : 6, 1점 차로 쫓겼다. 7회 말 정훈의 솔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위기에서 타석에 선 박해민의 좌중간을 뚫어낼 것 같은 타구가 나왔다. 롯데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순간 중견수 추재현의 멋진 수비가 나왔고 삼성의 8회 초 추격도 끝났다. 추재현은 7회 초에도 펜스를 때릴 수 있는 타구를 잡아내며 실점의 위기를 벗어나게 했다. 추재현은 이 두 번의 호수비로 흔들리는 롯데 마운드를 도왔다. 그는 타격에서 득점에 힘을 보태지 못했지만, 실점과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을 막아내는 호수비로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긴 롯데는 8회 말 추가 1득점으로 한숨을 돌리는 듯 보였지만, 삼성은 9회 초에도 득점 기회를 잡으며 롯데는 긴장하게 했다. 첫 타자 피렐라의 내야 뜬공을 교체 유격수 배성근이 놓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예상 못 한 출루에 후속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진 오재일을 삼진 처리했지만, 강민호에 적시 안타를 허용했다. 롯데는 8 : 7로 쫓겼다. 1사 1, 2루에서 장타력이 있는 타자 이원석, 김헌곤이 차례로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로서는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칠 수 있는 위기였다. 올 시즌 역전패의 기억이 많았던 롯데로서는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이 추가될 수 있었다. 이 위기에서 김원중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원중은 낙차 큰 커브를 적절히 구사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잇따른 외야 플라이 유도로 팀 승리를 지켰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한 반전과 반전이 이어진 승부는 롯데의 8 : 7 한 점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부진 탈출의 가능성을 보였고 간판타자 이대호가 부상 복귀 후 타격 감을 회복했다는 성과가 있었지만, 마운드 불안의 문제가 여전함을 느끼는 주말 3연전이었다. 선발 마운드는 스트레일리, 프랑코 두 외국인 투수가 모처럼 원투 펀치 다운 투구를 하며 삼성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이들의 호투는 모두 팀 승리로 연결됐다.

 

제자리 찾지 못하는 필승 불펜 구승민



하지만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 등판한 나균안은 최근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균안은 4이닝 6피안 4사사구 4실점을 부진했다. 롯데는 1 : 9로 패했고 나균안은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나균안은 최근 3경기에서 초반 부진하며 조기 강판되는 모습을 보였다. 1군 콜업 후 호평을 받으며 선발 투수로 자리했던 나균안으로서는 뭔가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투구 패턴이 읽히면서 결정구가 공략당하는 일이 늘었고 이를 의식하면서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했던 나균안이 아니다. 3경기 연속 부진은 그의 다음 경기 선발 등판을 기약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불펜진 역시 필승 불펜진의 불안함이 여전했다. 김대우,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은 모두 삼성 타선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했다. 2승 1패의 위닝 시리즈를 만들긴 했지만, 필승 불펜조는 승리하는 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며 경기를 마지막까지 긴장하면서 지켜보도록 했다. 삼성 타선이 강하다고 해도 필승 불펜진의 불안감을 경기를 어렵게 했다. 타선이 폭발하며 충분한 득점을 해주지 않았다면 쓰라린 역전패의 기억을 더 쌓을 수 있었다. 

롯데 마운드는 올 시즌 계획이 어긋났다. 선발 투수들은 모두 4점대 이상의 방어율로 실점이 많고 기복이 있다. 새로운 얼굴들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하기 어렵다. 불펜진은 필승 불펜조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팀 타율이 리그 정상급임에도 팀 방어율 최하위의 마운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수진은 2군에서 콜업한 선수들의 활약하면서 선수 운영폭이 넓어지고 기존 선수들이 체력 부담을 덜면서 더 큰 활약을 하는 순기능이 나타나고 있지만, 마운드는 그렇지 못하다. 현 상황이라면 시즌 내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6월 20일 삼성전 극적인 승리는 결코 반갑지 않다. 마운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승리는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시즌 후반기를 어렵게 한다. 아직 시즌을 길고 해야 할 경기는 많다. 극적인 승리 하나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면 지속력에 문제가 생긴다. 롯데로서는 짜릿한 승리를 줄이고 보다 편안한 승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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