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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단연 화제가 되는 선수는 오타니 쇼웨이다. 이미 일본 리그에서 투. 타를 겸하는 선수로 양손에 검을 들고 공수를 하는 기술을 지칭하는 이도류를 야구에서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오타니였다. 그의 이도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의 이도류, 투. 타 겸업은 무리한 시도라는 우려도 있었고 실제 메이저리그 진출 후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올 시즌 투수와 타자 모든 부분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타자로서 오타니는 MVP 급 타격을 하고 있다. 투수로서도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에 오타니는 그가 선발투수로 나서는 경기에서도 타자로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고교 야구에서 투수가 4번 타자를 겸하며 투. 타에 걸쳐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오타니는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오타니의 투. 타 겸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메이저리그에서 경의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소속팀 LA 에인절스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오타니 효과는 팀에도 큰 플러스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소속팀도 그의 투. 타 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남은 시즌 오타니가 투. 타에서 어떤 성적을 남길지 주목되고 있다.

KBO 리그에서도 투. 타 겸업을 시도하는 선수가 있다. 롯데 나원탁이 그 주인공이다. 올 여름부터 타자와 함께 투수를 겸하기 시작했다. 오타니와 같이 선발 투수는 아니지만, 나원탁은 2군 퓨처스 경기에서 이미 3경기 마운드에 섰다. 나원탁은 140킬로의 빠른 직구를 앞세워 모두 무실점 투구를 했고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오타니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본격적인 투. 타 겸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나원탁은 주목받고 있다.

 

나원탁



이런 시도는 나원탁의 절실함이 그 배경에 있다. 나원탁은 포수로 프로에 데뷔했다. 고교와 대학리그를 거치며 나원탁은 장타 생산능력이 있는 포수 기대주였다. 대학리그를 거치며 경기 경험도 쌓았다. 그는 2017 시즌을 앞두고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을 받았다. 보통 앞 순위를 투수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현실에서 나원탁의 지명 순서는 매우 빨랐다. 그만큼 삼성의 기대도 컸다. 삼성은 당시 주전 포수 이지영의 다음을 대비해야 했고 포수진의 뎁스 강화가 필요했다. 2017 시즌 나원탁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가능성을 보였다. 수비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지만, 날카로운 타격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원탁은 2017 시즌 후 상무 입대를 확정했다. 병역 이행과 함께 2군 퓨처스 리그에서 상시 출전을 하면서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 역시 무명 시절 지금은 사라진 경찰청 야구단에서 기량을 발전시킨 바 있다. 이 시점에 변수가 발생했다. 2018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FA 시장에서 거물 포수 강민호를 롯데에서 영입했다. 강민호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과 야구단에 대한 모기업이 재정 지원이 크게 줄어든 삼성의 상황을 고려하면 강민호의 삼성행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삼성은 강민호의 영입을 통해 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급격한 전력 약화와 함께 하위권 팀으로 전락한 팀 분위기를 바꾸는 한편 성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의 강민호 영입은 나원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롯데는 FA 강민호의 보상 선수로 나원탁을 선택했다. 이미 롯데는 2차 1순위 지명 포수인 나종덕이 있었고 1군 경기 경험이 많은 안중열이라는 포수가 있었지만, 강민호가 떠난 포수 자리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타격 능력을 겸비한 나원탁은 분명 탐나는 선수였다. 나원탁 역시 롯데행이  새로운 기회였다. 주전 포수 자리에 공백이 생긴 롯데에서 나원탁은 더 나은 상황에서 1군 주전 경쟁을 할 수 있었다. 나원탁은 상무 입대를 미루고 주전 포수 경쟁에 나섰다. 롯데 팬들은 강민호를 떠나보낸 아픔을 20대 유망주 포수 듀오, 나종덕, 나원탁으로 대신하려 했다. 롯데 팬들은 이 둘을 나나랜드로 부르며 응원했다. 이들 간은 경쟁에서 나원탁은 한 벌 앞서나갔다. 나원탁은 2018 시즌 정규리그 개막전 선발 포수로 나서며 그 꿈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원탁은 그 경기에서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고 상대 도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2루 송구를 투수에 맞히는 실수까지 했다. 그렇게 개막전 경기를 치른 나원탁은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고 점점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얼마 안가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후 나원탁은 주로 2군에 머물러야 했다. 2018 시즌 나원탁은 1군에서 20경기 출전에 0.125의 타율을 기록했다. 주전에서는 더 멀어졌다. 포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팀 내 입지가 크게 줄어든 나원탁은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고 2시즌의 공백기를 거쳤다. 만약, 그가 그대로 상무행을 택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나원탁은 한층 두꺼워진 롯데의 포수진 속에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롯데는 지시완과 김준태, 강태율, 정보근에 상무에서 돌아온 안중열이 포수진 경쟁에 가세했다. 1차 지명 포수 손성빈도 가세했다. 롯데는 김준태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정도로 포수 자원이 늘었다. 돌아온 나원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 사이 그와 최고 포수 유망주 자리에 있었던 나종덕은 나균안으로 개명하면서 투수로 본격 전환했다. 나원탁 역시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롯데는 그의 타격 능력을 고려해 외야수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나원탁은 외야수 겸 1루수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퓨처스 리그에서 나원탁은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나원탁은 주목할만한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이 버티는 1군 외야진에 들어오기는 무리가 있었다. 백업 외야수 자리는 빠르고 수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우선 고려됐다. 올 시즌에는 주전급으로 올라선 추재현과 빠른 발의 외야수 김재유가 1군 외야수로 자리했다. 우타 외야수 자리는 내야에서 외야로 전환한 신용수가 더 많은 부름을 받고 있다. 건강에서 회복한 민병헌도 1군에서 우선 고려되고 있다. 

나원탁으로서는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이에 나원탁은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투수를 겸하기 시작했다. 시험 삼아 등판한 경기에서 나원탁은 위력적인 구위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그의 투. 타 겸업이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이후 1군에서 자리를 잡은 나균안의 사례도 나원탁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완전한 투수 전환도 고려할 수 있지만, 나원탁의 타격 재능을 버리긴 아깝다. 그는 최근 귀해진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다. 아직 20대 선수로 발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나원탁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분명 창의적인 시도지만, 두 가지를 겸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미 나원탁은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화를 시도했고 그 위에 투수라는 또 하나의 변화를 더했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일이다. 이런 부담에서 나원탁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그가 1군에 진입한다면 대타나 점수 차가 큰 경기에 투구로 나설 수도 있다. 최근 야구는 투수진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큰 점수 차에서 야수들이 투수로 나서는 일이 종종 있다. 나원탁은 보다 완성도 높은 투수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그는 절박하고 절실하다. 그의 나이는 20대 후반을 향하고 있고 그보다 저 년 차 선수들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가 육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도 나원탁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나원탁은 열심히 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이 올 시즌 1군 경기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실제로 본격적인 투. 타 겸업 선수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게 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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