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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 등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프로야구에서 KBO가 주관하는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 각 부분별 타이틀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정규리그 MVP는 두산 에이스 미란다가 차지했고 신인왕은 KIA의 신인 투수 이의리가 차지했다. 

그는 영입 당시 대만 리그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컸지만, 제구 난조를 바로잡은 이후 엄청난 괴력의 투수로 거듭났다. 미란다는 KBO 리그 전설의 투수 최동원의 정규리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고 투수 각 부분에서 선두권에 자리했다. 두산이 전력 약세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미란다의 정규리그 MVP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타격 2개 부분에서 1위에 오른 NC의 간판선수 양의지 등의 그와 경합했지만, 투표권을 가진 기자단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했다. 

정규리그 MVP와 달리 신인왕은 수상자를 예측하지 힘들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신인왕 수상자인 이의리와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롯데 불펜 투수 최준용은 실제 근소한 차이로 그 우열이 엇갈렸다. 그만큼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 입단 한 좌완 투수 이의리는 입단 당시부터 KIA 선발 마운드의 한 축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의리는 150킬로 후반의 직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키움 장재영과 신인 2라운드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롯데 좌완 투수 김진욱,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고 롯데와 계약한 대형 신인 나승엽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졌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의리를 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의리는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사실상 1군 선발 마운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시범경기 호투는 그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의리

 


개막 후 이의리는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과 함께 뛰어난 구위를 앞세워 선발 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였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따른 공백에 고심하던 KIA로서는 이의리의 등장이 반갑기만 했다. 이의리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기복이 있었고 가끔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충분히 신뢰를 받을만한 투구를 했다. 시즌 전반기 KIA 선발진에서 이의리는 임기영과 함께 믿을만한 투수였다. 원투 펀치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이 투수들의 페이스가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고 5선발 투수들도 불안했다. 신인 투수라면 5선발 투수로 부담을 덜어주는 게 보통지만, 이의리는 2, 3선발 투수 역할을 했다. 

이의리가 앞서가는 사이 그를 추격해야 하는 경쟁자들은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롯데의 신인 투수 김진욱은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로 기회를 잡았지만, 제구 난조와 경기 운영 능력 부족을 드러내며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했다. 롯데 대형 신인 타자 나승엽도 프로의 벽을 실감하는 경기력이었다. 신인 전체 1순위 지명자라 할 수 있었다. 키움의 장재영은 좀처럼 제구를 안정시키지 못하면서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그 사이 이의리는 1군 선발 투수로 경험치를 쌓아갔다. 시즌 초반 신인왕은 이의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의리는 이에 더해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 했다. 대표팀에 부족한 좌완 선발 투수 자리를 채우고 미까지 내다본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의리는 국가대표로서 첫 국제경기 등판을 했지만, 빼어난 투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되진 못했지만, 이의리의 존재감을 더 확실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시즌 후반기 이의리는 부상으로 온전히 시즌을 소화할 수 없었다. 전반기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신인왕에 오를만한 성적과 내용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시즌을 종료하기 어려웠다. 하위권 쳐진 팀 상황도 있었고 신인왕 경쟁에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한 것도 영향을 줬다. 강한 의지에도 이의리는 또 다른 부상이 겹치며 복귀가 불발되고 말았다. 그는 경쟁자의 후반기 활약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의리의 기록은 19경기 등판에 4승 5패 방어율 3.61로 마무리됐다. 이의리는 94.2이닝을 소화했고 이닝당 1개에 근접하는 9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후반기 등판 기록이 없다는 점이 그에게는 중요한 핸디캡이 될 수 있었다. 

이의리가 후반기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사이 롯데 불펜 투수 최준용이 급부상했다. 지난 시즌 입단한 최준용은 신인왕에 후보가 될 수 있는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올 시즌 다시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였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최준용은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초반 부상으로 상당 기간 재활을 해야 했다. 그의 신인왕 꿈도 그대로 멀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최준영에게 길었던 시즌 여름 브레이크는 큰 기회로 작용했다. 최준용은 충분한 재활을 한 후 후반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최준용은 난공불락의 불펜 투수였다. 최준용은 8월 11일부터 10월 15일까지 등판하는 경기에서 모두 비자책 경기를 했다. 최준용은 그 사이 무시무시한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홀드 기록을 쌓아갔다. 최준용은 마무리 김원중 앞에 나오는 필승 불펜으로 롯데 마운드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후반기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과 함께 최준용, 구승민 두 우완 불펜에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 이후 투구 내용이 크게 좋아진 좌완  김진욱이 필승 불펜진을 구성했다. 롯데의 필승 불펜진은 리드한 경기에서 좀처럼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후반기 폭발적인 타격을 한 타선과 필승 불펜진은 롯데가 전반기 부진을 털고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최준용은 그 중심에 있는 선수였다. 

시즌 마지막까지 꾸준함을 유지한 최준용은 시즌 44경기 등판에 4승 2패 1세이브 20홀드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2.85로 준수했고 47.1이닝 투구에 45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후반기 성적만 고려한다면 최준용의 성적은 훨씬 더 빼어났다. 후반기 성적만으로 신인왕 투표를 한다면 단연 최준용이 돋보였다. 

 

최준용

 

하지만 최준용은 선발 투수보다 임팩트가 떨어지는 불펜 투수라는 점과 함께 지난 시즌 입단한 신인 선수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야구에서 불펜 투수보다는 선발투수가 더 주목받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고 신인왕 투표에서 올 시즌 입단 한 선수에게 더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이의리는 그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는 점이 중요한 플러스 요소였다. 이런 이의리의 장점에도 최준용은 후반이 워낙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고 강력한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KBO 리그 시상 전 다른 곳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최준영은 신인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교차하는 이의리와 최준용의 신인왕 경쟁은 결국 이의리가 마지막 승자가 됐다. 이의리는개인적 영광과 함께 1985년 이순철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먼 기억 속에 있었던 KIA의 신인왕 계보를 이어가는 선수가 됐다. 최준용은 1992년 염종석 이후 끊어졌던 롯데의 신인왕 계보를 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준용으로서는 후반기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아쉬움이 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준용은 그런 아쉬움보다는 신인왕 수상자인 이의리를 축하하고 앞으로 선수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의리 역시 수상 소감 등에서 함께 경쟁한 최준용을 배려하는 발언을 했다. 선의의 경쟁 후 두 선수는 서로를 인정하고 축하와 격려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선수였다. 두 선수의 모습은 결과보다는 과정,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진정성을 보고 그들을 응원하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훈훈함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미래 스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리그 현실에서 선발과 불펜에서 미래 리그를 빛낼 선수가 동시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신인왕 경쟁이었다. 두 선수는 내년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 멤버로 함께 활약할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두 선수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쟁하고 국제경기에서는 한 팀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이의리와 최준용의 신인왕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결과가 아닌 두 선수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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