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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서막을 연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1차전은 4시간이 넘는 접전이었다. 경기 후반 여러 상황이 발생하며 득점을 주고받은 대결은 승자는 키움이었다. 키움은 선발 투수 안우진의 호투와 경기 후반 두산보다 앞선 타선과 수비 집중력을 더해 7 : 4로 승리했다. 키움은 이 승리로 프로야구 와일드카드전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5위 팀의 업셋이라는 새로운 역사에 한발 다가섰다.

두산은 경기 후반 밀리는 경기를 동점으로 반전시키는 저력을 보였지만, 믿었던 불펜진이 제 역할을 못했다. 타선의 집중력도 아쉬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수비의 팀 두산답지 않은 승자는 허술한 수비가 나오면서 승부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와일드카드전은 4위 팀이 1승을 선점하고 2경기 중 1무승부만 해도 다음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는 만큼 4위 팀의 절대 유리한 조건이다. 4위 두산이 그만큼 유리한 구도였다. 하지만 두산은 단기전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강력한 선발 투수진은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인 원투 펀치 미란다와 로켓이 모드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국내 에이스 최원준 역시 시즌 막바지 많은 투구 수로 와일드카드전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산으로서는 1승을 위해 불펜진이 역할이 중요했다.

두산은 1차전 안우진에 이어 두산전에 강점이 있는 정찬헌이 등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차전에 승부를 걸 필요가 있었다. 1차전으로 와일드카드전을 끝내고 하루라도 휴식을 더 가지는 게 마운드 정비에 유리했다. 두산은 가용할 수 있는 선발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신예 곽빈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곽빈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는 불안 요소가 있었지만, 침착한 투수로 초반 호투했다. 두산이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다. 두산이 선취 득점에 성공한다면 패하거나 비겨도 탈락인 키움이 조급해질 수 있고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하지만 이에 맞서는 키움의 선발 투수 안우진은 더 완벽한 투구를 했다. 안우진은 150킬로는 쉽게 넘기는 강속구를 앞세워 두산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그의 직구는 대비를 하고서도 맞히기 힘들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140킬로가 넘는 슬라이더는 두산 타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하는 게 단점인 안우진이었지만, 그는 매우 침착했다.

안우진을 평할 때 말하는 악마의 재능이 중요한 경기에서 발휘됐다. 안우진은 과거 프로 입단 당시 학창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대상이 됐다. 이에 인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여기에 올 시즌 선배 투수인 한현희와 함께 심야 원정 숙소 이탈과 술판의 당사자가 되면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안우진은 또다시 중징계를 받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벗어나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 시점에 발생한 일로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의 시즌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순위 경쟁이 급했던 키움은 안우진의 징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그를 엔트리에 포함했다. 당연히 비난이 있었지만, 선발 마운드 곳곳에 균열인 생긴 키움은 강속구 선발 투수 안우진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복귀한 안우진은 키움이 극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안정된 투구로 안우진은 4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고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키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에 맞선 두산 선발 투수 곽빈도 4회까지 무실점 투구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런 투수전은 5회 초 키움의 득점으로 깨졌다. 키움은 선두 타자 송성문이 팀 첫 안타를 2루타로 기록한 데 이어 포수 이지영의 적시 안타가 나오면서 1 : 0 리드를 잡았다. 키움은 공격력이 뛰어난 포수 박동원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컸지만, 보다 수비에서 안정적이고 투수 리드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이지영을 선발 출전토록 했다. 수비 강화를 위한 이지영의 기용이었지만, 이지영은 소중한 타점을 기록했다. 키움으로서는 승리 기운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키움은 선발 안우진이 6회 말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며 리드를 지켜냈고 7회 초 선두 타자 출루 이후 대주자, 희생번트 작전에 이어 1사 3루에서 이지영의 3루 땅볼이 득점과 연결되며 2 : 0으로 리드 폭을 더했다. 이지영의 타구는 두산 3루수 허경민이 기민한 수비를 했다면 홈 승부가 가능했지만, 허경민은 그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계속 키움에게 승리 기운이 쏠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빠른 불펜 가동으로 키움의 타선을 막아낸 두산은 7회 말 첫 타자 김재환의 볼넷 출루로 시작된 득점 기회에서 대타 김인태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2 : 2 동점에 성공했다. 주전 3루수 허경민을 대신한 과감한 대주자 작전과 주전 포수 박세혁 대신 기용한 대타 김인태 카드까지 과감한 용병술이 적중한 결과였다. 다년간의 포스트시즌 경험이 축적된 벤치의 역량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키움은 6회부터 중심에 맞는 타구를 다수 허용하면서 구위 저하 현상이 보인 선발 투수 안우진에 대한 강한 믿음이 큰 화를 불러왔다. 안우진은 첫 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불펜 가동이 필요했지만, 키움은 안우진에게 투구 수 100개까지 마운드를 지키도록 했다. 정규 시즌과 달리 힘이 몇 배는 더 소모되는 포스트시즌이고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한 안우진의 상황을 고려하면 교체를 고려해야 했다. 과감한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바꾼 두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키움 벤치는 리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안우진이 좀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불펜진 소모를 줄인다면 2차전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거나 비겨도 탈락인 팀 상황을 고려하면 지나친 낙관론이었다. 만약, 키움이 두산에 역전을 허용하고 경기를 내줬다면 7회 말 마운드 운영은 큰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키움은 안우진이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동점이 된 이후에서야 불펜진을 가동했다. 다소 늦은 투구 교체였다. 안우진은 6.1이닝 4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2실점의 기록을 남기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빛나는 호투였지만, 승리 투수의 기회는 사라진 상황이었다. 

동점이 된 경기는 경기 마지막까지 득점을 주고받는 치열함으로 경기 후반을 채웠다. 키움은 8회 초 두산 불펜진의 난조를 틈타 2득점하며 다시 한번 승기를 가져왔다. 두산은 이영하, 김강률까지 필승 불펜 카드를 모두 내세웠지만, 키움의 이용규, 김혜성 테이블 세터진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이했고 실점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수차례 어설픈 수비로 마운드를 돕지 못했다.

특히, 두 차례 희생플라이로 2실점한 장면이 아쉬웠다. 그 희생플라이는 모두 공교롭게도 두산 외야에서 가장 수비가 약한 김재환에게 향했다. 거리가 짧은 플라이로 3루 주자의 홈 질주가 어려워 보였지만, 키움 벤치는 어깨가 약한 김재환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발 빠른 대주자 박정음과 올 시즌 도루왕 김혜성이 모두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그때마다 김재환의 홈 송구는 힘이 없었고 김혜성의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과감한 주루 플레이 시도 때 두산 수비진은 송구를 놓치는 실수를 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중심에 교체 유격수로 경기에 나선 베테랑 김재호가 있었다는 점이 두산에게는 큰 아쉬움이었다. 와일드카드전 전망 때 키움의 기동력 야구를 어떻게 막을지가 중요했던 두산으로서는 경기 후반 키움의 기동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두산의 수비가 이렇게 흔들릴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두산에게 8회 말 또 한 번의 반전 기회가 찾아왔다. 키움은 8회 말 2사 후 마무리 조상우 카드를 빠르게 사용해 승리를 굳히려 했다. 조상우는 2사 2루에서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과 대결했다. 두산은 선두 타자 정수빈의 행운의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키움 야수진의 잇따른 호수비로 공격 흐름이 끊어진 상황이었다. 타석에 선 김재한은 앞선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고 8회 초 아쉬운 수비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다.

조상우가 우위에 있는 승부였지만, 김재환이 한 방이 있는 거포라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조상우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무심코 던진 직구는 김재환의 스윙 궤적과 일치하는 코스로 향했고 그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과 연결됐다. 중심 타자의 한 방이 나왔으면 했던 두산 홈 팬들이 설마 했던 바람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조상우로서는 보다 신중한 투구가 필요했다. 

다시 두산으로 흐름이 넘어오는 경기는 9회 초 키움 타자들의 집중력으로 다시 반전됐다. 키움은 2사 후 이용규, 김혜성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출루했고 득점 기회는 이정후에게 이어졌다. 이정후는 앞선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며 타격감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다 정교한 제구로 그를 상대해야 했지만, 마운드에 있던 두산 마무리 김강률의 공은 다소 밋밋했다.

이정후는 김강률의 공을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만들었다. 2루 주자와의 홈 승부를 위해 다소 전진 수비를 했던 정수빈은 그 공을 따라갔지만, 미치지 못했다. 이정후는 2루에서 격하게 포효했다. 두산 김재환에 이어 이정후까지 팀 중심 타자들이 팬들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정후는 이어진 박병호의 적시 안타 때 홈을 파고들었다. 9회 초 3득점으로 7 : 4로 앞선 키움은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듯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키움 마무리 조상우는 볼넷과 안타로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고 그 위기는 1사 만루로 이어졌다. 조상우는 그 위기에서 까다로운 좌타자 정수빈, 페르난데스와 상대해야 했다. 이미 시즌 후반기 누적된 피로로 구위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던 조상우였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키움은 그를 믿었지만, 조상우의 공은 타자를 압도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자칫 두산에 기적 같은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키움은 마운드 교체를 고려할만했지만, 연습 투구하는 투수 없이 전적으로 조상우에 경기 마무리를 맡겼다. 믿음의 야구라 할 수 있지만, 내일이 없는 경기를 하는 키움에게는 다소 한가하면서도  무모한 믿음이었다. 조상우는 팀의 기대에 마지막 힘을 짜냈고 정수빈, 페르난데스를 범타로 처리하며 팀 7 : 4 승리를 지켰다. 그의 역투였지만, 구위가 떨어진 조상우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두산 타자들의 타격이 두산에게는 아쉽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투구 수는 40개를 넘어섰고 다음 등판에 큰 부담이 생겼다. 키움은 승리하긴 했지만, 마운드 운영에서 포스트시즌답지 않은 치열함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두산은 매우 아픈 패배를 당했다. 두산은 1경기로 와일드카드전을 끝내고 하루라도 휴식을 더 가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차질이 생겼고 함께 벼랑 끝 승부를 하는 상황에 몰렸다. 1차전 과정에서 마운드 소모가 큰 탓에 2차전 마운드 운영도 부담이 커졌다. 4득점 하긴 했지만, 타선이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고 수비에서 포스트시즌답지 않은 느슨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포스트시즌 전문가 두산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키움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승리 의지가 빛났다. 여러 돌발 상황과 악재 속에 어렵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보다 강하게 뭉쳤다. 키움은 이용규, 김혜성 테이블 세터진의 출루와 기동력, 이어진 이정후와 박병호의 해결이라는 중요 득점 루트라 제대로 가동됐다. 하위 타선도 활약하면서 타선의 균형이 맞았다. 수비에서는 순간순간 호수비가 나오면서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선수들의 해보자는 의지에 승운마저 따르는 1차전이었다. 

와일드카드전의 접전으로 이 대결의 승자를 기다리는 3위 LG는 상위 순위의 이점을 확실히 누릴 수 있게 됐다. 누가 승리하던 상당한 전력 소모가 불가피하다. 특히, 마운드가 바닥날 가능성 크다. 이는 마운드에 강점이 있는 LG에게는 큰 호재다.

이런 LG와 달리 두산과 키움은 다음을 기약할 여유가 없다. 단 1경기에 다음 라운드 진출이 결정된다. 오늘을 승리해야 다음이 있는 두 팀이다.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쥐어짜내야 한다. 과연 키움이 역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전 업셋에 성공할지 두산이 잠실 라이벌 LG와 모처럼 포스트시즌에 대결할지 많은 상상이 현실이 된 1차전을 고려하면 정말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와일드카드전이다. 누구 승리하던 기억에 남을 대결이 되는 건 분명하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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