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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새롭게 살피는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가 우리 음식문화를 살피는 시리즈를 다시 한번 내놓았다. 삼겹살과 냉면에 이번에는 우리 한우를 다른 한우 랩소디가 2주에 걸쳐 전파를 탔다. 우리 식생활에서 여전히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는 한우에 대해 미식적인 관점에 대한 우리 생활사 속 한우의 의미와 현재, 미래를 함께 조명했다. 

한우, 소는 우리 농경문화의 시작과 함께 사육되고 삶 속에 들어왔다. 고대 국가부터 조선시대까지 나라 산업의 근간이 농업이었고 소는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7~8명 이상의 일꾼 몫을 담당하는 소는 농사에 있어 필수적이었다. 삼국사기 신라 지증왕이 소를 이용한 농법을 도입하고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건 국가적으로 소를 관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외에도 고대 각종 유물들 속에서도 소를 이용한 농법이 보편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들이 있다. 

이에 소는 그 가정 경제의 중요한 근간이었고 소중한 존재이자 가족이었다. 당연히 소를 먹이고 키우는데 지극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소는 일 년 내내 엄청난 노동량을 감당해야 했다. 농사철에는 논과 밭에서 일하고 농사일을 하지 않을 때는 중요한 운송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에 소는 근면함과 우직함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크게 흥행했던 영화 워낭소리는 오지 산골 마을의 노인과 그와 평생을 함께하다 마지막 겨울 준비를 하고 세상을 떠난 늙은 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일소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가 세상을 떠나자 노인은 그 소를 밭 가운데 장사 지내고 묘를 만들어주며 명복을 빌었다. 우리 삶에서 소와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방목소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소의 이미지는 단백질 공급원, 식재료의 의미가 강하다. 한우라는 말 역시 고기로 통한다. 이런 고기로서의 소는 이미 조선시대에도 보편화되어 있었다. 농사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지만, 사람들은 수시로 소를 식용의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시대 소의 도축은 엄격히 금지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를 도축하고 그 고기를 즐겼다는 문헌상 기록이 곳곳에서 존재한다. 심지어 하루 천 마리 이상의 소가 도축되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그만큼 민간에서 소고기는 크게 사랑받는 식재료였고 마을 잔치나 제사 등에서 최고의 음식 중 하나였다. 우리 민족은 소고기를 즐겼다. 조선시대에 이미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소고기의 모든 부분을 식재료로 삼았다. 옛 문헌에 따르면 도축 시 소 부위가 무려 136가지에 이른다. 방송에서 도축한 소를 해체하니 120여 가지의 부위로 나눌 수 있었다. 같은 고기 같지만, 소의 각 부위에는 각각의 풍미와 맛이 있다고 했다. 내장 역시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됐다. 흔히 소를 도축하면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조상들을 조상들은 예전부터 그 가치를 알고 있었다. 

이는 소고기의 다양한 조리법을 발전시켰다. 단순히 구워 먹는 것에서 벗어나 소의 맛과 풍미를 높이는 조립법이 문헌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전골의 유래가 특이했다. 전골은 과거 군사들이 전투 시 쓰는 가장자리가 넓고 평평한 전립투에 고기를 굽는대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장 자리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발생하는 기름은 움푹 팬 투구로 흘러들어가고 그곳에 물로 야채 등을 넣고 끓여 먹는 것에서 전골이 나왔다. 과거 야전 음식이 생활로 파고들어 보편적인 요리로 자리한 예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전골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식문화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소고기의 전통이 있지만, 소고기는 여전히 서민들이 먹기 어려웠다. 귀한 식재료인 만큼 가격이 비쌌고 본편적으로 접근하지 어려웠다. 이는 산업화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기하면 소고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귀한 소고기를 마음껏 먹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제약이 있었다.

이를 덜어주는 소고기 요리가 불고기였다. 소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를 얇게 썰어 구워내는 불고기는 소고기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요리였다. 전골 형태로 국물까지 즐길 수 있는 서울식 불고기와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국물 없이 고기를 구워내는 언양식 불고기, 언양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생고기 느낌이 더 강한 광양식 불고기 등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불고기가 다수 발전했다. 각 지방의 불고기는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한결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생활 수준의 향상은 소고기를 즐기는 모습도 변화시켰다. 즐기는 부위는 갈비에서 꽃등심으로 점점 고급화됐다. 지금은 소 해체 시 극히 소량만 나오는 특수부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중 갈비는 가든형 양념 갈비가 그 시작으로 높아진 중요한 가족 행사 등에서 가장 선호되는 메뉴 중 하나였다. 이는 소득의 증가와 함께 변하는 식문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토종 칡소

 


이렇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소고기가 보다 보편화됐지만, 소고기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소 한우의 산업적 입지가 점점 축소됐다. 대규모의 사육 환경에서 자라는 미국과 호주 등의 소고기와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소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들로서는 값싼 수입 소고기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한우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위기는 기회가 됐다. 소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한우 농가들은 고급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마블링에 근거한 소고기 등급제를 도입했다. 1990년대 초부터 사용된 마블링의 개념은 좋은 소를 평가는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 우리가 한우고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1+, 1++ 등이 보편적이 됐다. 이에 더해 소가 태어나고 자라고 도축되어 식육으로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고기 이력제가 정착하면서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이런 노력은 한우는 고급이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 수입 소고기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꾸준히 수요층이 존재하고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고기 외에 한우는 부산물이라 불리는 내장과 각종 조직도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된다. 과거 고기를 접하기 힘든 서민층들은 남이 고기를 취하고 남은 부위를 이용해 요리를 해먹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렇게 발전한 각종 요리법은 별미로 자리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의 위나 창자를 이용한 곱창구이, 각종 탕 요리 등이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 탕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부위는 양지 사태를 넣고 끓인 물에 소의 염통, 양 등 내장을 넣고 먹는 나주곰탕의 조리법을 소개했다. 이런 탕은 서민들에게는 그 맛과 함께 중요한 영양식이기도 했다. 이에 각종 장터나 시장에서 탕은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였다. 

이런 내장마저 구하기 힘들 땐 뼈와 머리 고기 등을 이용한 뽀얀 국물의 설렁탕이 자리를 대신했다. 오랜 시간 뜨끈함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뚝배기 그릇은 설렁탕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또한, 이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는  소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는 요리가 다수 존재한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특수부위를 이용한 요리법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특수부위는 서민층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에서도 보양식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조상들은 조리가 힘든 부위는 장기간 끓여 고와내는 방법으로 먹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은 소위 모든 부위를 요리했다. 그만큼 소고기는 귀했다. 신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영양소의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한 생존의 본능도 그 안에 투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소고기는 그 품질을 자체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도입되는 즐기는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하몽을 연상하게 하는 숙성 고기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상온에서 곰팡이를 발생하게 해 고기를 반건조 상태로 만드는 드라이에이징 기법은 고기의 산도와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쫀득쫀득 독특한 식감도 드라이에이징 고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는 고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소싸움

 


이 외에도 토종 한우의 종 보존과 한우의 품질을 개량하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고기소의 경우 1,400킬로에 이르는 슈퍼 한우를 만들어낼 정도다. 또한,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우수한 품질의 한우를 키워내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축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한우를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고급 고기가 아닌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기로 발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우 랩소디는 막연히 비싸고 위한 고기로만 인식하던 한우를 보다 상세하고 살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미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탓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장식 사육의 문제와 최근 전 세계적인 이슈가 있는 저탄소 흐름에 축산업이 주는 악영향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있었다. 한정된 시간 탓도 있지만, 인문학적 고찰을 하려 했다면 그 이면의 문제들도 한 번쯤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과거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고 가족과 같지 여겼다는 소를 그저 미식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간의 이중적인 형태를 짚어냈으면 하는 아쉬움 있다. 일소에서 고기소로 그 위상이 변해가는 한우의 상황을 살피는 것도 우리 의미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소는 모든 걸 다 내주고 떠난다. 그만큼 귀한 존재였고 귀한 존재지만, 그들의 삶에 대한 서사는 인간의 관점으로 쓰여질 뿐이다. 그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될 뿐이었다. 최근에는 품질 좋은 소를 만들어낸다는 목적에 공장식 사육장에서 살찌우기를 강요받는다. 부드러운 고기를 위해 소들은 움직임이 극히 제한되고 그에 필요한 사료만을 강요받는다. 죽음의 순간도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때는 싸움소로 사람들의 유희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런 소에게 우리는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그들에게 매겨진 등급으로만 그들을 판단했던 건 아닌지 우리 역사와 함께 한 그들에 대한 대접은 너무 박하기만 하다. 시청률과 관심을 위해서는 무거운 소재가 부담이지만, 소들을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프로그램도 나오기를 한 번 기대해 본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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