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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팀을 위한 황당한 편파 판정이 연이어 발생하며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으로 떠오른 쇼트트랙에서 편파 판정을 실력으로 극복한 값진 메달이 나왔다.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에서 대한민국 황대헌이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며 정상에 우뚝 섰다. 황대헌은 2월 9일 1,500미터 경기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경기 중반 이후 선두에 서서 레이스를 이끄는 전략을 유지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이전 남녀 혼성계주와 남자 1,000미터의 편파 판정, 경기 도중 선수들이 미끄러져 탈락하는 등 불운이 이어지는 쇼트트랙 대표팀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이 메달은 전날 스피트 스케이팅 김민석의 동메달에 이어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이고 첫 금메달이었고 쇼트트랙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완벽했다. 그는 시종일관 가장 선두에 서는 전력으로 나섰다. 이전 1,000 미터 경기에서 황대헌은 준결승을 1위로 통과했지만, 실격 판정을 받았다. 쇼트트랙 실격의 중요한 사유인 신체 접촉과 진로 방해 등의 문제가 없었지만, 레인 변경을 이유로 들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격 사유였다. 이에 비해 중국 선수들의 신체 접촉에 대해 심판들은 아주 관대했다. 심지어 결승전에서는 골인 직전에 상대 선수를 팔로 의도적으로 밀치는 장면까지 나왔지만, 실격의 대상은 먼저 1위로 들어온 헝가리 선수였다.

중국 선수에 대한 관대함은 결승전을 물론이고 준결승에서도 적용됐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그와 대조되는 실격의 대상은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이었다.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모두 실격 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 한국 선수들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중국 선수들은 남자 쇼트트랙 1,000미터 결승에 3명이 진출했고 원하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심판 판정의 결과물이었다. 중국 선수단은 환호했지만, 그들 외 나머지 선수단은 큰 분노를 표시했다.

 


이미 중국은 남녀 혼성 계주에서 경기 도중 선수 간 터치를 못하는 일이 있었지만, 실격 판정을 받지 않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런 두 번의 편파 판정은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왔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에서도 관련한 뉴스가 쏟아졌다.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한국과 헝가리 등은 판정에 대해 국제빙상연맹과 IOC,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 제소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국 선수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게 편파 판정에 항의했다. 이전 올림픽에서 있었던 편파 판정 대응과는 다른 적극적 모습이었다. 비록, 대응 과정에서 외신과의 소통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거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런 대응은 안팎의 경각심을 높이는 일이었다.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한 우려는 대회전에도 있었다. 중국에서 주최하는 각종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중국은 특히, 한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자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고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을 코치로 영입하는 등 한국에 대해 철저히 대비했다. 분명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이는 실력으로 극복하면 되지만, 신판의 판정은 실력과 무관한 일이었다. 실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런 편파 판정에 희생된 선수들은 실망하지 않고 다음 경기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편파 판정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했고 실행에 옮겼다. 남.녀 선수들은 모두 경기 초반부터 앞서 달리는 전략으로 나섰다. 이전 우리 쇼트트랙의 중요한 전략은 경기 후반 스퍼트 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작전이었다. 후반 무서운 질주는 상대가 알고도 막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면서 이런 전략의 한계점이 보였다. 뛰어난 기술로 보완했지만, 추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의 가능성이 상존했다.  

남자 1,500미터에서는 신체 접촉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한국 선수들은 13바퀴를 도는 장거리 경기에서 9바퀴 정도를 남기도 선두로 치고 나와 선두를 유지했다. 엄청난 체력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전략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페이스를 다른 나라 선수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특히, 황대헌은 압도적이었다. 그는 무려 10명의 선수가 나서는 결승전에서도 선두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었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실력으로 논란의 가능성을 없앤 완벽한 결과였다. 

반대로 다른 나라들의 공적이 된 중국 선수들은 1,500미터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의 3선수는 한 명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분명한 실력차가 보였고 중국 선수들의 손을 쓰는 습관적인 반칙성 플레이가 이례적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전 1,000미터 때와 같은 심판진이었지만, 판정의 잣대는 아주 달랐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위축된 것인지 각성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공정한 판정은 클린 한 경기를 이끌었다. 결승전에서는 10명이 선수가 나서는 혼잡한 상황이지만, 선수 간 충돌이나 실격이 나오지 않는 깨끗한 플레이가 나왔다. 선수들이 모두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마음을 졸이지 않았다. 중국이 빠진 쇼트트랙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노골의 위기를 벗아났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선수단의 메달 목표치는 금메달 2개 정도로 크게 하향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동계 스포츠 종목별 세대교체가 진행됐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해외훈련과 대회 참가가 제한되는 등 올림픽 준비 여건이 어려웠다. 급격히 식어버린 동계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물론, 자초한 측면도 있다. 쇼트트랙을 중심으로 한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문제와 부조리와 비리,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회 직전에도 선수단 간 내분 사태가 표면화되기도 했다. 여기에 쇼트트랙 감독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적격자가 없어 감독 없이 대회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쇼트트랙은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유력한 종목이었지만, 최상의 전력이라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 편파 판정이 더해지며 대표팀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위기에서 더 강하게 뭉치가 의지를 다졌다. 경기 중 부상으로 왼손을 10바늘이나  꿰매는 고통에도 경기에 나선 박정혁의 투혼은 대표팀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예였다. 결국, 대표팀은 실력으로 변수를 극복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여러 악조건을 이겨낸 결과였다. 황대헌의 1,500미터 금메달은 쇼트트랙이 매력을 그대로 보여줬고 쇼트트랙이 이렇게 아름다운 경기임을 보여줬다.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부터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 속에 치러졌다. 미국과 서방 국가 상당수는 올림픽이면 의례적으로 파견하는 정부 사절단의 중국행을 거부했다. 정치적 보이콧이었다. 여기에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 상황은 축제의 분위기를 더 차갑게 했다. 빙질과 설질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고 대회 운영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결정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위한 편파 판정 문제가 올림픽을 더 얼룩지게 하고 있다.

 

쇼트트랙 이미지 - 픽사베이 

 


어느 대회에서나 자국 선수들에 대한 어드벤티지는 존재한다. 자국 선수들의 선전은 올림픽에서 대한 관심을 높이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보다 나은 여건에서 경기네 나섰다. 익숙한 경기장에서 수많은 연습을 했고 시차나 기후, 음식 등에서 익숙한 환경에서 치르는 경기는 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판정에서도 개최국 선수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과를 달라지게 하는 건 곤란하다. 일정 선을 지켜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실력을 당하는 등 홈 어드벤티지가 무색한 판정이 있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은 홈 어드벤티지의 차원을 한참 넘어서고 말았다. 이는 신체 접촉이 여러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쇼트트랙 종목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신체 접촉에 대한 심판 판정이 순위 결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선수들의 실력이나 노력과는 무관한 요소가 결과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경기가 대부분인 빙상 경기에서 쇼트트랙은 매우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펼치는 종목으로 흥행적인 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은 판정 시비는 종목에 대한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과연 올림픽 종목으로 쇼트트랙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생길 수 있다. 

이번 편파 판정 문제는 쇼트트랙 종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자국 올림픽에서 당장은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이는 쇼트트랙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정당당함과 공명정대함 속에 나오는 결과가 아니라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비난은 잠시뿐이고 영광은 영원하다는 말도 있지만, 부끄러운 기록과 모습들 또한 영원히 남는다. 이는 모든 스포츠에도 적용되는 일이다. 최소한 스포츠에서는 힘의 논리, 상황적 논리가 아닌 있는 정당한 과정을 거친 있는 그대로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스포츠를 볼 이유가 없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그와 무관한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사진 : 베이징 동계올림픽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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