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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월드컵 대표팀이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우려감을 높였다. 대표팀을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 답답한 경기 끝에 0 : 0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이라크에 이어 레바논까지 홈에서 열리는 예선 초반 2경기를 모두 승리하려 했던 계획이 첫판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을 최종 예선 직전 영입한 이라크는 그들의 의도대로 경기를 이끌며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라크는 선수비 기습공격의 전략으로 경기 템포를 느리게 유지했고 2중, 3중의 단단한 수비벽으로 한국 대표님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73살의 백전노장 아드보카트 노련한 한국 대표팀에 맞는 맞춤형 전술로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관록을 보였다. 

이라크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였지만, 대표팀에는 아쉬움 가득한 결과였다. 대표팀은 이라크가 수비적인 전술로 나설 것으로 예상을 했고 나름 공격적인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지만, 그들의 수비를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대표팀은 7 : 3 이상의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며 상대 진영을 압박했지만, 문전에서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대표팀은 중앙 돌파 외에 좌. 우 측면을 공략하는 등 득점을 위한 공격 작업을 지속했지만, 효율적이지 않았다.

대표팀은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원톱에 내세우고 공격 성향이 강한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과 K 리그 최고 테크니션 중 한 명인 송민규를 좌우 공격진에 배치하고 독일 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공격을 이끌도록 했다. 중앙 미드필더도 공격력이 강한 황인범, 손준호로 구성했다. 4백 수비는 김민재, 김영권 센터 백에 공격력 있는 좌우 풀백 김문환과 홍철이 나섰다. 골키퍼는 빌드업 능력이 있는 김승규가 나섰다. 홈에서 승리를 노리는 공격적인 라인업이었다. 

 

축구 이미지 - 픽사베이

 


하지만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이 부족했다. 이라크의 느린 템포를 깨뜨릴 역동적인 공격이 나오지 않았고 공격 작업은 정적인 느낌이었다. 팀의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 선수들은 경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한 탓인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공격 작업 시 공격수들은 서서 공을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큰 키의 상대 수비벽은 좌우 크로스를 무력화시켰다. 대표팀은 황희찬, 남태희, 권창훈을 교체 카드로 사용하며 공격에 활로를 열어보려 했지만,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은 포지션을 수시로 변경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에 특유의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이 막히면서 대표팀 공격을 더 힘을 잃었다. 그렇게 시간을 하염없이 흘러갔고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가끔 나오는 이라크에 기습 공격에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다.

후반으로 접어들자 이라크는 더 견고하게 수비벽을 쌓았고 느릿느릿 경기를 했다. 중동팀 특유의 일명 침대축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득점의 경기가 이어지자 대표팀 선수들 표정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몇 번의 결정적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0 : 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같은 무승부였지만, 이라크는 승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결과였다. 

이 결과는 앞으로 대표팀 일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천적과도 같은 존재인 이란과 함께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시리아, 레바논과  한조를 이루고 있다. 모두 중동팀이다. 까다로운 상대인 일반과 호주를 피했지만, 긴 원정을 수차례 감당해야 한다.

중동 원정은 전통적으로 대표팀이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크게 다른 기후조건과 중동 특유의 텃세, 몇몇 나라의 불안정한 정세와 열악한 경기장 조건까지 불리함이 많다. 대표팀으로서는 홈에서 열리는 5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이 필요하다. 이라크에 이는 레바논까지 최종 예선 초반 홈 2경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일주일 후 열릴 레바논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레바논은 1차 예선 홈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크게 고전하는 경기를 했다. 이라크와 달리 노골적인 침대 축구를 할 가능성도 크다. 승리가 절실한 대표팀으로서는 이라크전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 대표팀 벤투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도 다시 거세질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점유율을 극대화하면서 빌디업을 강조하는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고수하며 대표팀을 이끌었다. 많은 축구 강국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이지만, 점유율 축구가 한국에 맞는 옷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의 선수 구성과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벤투 감독은 소신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다. 얼마 전 한일전의 0 : 3 패배는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더 크게 했다. 그럼에도 축구 협회는 그를 크게 신뢰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그동안 성적 부진의 이유로 감독 교체가 빈번했던 흑역사를 이번에는 끊고 싶은 의지도 있었고 벤투 감독 이상의 역량을 보일 수 있는 해외 지도자 영입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 외에 여전히 강한 국내 지도자에 대한 불신도 벤투 감독 체제 유지에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신뢰 속에 4년 가까이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지만, 최종 예선에서도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은 여전히 수비 위주의 팀에 공격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강력하게 압박하는 강팀에 고전하는 경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라크에도 고전하는 대표팀이 그보다 훨씬 강한 상대인 이란전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 2위만 차지해도 본선에 진출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 상대할 팀들 역시 이라크와 대등한 전력이거나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들도 이라크와 같은 수비 위주의 느린 템포의 축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전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답답한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축구 이미지 - 픽사베이



마침 다른 조에 있는 일본이 최종 예선 첫 경기 오만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0 : 1로 패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일본은 이란, 사우디,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강국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팀이었지만, 최근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또한, 강팀을 상대로 한 맞춤형 전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와 같은 다득점 경기가 어려워졌다. 수비적인 팀에 말리면 경기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은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아픈 경험을 했다. 그나마 한국은 패하지 않았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었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계속된 예선 탈락의 좌절을 딛고 1986년, 32년 만의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9번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진출의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가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한국 축구의 위상은 크게 상승했고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다. 이는 대표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가 됐다.

이후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 예선 통과조차 버거웠다. 원정 승리와 16강 진출의 성과도 있었지만, 최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성적 면에서 더 퇴보했다. 이제 아시아권에서도 강팀의 입지를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발전한 만큼 다른 나라도 발전했다. 극 소수의 나라만 이뤄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 위에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더하려 하는 대표팀이지만, 그 여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확인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뭘 해야 하는지는 답이 나와있다. 하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감독의 책임일 수도  선수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우리가 한 수 위의 전력이고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막연한 긍정적 사고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이다. 상대팀은 우리를 잘 분석했고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대표팀은 그에 맞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다수 경험할 수도 있다. 보다 심기일전해서 승리의 결과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보다 과감한 공격과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방심하지 않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최종 예선 2차전 레바논이 한층 중요해졌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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