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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도 회군 이후 권력의 중심에 올라섰지만, 심화되는 권력 투쟁 과정에서 가족들의 갈등까지 커지는 상황 속에 이성계는 돌연 그의 근거지인 동북면으로 떠났다. 그는 애써 쌓아온 권력 기반을 버리고 낙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성계는 백성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명분으로 역적의 길을 걸었다. 이성계는 그를 지지하는 강경파 신진 사대부와 일부 가문, 가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백성들이 그와 멀어지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이성계 세력의 최영과 우왕 그리고 창왕의 숙청과 참살과 관련해 여론은 이성계 세력에 비판적으로 기울었다. 당장이라도 고려 왕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이성계였지만, 달라진 여론 동향은 큰 부담이었다. 새로운 왕조를 연다고 해도 백성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왕조는 지속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또한, 이성계의 권력에 대한 열망에 반대하는 장남과 이성계를 적극 지지하고 돕은 이방원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도 이성계를 괴롭게 했다. 정도전과 함께 그의 중요한 정치 파트너이자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정몽주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이성계에게는 부담이었다. 이성계는 강경 개혁파 신진 사대부의 중심인 정도전과 온건 개혁파 신진 사대부의 중심인 정몽주 모두와 함께 왕조를 열고 싶었다. 그것이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권력의 정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런 이성계의 의도는 벽에 부딪혔다. 이성계는 갈등 끝에 현실에서 벗어나려 했다. 

 

 


홀연히 개경을 떠난 이성계는 얼마 안가 자신의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미 이미 고려 왕조에 반기를 들었던 이성계는 역적의 멍에를 쓰고 있었다. 그의 집안이 과거 고려 무신정권 시절처럼 그 권세를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만약,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지 않고 정치적 상황에 변화한다면 이성계 가문이 흔들릴 수 있었다. 또한, 그를 따르는 신진사대부 세력과 군부 세력들 역시 위험에 놓일 수 있었다. 이성계는 빠르게 흘러가는 역사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편해질 수 있지만, 소중한 이들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결국, 이성계는 개경으로 돌아왔다. 그는 권력 의지를 한층 더 강하게 다졌다.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 신진 사대부 세력들도 새 왕조 창조를 위한 속도 조절 대신 빠른 진행을 시도했다. 이는 한때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정몽주를 포함한 온건파 신진 사대부 세력과 강력한 정적 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온건파 신진사대부 세력들은 공동의 적인 고려 기득권 세력인 권문세족들에 맞서 싸웠고 위화도 회군과 우왕의 폐위 최영의 제거 등에도 함께 했다. 드라마에서는 다소 다르게 묘사됐지만, 역사적으로 우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그의 아들인 창왕의 폐위, 우왕과 창왕의 척살에도 동조했다. 우왕과 창왕의 신돈의 자식이므로 가짜왕이고 진짜 왕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에도 동조했다. 

그렇게 우왕의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옹립한 신진 사대부였지만, 이후 정국 운영과 관련해 대립했다. 이성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신진사대부는 공양왕을 이성계의 새 왕조 창조를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겼다. 정몽주와 그의 스승인 이색 등이 중심이 된 온건파 신진사대부는 고려 왕조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개혁을 추진하려 했다. 정도전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재개발은 주장했다면 정몽주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이는 정도전이 혐오하는 고려의 기득권 세력인 권문세족과 불교 세력과의 공존을 의미했다. 신진사대부들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나라를 꿈꾸긴 했지만, 기존 정치, 사회 질서에 대한 시각에서 차이를 보였다.

정국의 주도권은 고려 최고의 무장세력인 이성계를 배경으로 하는 강경파 신진사대부가 주도하고 있었다. 온건파  신진사대부는 그 위세에 눌려 힘을 쓸 수 없었다. 강경파 신진사대부는 군권을 완전히 장악했고 반대들에 대한 대대적 숙청에 나섰다. 공양왕의 등용했던 이색 등 온건파 신진 사대부 상당수가 포함됐다. 강경파 신진사대부는 이를 위해 음모를 더해 역적의 죄를 온건파 신진사대부에 덧 씌웠다. 이를 통해 군권과 행정까지 장악한다면 그다음 순서는 선위였다. 

이런 강경파 신진사대부의 의도를 정몽주가 가로막았다. 그는 흐트러진 온건파 신진 사대부 세력을 규합했다. 여전히 백성들의 여론은 이성계에 부정적이었다. 비록 무력과 힘은 밀리지만, 여론은 온건파 신진사대부에 있어다. 그들의 힘을 합해 대항한다면 고려 왕조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이성계 세력에 무기력했던 공양왕도 함께 했다. 비록 허수아비 왕이지만, 왕의 권위는 이성계 세력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이성계 세력은 선위의 과정을 통해 왕위를 가져오려 했지만, 공양왕이 온건파 신진사대부와 손을 잡는다면 일련의 왕위 접수 과정에서 명분을 얻을 수 없었다. 

강경파 신진사대부는 온건파 신진사대부의 중심인 정몽주의 숙청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성계는 망설였다. 이성계는 정몽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정몽주의 제거는 언제든 가능했지만, 여론의 역풍이 두려웠다. 이에 이방원은 정몽주의 제거를 강력한 주장했지만, 이성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도전 역시 정적이 된 정몽주와 강하게 대립하며 정몽주에 대한 미련을 버렸지만,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그 사이 정몽주는 공양왕과 함께 숙청된 온건파 신진사대부 세력들을 복권해 조정에 힘을 더했다. 이제 각종 의사결정에서 온건파 신진사대부는 한층 더 힘을 얻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이성계 세력의 새 왕조 창조는 점점 멀어질 수 있었다. 정치적 타협에 나선다면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겠다는 그들의 꿈을 접어야 했다. 국면을 전환할 행동이 필요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이성계의 첫 번째 부인이자 이방원의 어머니가 되는 조선 개국 후 신의왕후로 추존되는 한씨가 세상을 떠났다. 답답한 정국 흐름 속에 이성계 가문에는 큰 불행이었다. 그 중간에는 강경파 신진 사대부의 중심인 정도전이 온건파 신진사대부의 탄핵을 받고 귀양길을 떠나야 했다. 여러 가지로 이성계 가문에는 악재가 겹쳤다. 이방원은 가문을 대표해 한씨의 묘 옆에서 3년 상을 치러야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의 마음은 슬픔과 답답함으로 응어리졌다.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를 왕위에 올려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정치에 본격 참여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젊은 혈기로 공양왕을 압박해 우왕의 창왕의 참살을 이끌어내는 등 막후에서 역할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이후 칩거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복귀했지만, 정국의 흐름은 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버지 이성계는 정적이 된 정몽주를 존경심 가득한 마음으로 대할 뿐이고 새 왕조 건설을 위해 마음을 합한 정도전은 정계에서 물러난 상황이었다. 가문에서는 이방원만큼의 전략가가 없었다. 3년 상에 손발이 묶인 이방원으로서는 그저 상항을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점점 이방원이 그 전면에 나서도록 하고 있었다. 새 왕조를 열기 위해 누군가는 앞장서야 했고 악역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고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방원으로서는 가문의 안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한 때 지금도 존경하는 스승이었던 정몽주와의 강한 대립을 의미했다.

이성계와 정도전, 이방원의 설득에도 정몽주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로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극한의 정치적 대립은 개인적인 감정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정몽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몽주는 고려의 충신으로 남기를 선택했다. 그런 그의 운명은 역사적 사실로 나타났다. 이는 이방원이 정치의 전명에 나서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제 고려 왕조의 붕괴와 조선왕조의 창조 과정에서 이방원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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