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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지만, 2021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리그 일정이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진 탓에 포스트시즌 일정도 함께 늦어졌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모두 3전 2선승제로 축소됐고 한국시리즈는 추워지는 날씨 탓에 고척돔에서 모두 치러질 예정이다. 보다 많은 관중 입장이 가능해졌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기존 포스트시즌과 다른 환경이다. 

하지만 힘든 과정과 여건이라도 이런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팀은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에 불과하다. 5위  팀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많다는 의견도 있지만, 단일 리그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그나마도 이러 오르지 못하는 팀들이 절반이다.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들은 남의 잔치를 지켜보며 마무리 훈련을 해야 하는 처지다.

팀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진 만큼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하위 5개 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에 하위권 팀들 대부분은 팀을 정비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가능하면 포스트시즌 열기를 분산시키는 뉴스를 자제하는 게 관례지만, 늦어진 리그 일정에 포스트시즌 기간 여러 뉴스들이 터져 나왔다. 다소 파격적인 선수 방출 소식이 있었고 코치진 개편 소식도 있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9위 KIA는 파격을 넘어서는 변화에 나섰다. KIA는 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윌리엄스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에 더해 윌리엄스 감독 영입을 주도했도 조계현 단장과 현 대표이사 역시 구단을 떠나게 됐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성적으로 평가는 받는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구단 수뇌부가 그 대상이 되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이 모두 퇴진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여전히 모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KIA의 수뇌부 3인의 퇴진은 팀 전체를 새롭게 하겠다는 모기업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 체제의 2년간 KIA는 성적에서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전력적인 문제가 있었다. KIA는 대형 FA 영입을 하지 않았고 주력 선수들의 잦은 부상 등의 문제로 최상의 전력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허약한 팀 타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2020 시즌에는 힘든 여건에도 마지막까지 선전하며 5위 경쟁을 했고 5할 승률을 넘어서며 6위를 기록했다.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제는 올 시즌이었다. KIA는 지난 시즌 KBO 리그를 경험한 윌리엄스 감독 체제를 더 굳건히 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10승 이상은 무조건 보장된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면서 선발 마운드에 큰 누수가 발생했지만, 에이스 브룩스가 건재했고 수준급 외국인 투수 멩덴을 영입해 그 공백을 최소화했다. 특급 좌완 신인 이의리에 가세도 마운드에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경험이 쌓인 중견 투수 임기영, 이민우 등의 선발투수 자원도 있었고 부상 선수들의 복귀하는 불펜진은 한층 더 강해졌다.

타선은 지난 시즌 투수 자원을 내주고 영입한 김태진, 류지혁 등 내야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가세하고 장타력을 보다 높이기 위해 1루수로 변신한 외국인 타자 터커 효과 군 제대 선수들의 복귀와 베테랑 최형우, 나지완, 지난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킨 1번 타자 최원준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며 나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나름의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KIA 올 시즌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마운드는 외국인 원투 펀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인 이의리와 임기영이 분전했지만, 한계가 있었고 5선발 투수에 대한 공백이 자주 발생했다. 불펜진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필승 불펜진의 과부하 현상이 극심했다. 타선 역시 외국인 타자 터커의 1루수 변신이 공격과 수비에서 모드 실패로 돌아가면서 차질이 발생했고 주력 타자인 최형우와 나지완이 부상이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팀 중심 타선의 약화와 함께 타선의 구심점을 약화시켰다. 이르 대신할 자원은 없었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밀려났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KIA로서는 팀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고 과감한 리빌딩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트레이드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주력 타자들의 부진은 에이징 커브의 한 단면일 가능성이 있었고 코로나 상황은 외국인 선수 교체도 어렵게 했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젊은 선수들을 보다 중용하고 팀 체질을 개선하는 과감함도 필요했다. 이는 프런트와 감독의 상호 소통과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일이었다. 성적을 낼 수 없는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었다. 

KIA는 시즌 초반 그런 기회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흘려보내고 말았다. 이런 KIA에게 전반기 막바지 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 상승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당시 KIA는 마운드가 새롭게 정비되고 주력 타자들이 제 기량을 되찾으면서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리그 중단 사태로 그 흐름이 끊어졌다. KIA는 마지막까지 리그 중단을 반대했던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KIA에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대신 KIA는 한 달여의 여름 브레이크 기간 팀을 재정비한다면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KIA는 에이스 브룩스가 개인적이 문제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를 만났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은 쉽지 않았고 KIA는 선발 마운드에 또다시 큰 구멍이 생겼다. 이는 한 번 끊어진 상승 흐름을 되살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KIA 역시 한 달여의 휴식기가 있었지만, 타 팀도 마찬가지였다. 하위권 팀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건 몇 배는 힘든 일이었고 KIA는 이를 실감했다. 그 시점에서도 KIA는 리빌딩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지만, 팀 운영은 마치 윈나우를 하는 듯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2군에서 콜업된 선수들에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야수진의 세대교체와 선수층 확보가 절실한 KIA에게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 시급했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승리에 집착하는 경기 운영을 했다. 최선을 다하는 건 중요한 미덕이지만, KIA의 야구는 올 시즌만 하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윌리엄스 감독은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되어있었다. 다음을 준비하는 경기 운영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필승 불펜 투수 장현식은 4경기 연속 등판을 하는 등 혹사 논란의 주인공이 됐고 프로 2년 차의 마무리 정해영 역시 잦은 등판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장현식은 34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오르며 프로 데뷔 첫 타이틀 홀더가 됐다. 이는 무려 69경기 76.2이닝을 투구한 결과물이었다. 부상 이력이 있는 장현식에게는 무리한 이닝 소화였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후 제 기량을 찾지 못한 장현식은 필승 불펜 투수로 부활하긴 했지만, 1시즌 만의 반전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하는 올 시즌이었다.

마무리 정해영도 구단 역사에 남을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64경기 등판에 65.1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이들은 KIA가 순위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이후에도 타이트한 등판을 해야 했다. 개인 성적을 위한 등판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두 불펜 투수의 활약에도 KIA가 정규 시즌에서 기록한 승수는 고작 58승에 불과하다. 장현식, 정해영이 분전이 어떤 의미였는지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본격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팀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듯 보였다. 보다 많은 승수를 위해 팀을 이끌었지만, 그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이에 윌리엄스 감독 야구에 대한 의구심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강타자로 활약했던 스타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팀 감독의 경력도 있다. KBO 리그 영입된 외국인 감독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이었다. 이런 스타 감독의 영입을 두고 KIA 팬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그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고 그의 선진야구의 노하우가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역대로 외국인 감독이 KBO 리그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점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였다.
대표적으로 일명 노피어 공격 야구로 만연 하위권 팀을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팀으로 만들고 최고 인기 팀으로 이끈 로이스터 감독이 있었다. SSG의 전신이 SK 감독으로 2018 시즌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팀을 홈런 공장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장타력을 앞세운 빅볼 야구의 팀으로 변모시킨 힐만 감독도 있었다. 이들 감독은 성적과 함께 자신만의 야구 철학에 입각한 개성 있는 야구로 주목을 받았다. KBO 리그에서 보기 힘든 팀 컬러를 만들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야구는 무색무취했다. 빅볼 야구도 아니고 섬세한 야구도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적인 움직임도 없었다. 선수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도 볼 수 없었고 선진 야구의 시스템도 팀에 스며들지 않았다. 국내 감독에 별 차이 없는 모습이었다. KIA 바라던 외국인 감독 효과는 없었다.

여기에 2시즌 내내 보여준 불통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팬들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당연히 그를 영입한 프런트 진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KIA의 프런트는 감독과 조화를 이루지도 팀 운영 방향을 주도하지도 못했다. FA 영입에도 소극적이었고 외국인 선수 영입과 교체 작업도 원활하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결국, 윌리엄스 감독 체제 2년간 KIA는 더 퇴보하고 말았다. 여전히 타선은 리그에서 하위권의 공격력이고 마운드 역시 좋은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얼굴들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내부적인 전략 강화 요소가 없다. 1번 타자 최원준은 입대를 앞두고 있고 최형우는 에이징 커브가 더 급격히 나타날 수 있는 아니다. 나지완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인 타자 터커 역시 이별이 유력하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마운드는 특정 투수들의 혹사 후유증이 우려되고 외국인 투수 교체도 불가피해 보인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과의 FA 협상이 예정되어 있지만,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는 양현종이 강력한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적을 원한다면 전력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할 FA 선수 영입이 필수적이다. 그게 아니며 강력한 리빌딩을 해야 한다. 

KIA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방향성을 잡고 이를 시행할 수뇌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일단 단장과 감독 선임이 급하다. KIA는 팀의 앞으로 방향성을 잡고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 야구의 흐름에 능통하고 팀 장악력을 갖추면서도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외국인 감독 체제의 실패를 맛본 KIA가 또다시 외국인 감독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가능성이 큰 내부 인사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혈연 지연이 얽힌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팀 내 상존하는 파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최근 KIA의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감한 변화와 성적을 함께 잡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좁은 인재풀 속에 파벌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팬들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대신 KIA는 단장과 감독의 역할을 새롭게 정비하고 팀 시스템을 선진화, 효율화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낙하산 식의 단장, 감독 선임은 변화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과연 KIA의 변화를 이끌 단장과 감독은 누가 될지 그 누구라도 변화와 성적을 함께 잡아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KIA의 상황이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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