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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롯데와 두산의 경기는 타격전 후 투수전 확률이 높다는 야구의 속설을 그대로 확인한 경기였다. 전날 10득점을 주고받으며 10 : 1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다음 날 경기에서 상대 선발 투수들에 고전했다. 롯데 선발 박세웅과 두산 선발 곽빈은 모두 자신의 페이스로 투구를 이어갔고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팽팽한 투수전은 7회 말 2 : 2 상황에서 나온 이대호의 2점 홈런으로 롯데의 4 : 2 승리로 승패가 엇갈렸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후반기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7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시즌 6승에 성공했다. 후반기 롯데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호는 결정적인 홈런과 함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은 전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곽빈이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앞세워 호투했지만, 팀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밀렸고 불펜이 경기 후반 실점하면서 패했다. 곽빈은 5.1이닝 5피안타 5탈삼진 5사사구 2실점으로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패전을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두산은 전날 10 : 5 리드를 9회 말 5실점으로 지키지 못한 데 이어 다음 경기에서 불펜진이 접전의 경기에서 무너지며 아쉬움에 아쉬움을 더한 롯데와의 2연전이었다.

투수들이 경기를 지배하는 흐름이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후반기 호투 분위기를 이어갔고 두산이 기대하는 영건인 곽빈 역시 유망주의 틀을 벗어난 안정된 투구를 했다. 박세웅은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조화시키며 두산 타선을 막아냈고 곽빈은 강속구로 롯데 타자들을 힘으로 눌렀다. 최근 보기 힘든 국내 선발 투수들 간은 투수전이었다. 

 


이 흐름을 먼저 깬 건 롯데였다. 롯데는 4회 말 만루 기회에서 추재현의 2타점 적시 안타로 2 : 0 리드를 잡았다. 곽빈은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지만, 주자가 출루하는 상황에서는 구위나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4회 말 곽빈은 1사후 2루타를 허용한 이후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곽빈은 삼진으로 2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올 시즌 프로 입단 4년 차로 늦깎이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는 추재현은 득점 기회에서 집중력을 보였다. 

하지만 롯데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두산은 5회 초 1사 1루에서 김인태의 2점 홈런으로 2 : 2 동점에 성공했다. FA 외야수 정수빈의 타격 부진으로 백업에서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김인태를 호투하던 롯데 선발 박세웅으로부터 결정적 한 방을 때려냈다. 박세웅은 4회까지 무난한 투구로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공 한 개로 실점을 했다. 올 시즌 15개의 다소 많은 피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박세웅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실점이었지만, 박세웅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초반 홈런을 허용한 이후 급속히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지만, 후반기 박세웅은 상황 변화에도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산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세웅은 실점 후 더 집중력을 발휘하며 수월하게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박세웅은 100개가 안되는 투구수로 7이닝을 책임졌다. 두산 선발 곽빈이 한 타순이 돈 이후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올림픽 출전 이후 한층 더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박세웅의 투구 내용이 그대로 재현됐다.

선발 투수 대결에서는 우위를 보인 롯데였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추가 득점이 필요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타선이 집중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선발 투수 박세웅은 호투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베테랑이 빛을 발했다. 7회 말 무사 1루에서 이대호는 두산 필승 불펜 홍건희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박세웅의 승리 투수 요건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대호는 홍건희의 몸 쪽 낫은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 걷어 올렸다.

올 시즌 이대호는 상대 투수들의 몸 쪽 승부구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40살이 된 나이에 빠른 몸 쪽 공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약점 공략이었다. 이대호 역시 몸 쪽 공 대처에 어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7회 말 이대호는 그 몸 쪽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테랑의 관록이 그대로 드러난 한방이었다. 이미 5회와 6회 득점 기회에서 후속타 불발과 주루사 등으로 기회를 놓친 롯데로서는 불안감이 찾아올 시점이었다. 이대호는 그 불안감을 홈런으로 날려버렸다. 

롯데는 이후 남은 이닝을 두 명의 영건들이 책임지며 승리로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과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최준용은 모두 무실점 투구로 팀의 4 : 2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 이후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김진욱은 믿음직했다. 마무리 김원중의 가벼운 부상으로 임시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선 최준용은 강한 타구에 맞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이닝을 정리하며 데뷔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롯데는 이 승리로 7위 두산과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줄이며 순위 상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를 이룬 승리였다는 점이 그 의미를 더했다. 아직 20대의 선발 투수 박세웅은 관록이 더해진 투구로 후반기 그가 에이스임을 보여줬다. 그의 뒤를 이어 던진 김진욱과 최준용은 입단 1, 2년 차 투수 다운 패기와 강한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대호는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힘을 발휘했다. 

 

베테랑의 힘, 승부를 결정짓는 2점 홈런 이대호

 


한 경기일 뿐이라 할 수 있지만, 이 경기 승리는 롯데가 원하는 야구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롯데는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컸고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기회의 문이 좁았다. 내부 육성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도 컸다. 그 결과 주전 선수의 부상 악재가 크게 다가왔다. 10개 구단 중 가장 긴 이동거리를 감당해야 하는 롯데로서는 한정된 선수 자원은 체력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었다. 뒤늦게 내부 육성에 눈을 돌렸지만, 지난 2년간은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감독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바꾼 롯데는 한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선수 운영 폭을 과감히 넓혔다.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시도는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백업 선수들은 기회가 늘어나면서 기량 발전이 눈에 보였고 몇몇 선수들은 주전 경쟁을 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마운드 역시 젊은 선수들이 그 비중을 높였다. 이는 투수 자원을 보다 두껍게 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선수 자원의 다양화는 선수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상황 대처 능력도 향상시켰다.

이제는 4번 타자 이대호가 아니어도 타격에서 높은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고 외국인 원투 펀치가 부진해도 국내 선발 투수들이 이를 메울 수 있다. 불펜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후반기에도 롯데는 경기력의 편차가 있지만, 긴 연패를 당하지 않고 일정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 누적된 패배가 부담이 되면서 아직 순위 상승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희망을 지켜가고 있다. 

8월 29일 두산전은 롯데가 다시 좋은 흐름을 가져오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주의 끝을 기분 좋은 승리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긍정 신호다. 롯데는 이번 주 선두권의 LG, 최하위지만 롯데전에 강점이 있는 한화, 지역 라이벌 NC와 대결한다. 모두 쉽지 않은 상대들이지만, 이동 거리가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만큼 기대되는 일주일이다. 롯데가 두산과의 주말 경기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상승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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