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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 세계 랭킹 2위 브라질은 공격수 수비, 서브 등 모든 면에서 우리 대표팀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이었다. 공격은 높은 타점과 파워가 있었고 블로킹은 높고 단단했다. 수비 역시 그물망을 펼친 듯 촘촘했다. 경기 운영 역시 강약을 적절히 조화하는 능수능란함이 있었다. 우리 대표팀이 좀처럼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브라질은 공격수 한 명이 도핑과 관련한 문제로 팀을 떠나는 변수가 있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건이 그들을 더 단단히 결속시켰다. 더 강하고 빈틈없는 상대의 전력은 우리 대표팀의 플레이를 무기력하게 보이도록 했다. 

여자배구 브라질과의 준결승은 이렇게 힘의 차이를 그대로 절감하게 하는 경기 내용이었다. 대표팀은 조 예선 일본전과 8강 터키전과 같이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강한 서브와 끈질긴 수비, 이전과 다른 공격 루트 등을 활용하며 맞섰지만, 브라질은 우리를 철저히 분석했고 대비하고 있었다. 조 예선 첫 경기와 다르지 않는 내용이었다. 세트 스코어 3 : 0 패배, 대표팀의 메달 획득의 기회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으로 미뤄야 했다. 

동메달 결정전 상대 세르비아의 전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조 예선에서 대표팀은 세르비아에 세트 스코어 0 : 3으로 패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일본과의 치열했던 풀세트 접전의 후유증이 있었고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승리가 8강 대진의 유리함을 가져다주는 경기도 아니었다. 대표팀은 다소 힘을 빼고 체력을 안배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높이와 힘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세르비아 공격을 상당 부분을 담당했는 라이트 공격수는 우리 코트에 연달아 강타를 꽂아 넣었다. 

 



우리보다 앞서는 전력이지만, 한차례 대결로 그들의 전력을 분석했다. 남자 경기를 연상하게 하는 파워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브라질과 달리 세르비아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특정 공격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미 8강전에서 비슷한 유형의 터키전에서 승리한 기억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표팀에는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김연경이라는 스타와 함께 여자배구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 무대이기도 하다. 이는 엄청난 동기 부여 요소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강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전 완패는 아프지만, 힘의 소모가 크지 않았다. 브라질전 후반부에는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경기 운영의 모습도 보였다.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이런 대표팀에 배구팬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준결승전 완패에 실망하기보다는 위로와 격려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 또한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최고 스타의 올림픽 마지막 무대라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성적 면에는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 조 예선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준결승 상대이기도 한 브라질이 있었고 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에 홈팀 일본, 중남미 강호 도미니카, 아프리카의 케냐와 한 조에 묶였다. 상대적으로 강팀이 덜하는 평가도 있었지만, 케냐를 제외하고 모두 세계 랭킹이 우리보다 높았다.

여기에 대표팀의 준비과정도 원활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파격적으로 외국인 라바리니 감독을 선임하고 팀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기존과 다른 엔트리 모든 선수들을 활용하고 다양한 공격 전술을 활용하는 토털배구와 그에 필요한 시스템 배구를 이식했다. 선진 배구에 선수들의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점차 그 배구를 이해하고 팀 역시 강해졌다. 하지만 팀 조직력이 극대화하는 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대표팀의 주축인 세터와 김연경과 짝을 이룰 레프트 공격수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 사유가 부상이 아닌 학창 시절 일탈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은 큰 충격이었다. 대표팀은 새롭게 팀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이슈에 실전을 치르기도 어려웠다. 국내 리그를 거치며 부상 선수들도 속출했다.

이에 올림픽 전 치러진 국제 배구 대회에서 대표팀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좋은 보약이 됐다. 실전을 통해 상대 전력을 분석할 수 있었고 우리 팀의 부족함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수개월에 거친 합숙을 통해 조직력을 새롭게 다졌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전력도 강해졌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 기간 대표팀은 다른 팀이 됐다. 

그 결과는 이번 올림픽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8강 진출을 결정하는 일본과의 조 예선 승리는 극적이었다. 그 경기는 인기 스포츠 야구와 축구에 밀려 공중파에서 중계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마지막 5세트 12 : 14의 열세를 16 : 14로 반전시키며 세트 스코어 3 : 2의 극적인 승리를 했다. 야구와 축구의 패배 속에 그들의 승리는 더 빛났다. 

한일전 승리는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폭시켰다. 팀의 주장이자 주 공격수 김연경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의 경기 중 일거수일투족과 과거 모습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연경 외 선수들에 대해서도 조명하기 시작했다. 라바리니 감독에 대해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한일전 승리의 상징성과 함께 다른 구기종목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여자배구는 이번 올림픽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 덩달아 도쿄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응원은 그들이 이룬 성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여자배구 대표팀이 올림픽 4강에 오르는 과정의 스토리를 통해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메달 획득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절대 열세라는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에 열광했다. 이는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룬 축구 대표팀의 스토리를 연상하게 한다.

당시 조 예선 통과는 물론이고 승리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대표팀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외국인 히딩크 감독을 선임하고 그에게 전권을 맡겼다. 히딩크 감독은 학연과 지연을 배격하고 실력으로 선수들을 선발했고 생소하기만 한 훈련법을 도입하는가 하면 대표팀 운영방식도 개선했다. 무엇보다 히딩크는 대표팀의 약점이 체력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했다. 개인기 등 기술이 부족하다는 그동안의 평가를 뒤집는 일이었다. 체력훈련에 더 치중하면서 대표팀의 경기력을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다.

 



대회를 앞둔 각종 경기에서 대표팀은 패배를 거듭했고 0 : 5의 치욕적인 패배도 있었다. 이에 히딩크 감독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히딩크 감독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자신의 계획대로 팀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월드컵 4강이었다. 대표팀은 축구 강국들을 연파하며 그들의 계단을 높여나갔다. 이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거리 응원 문화를 만들었다. 월드컵의 성과는 우리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붙게 했다. 이는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2년 월드컵의 유산은 지금도 우리 축구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 어려움을 극복하는 점도 닮아 있다. 다만, 여자배구팀은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푸대접을 받았다는 점은 다르다. 이미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의 성과를 냈고 이후 그 경쟁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여자배구는 비 인기 스포츠의 설움을 받아야 했다. 프로화가 됐지만, 남자배구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경기 중계 역시 남자배구가 우선이었다.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등장했고 해외리그 진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 조차 해외 진출 초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의 해외 진출 초기 무관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SNS 글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제 경기에서 선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홀대도 큰 문제가 됐다. 여자배구팀의 김치찌개 회식과 일화는 지금도 언급되는 아픈 단면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여자배구에 대한 평가절하를 이겨낸 김연경과 그와 비슷한 연배의 30대 선수들, 그들의 뒤를 이어갈 20대 선수들이 함께 만든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다. 그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여자배구 대표팀의 올림픽 4강으로 가는 과정은 그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국민들은 그들의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동메달이라는 결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과연 여자 배구팀이 도쿄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그들의 도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하다. 물론,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승자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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