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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시즌 준비를 위한 스프링 캠프가 한창이 시점에 리그를 총괄하는 총재가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KBO 정지택 총재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발표하며 프로야구가 큰 위기에 있고 리그의 개혁을 주도할 새 인물이 총재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며 물러났다. 그는 3년 임기의 KBO 리그 총재 자리를 1년여 만에 내려놓은 단명 총재가 됐다. 

새로운 인사의 필요성을 역설한 정지택 총재였지만, 그 역시 지난해 총재 자리에 올랐을 때 리그의 변화와 재도약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의 철저한 대응, 경기력 향상과 도쿄 올림픽의 선전, 고질적인 과제인 리그의 수익성과 마케팅 역량 강화와 함께 혁신적인 시도로 리그의 콘텐츠로서의 가치 향상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지난 시즌 리그 중단 결정과정에서의 문제와 위기 대응을 위한 리더십 부재, 이로 인한 악화된 여론이었다. 2021 시즌 프로야구는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원인이었다.

리그 도중 몇몇 구단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구단에서는 1군 선수들이 원정 경기 중 숙소에서 외부인이 포함된 심야 술판을 벌여 코로나 감염을 자초했다. 그동안 1군 리그에서는 코로나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던  프로야구였지만, 일순간 방역에 빈틈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다수의 선수들의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가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KBO는 이미 이런 사태에 대비해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자가 격리자 발생 시 대체 선수로 경기를 계속하도록 지침을 마련한 상태였다. 1군 엔트리에 문제가 생기면 2군에서 선수들을 콜업해 경기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실제 롯데는 감독의 자가 격리 상황에 감독 대행 체제를 운영했고 KIA는 밀접 접촉자 발생 상황에 2군에서 경기 당일 급하게 선수들을 콜업해 경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자가 격리자가 발생한 몇몇 구단이 이를 반대했다.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리그 중단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마침 그 시기는 올림픽을 앞두고 리그의 휴식기를 일주일 정도 앞둔 상황이었다. 아마도 이들 구단들은 일주일 정도 리그를 일찍 중단하는 게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그 원칙을 지킨 구단도 있었다. 올림픽 휴식기와 함께 우천 등으로 인한 취소 경기 수도 쌓여있었다. 일주일의 리그 중단은 후반기 일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정이 시대의 중요한 흐름이 된 상황에서 특정 구단의 편의를 위한 리그 중단 결정은 야구팬은 물론이고 여론의 역풍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 결정과정에서 상당수 구단들이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고 격론이 있었다. 

이 상황을 정리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데 있어 KBO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총재가 리그 중단을 주장한 구단들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리그 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장된 회의에서 총재는 리그 중단을 이끌어 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리그 중단은 예상대로 큰 비난 여론을 불러왔다. 이어 더해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실패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이었다.

도쿄 올림픽 야구는 6개 나라가 참가해 금은동을 가리는 방식으로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을 실망스러웠다. 미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채우지 못하는 실력의 간극이 있었고 주로 마이너리그와 은퇴 선수들이 주축이 된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도 고전했다. 미국과 일본에 연패한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하며 최종 4위에 머물렀다.

FA 시장에서 수십억, 1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가고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의 수준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였다. 이에 선수들의 태도와 경기력, 코치진의 안일한 대응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큰 비난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실패와 함께 지도자 커리어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 문제와 함께 계속된 코로나 상황의 영향이 크지만, 프로야구의 마케팅적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인기가 크게 감소하는 등 리그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리그 규모는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다. 이런 리그의 위기를 리그 중단 결정을 사실상 주도하며 초래한 총재에 대한 비난은 커져만 갔다. 그가 취임 후 공약했던 상황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퇴 압박이 외부로부터 계속됐다. 결국, 정지택 총재는 더는 버티지 못했다.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자인하는 말을 남기고 리그를 떠났다. 

정지택 총재는 취임 당시부터 여러 의문부호가 달린 인사였다. 그는 야구는 물론이고 스포츠와 무관한 관료 출신이었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해도 최소한의 이해는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또한, 그가 특정 구단의 기업 대표로 재직한 이력도 문제가 됐다. 정치적인 편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리그 사장단 회의 등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인사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 구단은 역대로 총재 선임에 있어 그들과 가까운 인사들이 총재가 되는 데 있어 큰 힘을 발휘했고 실제 그런 총재들이 많았다. 편향된 의사결정이 우려됐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닌 시즌 그 특정 구단은 리그 중단을 주도했고 총재는 그 구단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리그 개혁을 위한 과제들도 눈에 보이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총재와 가까운 특정 구단은 그동안 리그 개혁에 부정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환경은 총재가 뜻이 있다 해도 제대로 펼칠 수 없게 했다. 특정 구단에 종속되고 전문성이 없는 총재, 낙하산 식 선임으로 조직 장악력을 가질 수 없는 총재,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는 총재, 사장단 회의가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KBO 리그 총재의 한계를 정지택 총재는 그대로 드러냈다. 역대 수많은 KBO 총재들이 겪었던 문제를 그도 극복하지 못했다. 극복할 의지도 없었다. 

정지택 총재의 사임은 KBO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권 없이 속된 말로 바지사장 정도의 역할만 하는 총재가 리그의 현안에 대한 힘을 가질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구단들은 애써 외면했다. 리그에 문제가 발생하면 총재가 비난의 중심에 서지만, 실제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구단들은 뒷짐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총재들 역시 그런 구조를 알면서도 자신의 프로필에 이름 하나 남기려 총재직을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KBO 총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 

이제는 KBO 리그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책임지는 사람 따로 권한만 있는 사람 따로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어쩌면 구단 사장들이나 결정권 있는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실권 없는 총재 제도를 없애고 의사회 의장 제도를 만들어 이사회를 이끌어 가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총재 제도를 유지하려 한다면 그에게 확실한 권한과 권위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MLB를 총괄하는 커미셔너가 구단들의 투표로 선출되고 리그 운영에 있어 전권을 행사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프로야구는 그동안 MLB의 선진 야구를 적극 수용하고 그들의 구단 운영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KBO의 운영에 있어서는 MLB와 큰 거리가 있다. 구단은 시대 흐름을 느리게나마 따라가는 모습이지만, 리그를 총괄하는 KBO는 시대 흐름과 거리를 두는 게 현실이었다. 이는 리그 운영의 선진화와 투명성을 저해하는 일이었다. 리그 크기만 커지고 변화하는 팬들의 요구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정지택 총재의 사임은 그의 무능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가 취임하면서 달라진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는 KBO 리그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다른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해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야구 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프로야구는 계속 그들 스스로가 위기라고 하지만, 그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프로야구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공존하는 시대에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과거 공중파 방송국들이 미디어 환경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콘텐츠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면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나날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줄어드는 관중, 여자배구에도 밀리는 경기 중계 시청률은 위기의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100억원 계약이 어렵지 않게 등장하는 프로야구지만, 그들만의 돈잔치일 뿐이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성과가 필요한 프로야구다. 차기 총재 선임은 분명 실용적인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다. 구태를 반복한다면 또 한 명의 무능한 총재, 단명하는 총재를 볼 가능성이 크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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