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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역사 드라마, 대하드라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KBS가 2016 년 장영실에 이어 모처럼 만에 대하드라마를 선보였다. 대하드라마는 그동안 KBS만의 독자적 콘텐츠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 제작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한동안 제작되지 못했다. 대하드라마는 광고가 없는 KBS 1을 통해 방영되는 만큼 광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많은 인원이 출연해야 한다. 세트장의 규모도 크다. 제작에 필요한 요소가 많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수준에 충족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모두 비용과 직결된다. 

하지만 그에 상승하는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비용 대비 효율성 떨어지는 대하드라마에 투자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KBS 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대하드라마는 그에 부합할 수 있다.

지금도 역사 드라마가 다수 제작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과 배경만을 불어온 퓨전 형태가 대부분이고 몇몇 드라마에서는 역사왜곡 논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역사 고증에 충실하면서 극적인 재미까지 더한 대하드라마에 대한 갈증을 가진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전에 KBS 태조 왕권이나 용의 눈물, 대조영, 불멸의 이순신 등 독보적인 큰 사랑을 받았던 대하드라마가 있었다. 이런 KBS가 새롭게 내놓은 대하드라마 최근 시작됐다. 

태종 이방원, 그동안 여러 사극에서 많이 그 소재로 삼았던 인물이다. 그의 삶 자체가 매우 극적이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 고려 말 조선 초의 왕조 교체기 그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교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대결은 역사 자체만으로도 흥밋거리가 가득하다. 역사가 스포 자체지만, 흥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식상하다는 인식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전과 비슷한 이방원의 캐릭터라면 시청자들이 드라마 채널을 계속 유지하게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태종 이방원은 군주가 아닌 인간 이방원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전개한다고 했다.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이방원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이방원은 매우 뛰어난 지략가이자 냉철하면서 스마트한 정치인, 강력한 권력 의지가 있는 카리스마를 지난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다. 대신 자신의 신념과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되는 이들에게는 가혹했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와의 정적 관계를 형성했고 강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에 이방원에게는 냉철한 권력자의 이미지도 함께 있다.

특히, 고려 왕조의 붕괴를 촉진한 정몽주의 피살, 조선 초기 2차례 왕자의 난은 이방원을 특징하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들은 이방원에게 잔혹한 권력자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고려의 마지막 충신을 척살하고 이복형제들과 살해한 그의 행동은 분명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성계 역시 이방원의 왕으로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인생 말년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후 조선의 기틀을 완벽하게 세우고 세종대왕의 아버지로서 조선의 전성기를 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그의 원죄는 사라지지 않고 역사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정치적 상황에 따른 과감한 결단이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방원에 대한 평가가 변했다.

최근 이방원을 다룬 드라마는 그의 잔혹한 일면과 함께 결단력 있고 강력한 군주의 면모를 함께 부각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 역시 그런 흐름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워 보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비범하고 영민한 능력을 지난 만능 캐릭터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다. 이방원은 매 순간마다 고뇌하고 두려움을 함께 가지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결코 완벽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전 드라만에서는 문. 무에 모두 능한 만능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무술에 아주 뛰어난 인물이 아닌 문인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실제 조선왕조 실록에는 태조 이성계가 이방원의 병약함을 걱정하는 내용이 있다. 대대로 이성계 가문은 무인의 길을 걸었고 그의 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방원은 17세에 과거에 급제하는 등 집안에서는 아주 위한 엘리트였다. 이방원은 관료로서 고려 조정에서 일했고 변방을 떠돌며 중앙 정계에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이성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도전 등 신진사대부 세력과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서도 이방원은 관료로서 고려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이방원은 당시 각종 부조리와 부정부패 등 내부의 요인과, 홍건적과 왜구의 지속적인 침략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피폐해진 고려 왕조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공민왕의 개혁 실패 이후 자체적인 개혁이 어려워진 고려 왕조의 변화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이런 상황을 바꿀 힘이 없었다.

당시 고려는 과거 친원 세력의 기반이었던 권문세족들이 나라의 권력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는 신진 사대부 세력은 아직 그들에 미치지 못했다. 공민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우왕은 나라를 개혁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과거 국정을 농단하던 이인임을 중심으로 한 권문세족 세력 일부가 최영과 이성계에 의해 제거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정의 중심에는 권문세족들이 있었다. 이인임에 이어 권력을 장악한 최영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이었지만, 그 뿌리는 권문세족이었다. 최영 역시 기득권 세력이었다. 우왕은 이런 최영과 사돈 관계를 맺고 그의 그림자 속에서 안위를 도모했다. 왕위를 지키기 급급한 왕과 개혁에는 미온적인 권력자 최영, 이런 상황에서 고려의 변화는 어려운 일이었다. 

권력 지형을 바꿀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388년 고려는 우왕과 최영의 주도로 명나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요동 정벌을 단행했다. 당시 중국은 원나라가 몰락하고 명나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왕조 교체기였다. 공민왕 이후 고려는 긴 원나라의 간섭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친명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신흥 강국에 대한 접근은 분명 일리 있는 일이었다. 원나라는 중국 북부 지역으로 그 세력이 축소됐고 명나라가 중국의 새로운 왕조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명나라는 고려의 영토 일부를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최영과 우왕은 아직 명나라의 영향력이 확실히 미치지 못하는 요동정벌을 통해 판을 바꾸려 했다. 명나라에 보다 대등한 외교 관계를 구축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성계와 그들 정체세력은 신진사대부는 이에 반대했다. 그들에게 중국에 대한 사대 관계는 중요한 외교 정책이었다. 명나라와 맞서는 결코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역사에도 등장하지만, 이성계는 여러 이유로 요동 정벌에 반대했다. 우선 작은 나라인 고려가 큰 나라인 명나라를 치는 건 승산이 없다고 했다. 당시는 장마철로 전염병 우려와 병장기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전쟁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했다. 농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전쟁터로 보내는 것도 문제가 있고 남쪽의 왜구 침략에 대등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분명 이해가 되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고려의 역량으로 명나라와 전쟁을 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었다. 힘의 공백 사태인 요동을 일시적으로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 요동을 장기간 지키고 영토화할 수 있었을지는 지금도 의문이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복합한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최영과 우왕으로서는 신진 사대부와 손을 잡은 이성계의 존재가 분명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이성계의 군대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 부대가 요동정벌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다면 이성계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요동정벌이 성공한다면 이성계를 장기간 중앙 정치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고 실패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었다. 이성계 입장에서는 이런 최영과 우왕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드라마에서 이성계는 성공하기 힘든 원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다. 강을 건너 진격하라는 명령을 이런저런 이유로 늦추며 전쟁 진행을 주저했다. 강을 건너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고 자신의 미래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대로 후퇴하면 반란의 수괴로 역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성계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의 선택은 회군이었다. 고려 왕조의 몰락을 불러온 결정적 사건인 위화도 회군의 시작이었다. 이성계는 의미 없는 전쟁을 포기하고 무고한 희생을 막고 나라는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유는 있었지만, 명백한 항명이고 반란이었다. 

우왕은 최영의 원정군 참여를 막고 자신의 곁에 둔 결정을 후회했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이후였다. 최영과 우왕은 수도 개경을 방어하기 위해 병력을 모으고 대비를 했지만, 고려의 주력군이 대부분 포함된 반란군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한 최영은 이성계 군에 사로잡혔고 귀양 길을 떠났다. 우왕 역시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폐위되는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고려의 국정은 이성계가 그 실권을 장악했다. 

이런 정치적 격변이 발생하는 시점에 이방원은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위화도회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최영과 우왕은 이성계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이성계를 압박하려 했다. 이방원은 그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가족들을 빠르게 피신토록 했다. 그는 아버지 이성계의 결정이 그들의 집안을 역적의 집안으로 만드는 일임을 가족들에게 주지했다. 그는 가족이 역적으로 남기 않기 위해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함을 인지했다. 우선, 아버지 이성계의 권력 장악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안위를 챙기는 게 시급했다. 이방원은 어려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내고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성계의 반란을 성공했고 가족들은 다시 돌아왔다. 

이후 이방원은 국정 운영에서 큰 역할을 하기는 기대했지만, 이성계는 생각이 달랐다. 이성계는 이방원이 관료로서 더 경험을 쌓기를 원했다. 정도전 등 신진 사대부들이 주도하는 개혁 작업에 이방원이 포함되길 원하지 않았다. 이성계는 아직 20대의 혈기 왕성한 청년인 이방원이 아직인 미숙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치열한 권력 투쟁 과정에서 아들이 희생되는 일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 이방원으로서는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가 사라진 게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방원은 아직 권력투쟁의 전면에 나서기 보다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보통의 가장과 같았다. 아직은 강한 권력의지로 무장한 정치인, 리더로서의 면모는 아니다. 때때로 그런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아직 완성형의 인물은 아니다. 

이렇게 1회와 2회에서 나타난 이방원은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이고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이방원을 다룬 이전 드라마와 달리 강한 가족애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야기 전개는 이방원이 점점 정치의 전면으로 등장하고 이에 따른 아버지 이성계와의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왕조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그의 역할도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일생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아직은 여러 면에서 완벽함과 거리가 있는 이방원이 어떻게 권력의 중심에 서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수 있다. 

이제 대부분 시청자들은 태종 이방원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 수많은 드라마를 봐왔고 그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있긴 했지만, 큰 틀에서 그의 캐릭터가 변한건 아니었다. 이방원의 캐릭터는 중후한 중년의 이미지에서 젊고 샤프한 전략가, 매력적인 꽃미남 스타일 등으로 변모했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등장하는 이방원은 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더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가족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다는 점도 색다름이 있다. 그동안 조명 받지 않았던 이성계의 다른 형제들과 그 형제들과 이방원의 또 다른 갈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시작은 이전 이방원과 다른 신선함이 느껴진다. CG를 활용해 전쟁신 등에서 보다 높은 완성도는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인간적 고뇌에 보다 초점을 맞춘 탓인지 지나치게 무겁고 장중한 느낌의 화면 구성은 시간이 거듭될수록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제 밝고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인물에 대한 미화와 행동에 대한 긍정을 강요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태종 이방원은 세종대왕의 아버지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은 결코 긍정의 시선을 보내긴 어려웠다. 그가 한 일에 대해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태종 이방원이 뻔한 대하드라마가 아닌 애초 기획대로 이방원이라는 인간에 대해 조명하고 새로운 이방원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드라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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