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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건과 사고가 있었던 2021 시즌 프로야구는 마지막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그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정규리그 1위 KT와 정규리그 4위 두산은 KT는 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은 전력을 과시했고 시즌 막바지 위기를 넘기며 우승까지 이뤄냈다. 제10구단  KT는 지난 시즌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에 이어 또다시 신생구단의 역사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마지막 무대에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와일드카드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업셋 우승의 역사를 꿈꾸고 있다. 

이렇게 2021 프로야구 막바지 가장 주목받는 이들은 두 팀이지만, 시즌 초반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팀은 단연 SSSG 랜더스였다. SSG는 신세계 그룹이 2000년대 최강팀 중 하나였던 SK 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리그에 뛰어들었다. SSG의 등장은 프로야구에는 큰 충격이었다. SK 와이번스는 수차례 우승의 이력이 있고 구단 운영에 있어 모기업의 지원도 활발했다. 구단 차원의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었다. 2020 시즌을 앞두고는 야구를 소재로 해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촬영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 드라마에서 배경이 된 구단은 만년 꼴찌팀으로 선수단 전반에 패배의식이 가득했고 경기력도 형편없었다. 모기업 역시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새롭게 부임한 단장은 기존의 관행을 파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구단을 개편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이후 구단은 모기업의 의지에 의해 팀이 해체되는 위기도 있었지만, 극적으로 타 기업으로의 매각이 성공하며 팀을 새롭게 하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와 달리 SK는 2020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정규리그 9위에 머물렀다. 2018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2019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던 SK 와이번스의 추락이었다. 이에 SK는 2020 시즌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하고 선수단을 개편했다. 힘이 떨어진 공격력을 되살리기 위해 FA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했고 불펜진 보강을 위해 키움에서 FA가 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상수를 싸인 앤 트레이드의 방식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런 SK의 SSG로의 매각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는 프로야구의 위기로 여겨졌다. 

 



이제는 명문 구단이라 해도 모기업의 판단에 따라 그 존재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실감해야 했다. 항상 지적되는 프로야구의 자생력 부족, 돈 먹는 하마가 된 비효율성, 최근의 인기 하락 등 프로야구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했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였던 신세계 그룹의 오너가 프로야구단 운영에 대해 큰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모기업 차원의 투자와 마케팅 전개가 프로야구 전체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기대와 우려가 함께 한 SSG 랜더스의 등장은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SSG는 공언한 대로 큰 투자 의지를 보였다. 프로야구단과 사업을 연계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의지도 보였다. 프로야구단의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점은 긍정적이었고 유통 업계의 라이벌 롯데와의 새로운 라이벌 구도는 프로야구 팬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에 SSG는 시즌 초반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SSG는 추신수의 깜짝 영입으로 야구팬들을 더 놀라게 했다. 추신수의 KBO 리그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바로 진출했고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올라섰다. 추신수는 대형 FA 계약까지 체결하며 명실상부한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미국에서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추신수는 그곳에서 선수 커리어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추신수는 부산 출신으로 연고지 팀 롯데에 대한 애정을 수시로 보였다. 만약 추신수가 선수 말년에 국내 리그로 돌아온다면 다른 팀을 고려하기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추신수는 2007년 해외 진출 선수에 대한 드래프트 당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 지명권은 SK를 인수한 SSG가 가지고 있었다. 추신수의 국내 복귀는 SSG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만, 추신수는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SSG는 그 작은 가능성을 뚫었다. SSG는 추신수의 상황을 잘 활용했다. 추신수는 2020 시즌 후 다시 FA 신분이 됐다. 그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기대했지만, 우리 나이로 40살에 이르는 나이, 그에 비례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파워와 민첩성, 수비 능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원하는 계약을 하기 어렵게 했다. 지난 시즌 다소 부진한 성적과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메이저리그가 2020시즌 단축된 시즌을 치르는 등 재정적인 어려움이 커진 것도 베테랑 선수들의 계약을 어렵게 했다. 추신수는 현역 연장 의지가 있었지만, 은퇴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 SSG가 추신수와 접촉했다. 추신수는 그의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KBO 리그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원하는 롯데행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야구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추신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SSG는 대형 선수인 추신수 영입으로 구단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 야구팬들 역시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이는 SSG가 원하는 야구 마케팅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었다. SSG는 1년 27억원의 거액 연봉을 추신수에 안겼다. 추신수는 이 중 10억원을 뜻있는 일에 쾌척하기로 하면서 화답했다. 

이런 화제성과 함께 추신수의 SSG행은 팀 전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한 단계 아래 수준의 리그에서 타격 능력이 크게 발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는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과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을 겸비한 현대 야구에서 요구되는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로 활약했다. 이런 추신수가 KBO 리그에서 풀 타임을 소화한다면 3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의 성적은 충분히 기대할만했다. 추신수의 가세는 SSG 타선의 무게감을 한층 강하게 해줄 수 있었다. 그의 남다른 경험과 노하우는 선수단 전체에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었다.

추신수의 가세로 SSG는 일약 상위권 팀이라는 전망을 받았다. 20승 이상이 가능한 국내 선발 투수 듀오 박종훈, 문승원에 외국인 투수 2명에 여러 선수들의 경쟁하는 5선발 진, 베테랑 김상수가 가세에 경험치가 쌓인 마운드에 추신수와 FA 최주환이 추가되면서 한층 파워업 된 타선은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SSG와 추신수의 시즌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SSG는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들의 부상 도미노 현상으로 선발 마운드가 붕괴되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팀 타선도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이유 중에는 추신수의 활약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점도 있었다. 

추신수는 리그 적응에 큰 어려움을 보였다. 추신수는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팀에 합류했다. 계약이 늦은 탓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단축 시즌을 치렀고 그나마도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많았다. 이후 FA가 된 이후 훈련량이 부족했다. 장기 레이스에 필요한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와 크게 다른 리그 환경과 스트라이크존,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환경도 그에게 부담이었다. 추신수는 리그를 소화하면서 여전히 부족한 경기장 시설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풍부한 경험의 추신수였지만, KBO 리그는 낯선 미지의 세계였다. 미국의 문화가 생활방식에 익숙한 그에게 한국의 문화 역시 생경할 수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만, 그는 외국인 선수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추신수에게 부족한 준비 기간은 시즌 초반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그를 분석한 상대 팀들의 약점 공략도 추신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추신수는 시즌 초반 2할을 조금 넘기는 타율로 고전했다. 파워 넘치는 배팅도 나오지 않았다. 추신수는 자신의 특기인 출루 능력을 보여주고 나름 역할을 했지만,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부진이 길어지자 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큰 찬사를 받으며 리그에 입성했던 추신수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영입에 대한 회의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추신수에게는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서 추신수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투수들의 공과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면서 강한 타구를 멀리 날려보내기 시작했고 장타가 늘어났다. 그의 장점인 출루율도 4할을 넘어서며 리그 정상급 수치로 올라섰다. 8월 한 달 주춤하기도 했지만,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9월과 10월 큰 활약을 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추신수는 어느새 SSG에서 위협적인 타자 중 한 명이 됐다. 홈런 군단 SSG에서 추신수는 많은 출루와 도루로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졌다. 부상이 있음에도 외야 수비에도 나서며 선수 운영의 폭을 넓혀주기도 했다. 

시즌 후반기 약진에 추신수는 올 시즌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추신수는 0.265의 타율에 머물렀지만, 4할이 넘는 출루율로 타율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21개의 홈런으로 장타자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주로 2번 타자로 나섰음에도 69타점으로 해결사로서의 역할도 했다. 25개의 도루로 최고령 선수로서 20홈런, 20도루 이상을 함께 기록하는 20-20을 달성하기도 했고 103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최고령 선수의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이에 더해 추신수는 심각한 전력 누수에도 SSG가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는 데 있어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구심점이 됐다.

 



그의 연봉을 고려하면 부족하다 할 수 있지만, 추신수로 인한 마케팅 가치 등을 더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그의 2021 시즌이었다. 다만, 그가 그토록 원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은 너무나 큰 아쉬움이었다. 추신수는 오랜 선수 생활 경력에서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이 많지 않다. 선수들이 소망하는 우승의 기억도 없다. 그가 KBO 리그로 돌아온 이유 중 하나도 우승 도전이었다. SSG는 추신수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전력 곳곳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이는 추신수의 내년 시즌 거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추신수는 여전히 우승에 대한 열망이 있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시즌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성적도 가능하다. 추신수는 시즌 후 그의 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는 분명 내년 시즌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가족과 다시 한번 1년 가깝게 떨어져 지내야 할 수 있고 여전히 메이저리그 복귀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부상 재활 속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추신수의 마음속에 여전히 고향팀 롯데가 있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SG는 추신수와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결정은 추신수의 몫이다. 

확실한 건 올 시즌 추신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아직 그는 더 보여줄 게 남아있다. 그가 가진 노하우는 소속팀 선수는 물론이고 프로야구 선수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그의 각종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추신수는 리그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을 은퇴 시즌으로 정한 그의 1982년생 절친이자 리그 대표하는 타자 이대호와 그의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1년이 10년 같았던 시즌을 보낸 추신수였다. 큰 주목을 받는 선수에게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추신수였다. 그래서 이대로 은퇴를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추신수다. 이는 그의 KBO 도전기가 끝나지 않고 좀 더 이어지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 추신수는 다시 SSG 선수로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될지 또 다른 길을 가게 될지 이는 스토브리그 기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SSG 랜더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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