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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포수 최재훈이 5년간 최대 56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의 문을 연 FA 시장이 계약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잠잠한 모습이다. 이런저런 설이 돌기도 했지만, 현실이 된 건 없다. 상당수 구단들이 FA 영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움직임은 없다. 가장 우선 과제인 내부 FA와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외부에서 보는 FA 시장은 고요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구단들의 움직임이 매우 조심스럽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연봉협상은 물론이고 FA 계약에 있어서도 에이전트가 선수를 대신해 전권을 행사하는 게 보통이다. 초창기와 달리 에이전트들은 매우 전략적이고 데이터 등에 근거해 협상에 임한다. 선수들보다는 훨씬 전문적이다. 그동안 협상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소위 말하는 흥정에도 능하다. 구단들이 쉽게 그들의 조건을 내밀기 어렵다.

어느 구단이 조건을 제시하면 에이전트들은 그 조건을 가지고 타 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일반 물건을 살 때도 여러 가지로 비교하며 구입하는 게 상식이다. 100억 계약이 이제 크게 놀랍지 않은 FA 시장에서 선수들과 에이전트는 여러 곳의 자료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단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어딘가에 비교 대상이 되고 예상치 못한 추가 베팅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

여기에 최근에는 계약 기간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통상 4년 계약이 일반적이었지만, 지난 시즌 두산이 내부 FA 허경민에 7년, 정수빈에 6년의 장기 계약을 안기며  FA 계약의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연평균 금액이 줄어들더라도 장기간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하는 걸 선호한다. 에이전트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각 구단의 협상 전략이 한층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은 외야다. 리그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NC의 중심 타자 나성범을 시작으로 LG 김현수, 두산의 김재환과 박건우, 롯데의 손아섭과 정훈, 삼성의 박해민 등은 모두 현 소속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기량은 두말할 것도 없다. 누구든 팀에 더해진다면 공격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베테랑 내야수인 KT 황재균은 장타력을 겸비한 귀한 3루수 자원이다. 키움의 1루수 겸 중심 타자 박병호는 여전히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거포다. 이 두 선수는 이번 FA 시장에서 유일한 내야 자원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최재훈을 제외하고 삼성의 강민호, KT의 장성우는 FA 시장에서 항상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포수다. 유일한 투수 FA인 삼성의 좌완 백정현은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고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 가치에 있어 이들이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은 존재한다. 상당수 선수들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다. 1~2년 내 성적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팀들은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단기 계약으로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하기는 어렵다. 보상 선수와 보상금액도 고려해야 한다.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장기계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 투자에 대한 성과가 없을 경우 계약은 악성 계약이 될 수 있다. 과거 롯데와 한화가 적극적으로 FA 시장에서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다수의 실패를 경험하고 FA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은 결정적 이유다.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자신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 지점에서 걸려 있는 선수들이 박병호, 김현수, 김재환, 손아섭, 정훈, 황재균, 강민호, 백정현 등이다. 현재 기량은 확실하지만, 2~3년 후 그들의 기량을 확신할 수 없다. 합리적인 계약이라면 2년 또는 3년 정도지만, 선수들의 눈높이는 그 이상이다. 원 소속팀 잔류가 유력하지만, 선수들은 타 구단의 제안을 최대한 기다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구단들이 선뜻 금액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 중에서 정훈은 C 등급으로 보상 선수가 없고 올 시즌 연봉도 1억원으로 보상금액도 크지 않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량이 발전한다는 장점에 1루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능력도 있다. 앞서 제시한 선수들보다 냉정히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정훈의 뛰어난 가성비는 그를 FA 시장의 블루칩으로 만드는 느낌이다. 역시 같은 C 등급이지만, 20억원의 넘은 보상금이 부담이 되고 있는 박병호와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들과 달리 30대 초반 나이의 나성범, 박건우, 장성우, 박해민 등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이들은 미래 가치에 있어 다소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4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해도 부담이 덜하다. FA 시장에서 복수의 팀의 경쟁할 가능성도 크다. 

나성범은 NC의 창단 멤버로 NC의 역사와 함께 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고 성적도 뛰어났다. 나성범은 리그 최고 파워를 지닌 좌타자다. 큰 부상으로 1년여의 재활 기간을 거치기도 했지만, 최근 2시즌 간 외야 수비에서도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NC는 당연히 그의 잔류를 원하고 있다.

이미 나성범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장기계약에 100억원 이상의 금액이 정설이 되고 있다. NC는 그동안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에 대해서는 큰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4년간 무려 125억원 계약한 양의지가 대표적이다. 양의지 영입 후 NC는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을 이뤘고 투자의 성과를 확실히 체감했다. 나성범은 기량에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나성범 역시 NC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는 에이전트를 두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다. 잔류는 기정사실이고 다른 선수들의 계약을 지켜보면서 조건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외야수 박건우는 FA 시장이 열리는 시점부터 타 구단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견이 많았다. 리그에서 귀한 우타 외야수에 넓은 수비폭, 3할 이상의 타율에 다수의 2루타를 양산할 수 있는 야구에서 말하는 갭 파워가 있다. 주루 능력도 뛰어나다. 잠실을 벗어난 홈구장이라면 시즌 20홈런 이상을 충분히 넘길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리드오프나 중심 타선 어디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과거 두산과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민병헌을 연상하게 하는 박건우다. 박건우는 민병헌보다 타격의 파워나 기동력에서 더 앞선 성적이다. 참고로 민병헌은 당시 FA 시장의 거품이 극심했었다는 변수가 있지만, 4년간 80억원의 계약으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박건우는 이를 이를 기준으로 훨씬 상향된 오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 보강이 절실한 한화와는 오래전 연결 가능성이 제기됐고 공격력 보강이 필요한 잠실 라이벌 LG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선수다. LG가 그를 영입한다면 리그 최고의 출루 머신은 홍창기와 함께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 구성이 가능하고 중심 타선의 무게감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LG는 내야의 공격력 보강을 위해 3루수 황재균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지만, 박건우 역시 탐나는 자원이다.

더군다나 LG는 내년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이상의 성적이 필요한 윈나우 팀이다. 한화 역시 리빌딩 후 성과가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야진에 확실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미 최재훈을 잔류시키면서 상당한 투자를 했고 이번 FA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박건우는 최근 수년간 잔부상에 시달리며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이력이 있다. 건강과 내구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는 박건우다. 

이 밖에 장성우는 귀한 포수 자원에 올 시즌 KT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안정된 수비는 물론이고 팀에서 중심 타선에도 설 만큼 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타격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두자릿 후 홈런을 매 시즌 기록할 정도로 파워가 있다. 아직 30대 초반으로 포수로서는 전성기의 나이다. 포수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는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미 그보다 1살 더 많은 최재훈이 포수 FA 계약의 기준점을 만들었다. 장성우의 올 시즌 성적은 최재훈에 미치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가 장점이 될 수 있다. KT는 우승 포수의 잔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포수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오퍼를 넣을 수도 있다. 장성우는 B 등급으로 보상 규정에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KT로서는 황재균과 함께 장성우까지 우승 멤버 지키기에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외야수 박건우는 다수의 외야 FA 선수 사이에서 특히, 타격 부분에서 다소 밀리는 커리어지만, 리그 최고의 수비 능력이 최대 강점이다. 박해민의 중견수 수비는 프로야구 진기명기의 단골 소재다. 타격에서도 최근 2년간 큰 약점이던 출루율이 보강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도루왕 출신으로 여전히 시즌 3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한 기동력도 장점이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선수고 올 시즌 삼성의 주장을 역임할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는 점은 잔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A등급으로 보상 규정이 까다롭다는 점도 타 팀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발군의 수비 능력과 기동력은 외야 수비와 팀 기동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팀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는 요소다. 마침 같은 영남 연고의 롯데는 올 시즌 후 외야를 넓히는 투수 친화 구장으로 홈구장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이에 내야의 핵심이었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외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롯데는 손아섭과 전준우 등 뛰어난 외야수가 있지만, 이들은 이제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다. 손아섭은 이번 두 번째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와있다. 그의 이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롯데 외야의 다수 유망주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3~4년 정도 외야를 강화할 자원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해민은 롯데의 수요에 딱 맞는 선수다. 롯데가 부족한 기동력 야구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삼성 잔류 가능성이 더 높지만, 과거 삼성은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강민호를 FA 시장에서 전격 영입한 예가 있다. 이번에는 롯데가 박해민에 상당한 오퍼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이번 FA 시장은 불확실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시장이 크게 냉각된 것도 아니지만,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는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야구팬들은 그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계약 소식을 듣기 위한 기다림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과연 어느 구단에서 긴 침묵을 깨는 소식을 전할지 궁금하다. 어느 한곳에서 기다림의 둑을 무너뜨린다면 시장은 크게 불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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